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범칙(犯則)으로 퇴장 당했다'

<하루한자>
  犯 則
*범할 범(犬-5획, 4급)
*법 칙(刀-9획, 5급)

영어 공부에도 한자어 지식이 필수적이다. ‘그는 범칙으로 퇴장 당했다’를 ‘He was sent off the field for a foul.’이라 영작하자면 ‘범칙’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헛일이다. ‘犯則’이란?

犯(범)자는 ‘(함부로) 들어가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는데 ‘개 견’(犬→犭)이 의미요소로 쓰인 것은, 개는 아무 집이나 함부로 들락거리기 때문이었나 보다. 이상하게도 㔾(절)이 발음요소임은 氾(넘칠 범)도 마찬가지다. 후에 ‘저지르다’(commit) ‘어기다’(perpetrate)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則(칙)자가 원래는 ‘솥 정’(鼎)과 ‘칼 도’(刀→刂)가 조합된 것이었다가 ‘貝+刀’의 구조로 바뀌었다. 쓰기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이지 뜻과는 상관이 없다. 솥과 칼을 만듦에 있어서는 일정한 합금 원칙이 있었기에 ‘원칙’(a principle) ‘법칙’(a law) ‘규칙’(a rule) 등을 그렇게 나타냈다.

犯則(범:칙)은 ‘규칙(規則)을 어김[犯]’을 이른다. 말로 해도 될 것을 손으로 하면 안 된다.

중국 속담 왈,
“군자는 입이 앞서고, 소인은 손이 앞선다.”(君子動口, 小人動手).

【添言】
“음을 잘 적자면 표음문자(한글)를 잘 알아야 하고, 뜻을 잘 알자면 표의문자(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 - 共用文字論(공용문자론)

【필자소개】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지난 2007년 10월 3일 "한글로 써 놓은 한자어를 분석하자면 해당 한자의 속뜻을 알아야 한다"며 개천절을 기해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을 출간하였으며, 이후 《초중교과 속뜻사전 국어사전》 등을 펴내며 올바른 우리말 활용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