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장로(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결혼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국가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지원 정책을 펴고 있으나, 결혼이 필수라는 인식 없이는 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듀인뉴스는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웨딩칼럼'을 연재한다. 

동일물(同一物)의 이면성

연애기간에는 모든 모습이 사랑할 이유가 된다. 뚱뚱하면 풍성해서 예쁘고, 홀쭉하면 날씬해서 예쁘다. 키가 크면 훤칠해서 멋있고, 키가 작으면 아담해서 멋지다. 사랑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사랑스러우니까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 눈에 안경’이라느니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느니 하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식으면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모두 타박거리요, 불만요소가 된다. 키가 크면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느니, 키가 작으면 너무 오종종하다느니 하면서 헐뜯고 비난할 이유로 삼는 것이다. 상황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그래서 동일물의 이면성은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호박꽃도 꽃이냐? 하는 데 대해 장미꽃은 가시만 있지만 호박꽃은 열매를 맺는다고 응수할 수 있다. 코 고는 남편을 싫어하는 어느 아내는 그 남편이 두 번이나 뇌출혈로 쓰러졌다 회복된 후부터 오히려 코 고는 소리가 나면 안심되어 반갑고 코를 안 골면 무슨 일이 생겼나 하여 걱정이 된다고 한다.

같은 상황, 다른 반응

아프리카로 신발판촉여행을 떠난 두 팀이 같은 지역을 탐방하면서 상반된 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A팀은 “신발을 팔 수가 없겠다. 왜냐면 아프리카에 신발신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 했고, B팀은 “신발을 얼마든지 팔 수 있겠다. 왜냐면 아프리카에 신발신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같은 현상에 대한 상반된 해석의 한 예이다.

장자(莊子)를 읽어보니 이런 일은 옛날에도 있었다.

옛날 위(衛)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신분은 미천하나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임금 옆에 대령하고 있을 때 시골집 어머니가 병세 악화로 누워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급한 나머지 임금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임금의 수레를 타고 시골집으로 갔다. 당시 국법은 임금의 허락 없이 임금의 수레(자가용)를 사용하는 자는 목을 베게 돼 있었다. 그러나 임금은 이를 듣고 오히려 그를 착한 효자라고 칭찬해 주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어머님의 병세를 돌아보려고 임금의 수레까지 탄 것이라고 변호해 주었다.

또 한 번은 임금을 모시고 산책하던 중 복숭아나무 밑에 이르자 알맞게 익은 복숭아를 따서 먹어보니 아주 맛이 있었다. 그래서 맛보다 만 그 복숭아의 나머지 부분을 임금에게 올렸다. 이에 대해서도 임금은 만족해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를 그토록 사랑하므로 제가 먹고 싶은 것인데도 나에게 주다니!”

이토록 사랑받던 미자하도 나이가 들면서 용색이 바뀌고 처신도 이전 같지 않았다. 임금의 태도도 완전히 달라졌다. 수시로 역정을 내며 미움을 표했다.

도리어 “저놈은 과거에 내 수레를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타고 다녔다. 그뿐인가? 제가 먹다 만 복숭아를 나에게 준 놈이다. 저런 괘씸한 놈을 그냥 살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만물은 유전(流轉)하다

똑같은 현상이 과거에는 사랑과 칭찬의 이유였는데 이제는 미움과 노여움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래서 이 세상일은 영원한 게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원수가 되기도 하고 이의 반대현상 또한 가능하다. 만물은 유전(流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며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

사람을 믿지 말고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을 믿고, 할 말 못 할 말 다 했다가 그것이 올무가 되어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너무 믿었기에 실망이나 배신감 또한 큰 것이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인간사의 현실이니 어쩌랴.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한 수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듯 때와 곳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법가(法家) 사상가들이다. 한비자와 제나라의 관중 같은 사람이 이에 속한다. 특히 한비자는 이병(二柄)을 강조했다.

“이병(二柄)은 인군(仁君)의 보화다. 이를 잃게 되면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이병(二柄)이란 형벌과 은덕이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이것을 잃게 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공동체가 유지 운영되려면 반드시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어야 한다. 잘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잘못하는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 정의사회다. 공의와 화평이 공존해야지 둘 중 하나에만 매달리면 그때부터 그 공동체는 기울기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