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운영되는 학교 교육과정이다. 덴마크도 10학년이 되면 1년을 ‘에프테르스콜레’ 교육과정을 거친다. 학생들은 이 1년 동안 자립심을 키우고 인생을 설계한다. 국가가 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는 점과 행복지수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교육공약으로 내세운 교육정책이 중학교 자유학기제이다. 중학교 6개 학기 중 한 학기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중간·기말고사 등의 지필시험을 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미래를 탐색·설계하고 지속적인 자기성찰을 통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주입식 교육, 경쟁 중심의 교육을 자기주도 창의학습으로 전환하여 미래지향적 역량을 함양한다.

토론과 실습 등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통해 꿈과 끼를 발굴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자유학기제 도입을 발표한 뒤 여론이 분분했다.

자유학기제 동안 현장체험을 인정해 준다면 돈 있는 학부모가 그 시간을 이용해 특별과외를 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자유학기제 동안 실제 특별과외를 하는 학원도 생겼다는 소리도 들린다. 별별 현상이 다 나타나는 현재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서 바른 정책을 입안하지 못한다면 직무유기감이다.

한국의 교육환경에서는 모든 초점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다. 초등에서 대학으로 중등에서 대학으로 고등에서 대학으로 심지어 영유아 교육까지 대학을 생각한다. 한국의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의 발로다. 이런 점에서 중학교 1학년, 2학년 1학기 동안 도입되는 자유학기제는 향후 남은 4년의 진로 탐색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더 솔직히 평가하면 교육부가 밝힌 “학생들이 스스로”란 취지보다 “학생들 스스로 놀아”라는 취지에 가깝다. 평준화 위주의 현행 고입제도 하에서 학생이 원하는 고등학교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고교입학이 대학을 결정하는 요인이기에 자유학기제 동안 탐색한 자신의 진로를 충족시켜줄 고교에 입학하지 못한다면 자유학기제는 의미가 없게 된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고교 다양화가 이루어진 후 진정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의 사례처럼 고등학생이 되어 조금 더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갖춘 시기에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효율적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