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서혜정 기자] 최근 헌법 개정 논의에 교육 관련 조항의 개정도 함께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육학회와 한국교육행정학회는 이와 관련 지난 5월 국회에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6월 지방선거의 영향 등 다양한 이유로 이러한 논의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앞으로 헌법 개정 논의 시 교육 관련 조항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듀인뉴스는 헌법 및 교육전문가를 초청해 좌담을 열고 헌법 개정에서 교육 관련 조항 개정 포함의 필요성과 내용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봤다. 

◇사회 : 김혜숙(연세대 교수)

◇참석 : 강인수(수원대 석좌교수) / 고전(제주대 교수) / 이덕난(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

이덕난  "헌법 제31조의 논란이 되는 조항을 서둘러 변경해야" 
강인수  "학습권과 교육 받을 권리 주체 '국민'에서 '사람'으로" 
고전   "교육기본법 근거는 헌법 명시해야...국민공통 공교육 규정 필요"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화, 통일 같은 정치적 환경뿐만 아니라 양극화, 인권, 복지, 여성주의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에 맟줘 교육 관련 개정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이덕난 향후 남북관계와 통일, 지방분권과 교육자치, 다문화 및 저출산·고령화, 양극화와 불평등, 고용과 노동, 환경과 안전 등이 사회와 교육의 주요 이슈로 대두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와 교육은 이념과 지역, 인종, 세대, 계층, 성별, 고용형태, 학생·학교·교원 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갈등적이고 논쟁적인 사안을 미리 교육하고 상호 인정과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 별도로 헌법을 개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학습의 자유 명시, 교육을 받을 권리 재규정,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보완, 대학의 자치 보장, 지방교육자치 명시’ 등의 헌법 개정 및 재해석, ‘헌법이 규정한 교육목표로서의 인간상 구현을 위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대비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헌법 개정 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강인수 현재 여러 개정안이 제안되어 있는데요, 그 중 두 가지는 검토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국민의 기본권 특히 학습권과 교육을 받을 권리의 주체를 현재 ‘국민’으로 규정한 것을 ‘사람’으로 개정하자는 안입니다. 이는 외국인도 헌법상 기본권의 주제로 인정하느냐는 문제이죠. 글로벌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유권적 기본권의 경우 ‘사람’을 주체로 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상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육을 받을 권리 등 사회권적 기본권의 경우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국가가 재원을 부담하기에 납세의무가 없는 외국인까지 기본권을 보장해야 하느냐 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사회권적 기본권도 헌법의 기본정신인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서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민’에서 나아가 ‘외국인’도 주체가 돼야 헌법정신과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구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교육을 받을 권리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개정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강인수 수원대 석좌교수

둘째는 학습권의 규정과 교육권과의 관계입니다. 학습할 권리를 의미하는 학습권은 이미 교육기본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학습권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 제37조 제1항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라고 봅니다.

학습권의 성격, 내용은 자유권성, 공민권성, 생존권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생존권적인 측면인 제31조 제1항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학습권의 하위개념으로 봅니다. 이미 교육기본권에 학습할 권리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헌법에도 이를 규정함이 타당합니다. 표현을 ‘학습의 자유’로 하느냐, ‘학습할 권리’로 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학습권은 자유권의 내용을 포함하므로 학습권 또는 학습할 권리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셋째는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조건으로서 ‘능력’과 ‘적성’의 규정 문제입니다. 능력은 차별의 정당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지나친 학력위주의 한 줄 세우기 교육은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능력’을 삭제해서는 안 되고, ‘적성’을 추가 규정하여 여러 줄 세우기의 다양한 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 우선 강인수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학습권과 관련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모든 사람의 학습 자유와 권리’로 전환할 때가 되었습니다. 교육을 받을 권리라는 표현 때문에 헌법학계에서는 학습권과 충돌하는 ‘교육을 시킬 권리’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는데 학습자 중심의 현대 교육이념과는 부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보호자인 학부모에겐 가정교육의 주관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고, 학교운영에의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무교육 역시 학습의 자유와 조화되도록 하는 동시에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서 ‘국민공통 공교육’으로 재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는 무상교육은 실제 의미대로 ‘공공부담’의 원칙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담세자(擔稅者) 부담을 무상이라 합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이 낸 세금에서 교육비를 충당하기에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므로 완전 공공부담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자치의 헌법적 근거를 규정함과 아울러, 교육기본법의 근거 조항을 헌법에 두어 교육법의 준거법으로서 위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덕난 먼저 헌법 제31조 제1항에 ‘학습의 자유’를 신설하여 규정하고, ‘능력에 따라’를 삭제하거나 강인수 교수님 말씀처럼 ‘능력 및 적성에 따라’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로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를 ‘법률로 보장한다’라고 개정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에 대한 정치적 중립’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셋째는 헌법 제31조 제4항에 ‘지방교육자치제도는 법률로 보장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삭제하고, 제22조 학문·예술의 자유 및 권리로 이동 신설하여 ‘대학의 자치는 법률로 보장된다’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개정과 관련해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강인수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권력구조의 개선을 명분으로 제기되어 왔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기본권 관련 내용의 개정 중심으로 의견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행복한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번 헌법 개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전 한국은 헌법에 관한 교육조항을 6개나 열거하고 있는 독특한 국가입니다. 헌법은 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교육법령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법률입니다. 따라서 그 논의는 교육계와 헌법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 논리가 개입돼서는 곤란합니다. 이 점에서 대한교육법학회의 헌법 개정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 

이덕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네요.

첫째는 교원과 학생의 ‘법적 마인드’ 형성은 ‘교육헌법 개정’은 물론이고 ‘교육헌법’에 부합하는 교육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헌법의 의미와 교육기본법 등 교육 관련 법령에 대한 교원 및 학생 대상 교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교직과목 중에 ‘학교와 교육법’을 신설하거나 ‘교육행정 및 교육경영’을 ‘교육법 및 교육행정’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는 현재 준비 중인 교직과정 개편에 ‘민주시민교육’ 과목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법’ 교직과목 개설이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며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존중·행복추구 교육 실현, 교권과 학생 인권의 조화, 학교폭력 방지 및 사안처리, 정치교육 활성화, 교원과 학부모의 교육·학교 참여’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면 법적 마인드 교육이 필수입니다.

학교현장의 교원과 교육행정·연구·연수기관은 교원 및 학생대상 교육법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육법’ 교직과목 설치에 대해 교육부가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둘째는 헌법 개정 과정에 교육법학계와 교육학계의 연구와 토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저는 2017년 7월 국회입법조사처 간담회를 통해 교육 분야 개헌 논의의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12월 황준성 박사를 연구책임자로 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과제, 12월 대한교육법학회·한국교육개발원 세미나, 12월 한국교육행정학회 뉴스레터, 2018년 1월 EBS 뉴스 신년기획 시리즈, 4월 한국교육학회·한국교육행정학회 공동포럼 등을 기획하고 참여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토론 결과가 국회와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 과정에 반영되는 것을 경험하며 적극적인 참여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설령 가까운 시일 내에 개헌이 안 되더라도 개헌 논의에 포함된 의제들 중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항은 법령개정과 정부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속 연구 및 참여가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김혜숙 연세대 교수. 
김혜숙 연세대 교수. 

김혜숙 교육 관련 헌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교육목적에서부터 시작하여 외부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문제, 구체적으로 현행 헌법에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정하면 좋을지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구체적 수준을 망라해 논의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말씀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헌법 개정 추진은 언제든 다시 촉발될 것인 만큼 교육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일은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있어 다행스러운 한편으로 정치가들이 교육계 논의들 중 임의 선택하는 형태가 될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라도 합일된 교육계의 안을 마련해야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를 위해 교육 분야 주요 학회나 기관이 주체가 되어 교육부 같은 행정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을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 교육계의 실천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