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지정취소 부당"

<사진=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에 내린 지정취소 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자율형사립고등학교 행정처분 직권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조 교육감은 2014년 10월 시내 자사고 종합평가점수 순위와 운영개선계획안을 바탕으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중앙고, 이대부고 등 6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는 이를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해 직권취소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교육부의 직권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개정 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5항은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대법원은 ‘협의’가 ‘사전 동의’를 의미하므로 교육감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지정취소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6개 자사고들은 2014년 6월 평가 당시엔 점수가 미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해 7월 조 교육감 취임 후 새 평가지표에 따라 재평가를 받게 되면서 지정취소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자사고들이 평가기준 변경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이는 (평가에 대한) 학교들의 신뢰에 반한 것”이라고 봤다. 판결에 따라 지정취소처분이 유예됐던 자사고 6곳 가운데 2015년 일반고로 전환한 우신고를 뺀 5곳은 내년 6월 재평가 때까지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또 다른 마찰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는 자사고ㆍ외고 폐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이와 뜻을 같이하는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판결 쟁점인 교육부와 교육청간 ‘행정 권한’ 문제로 이견(異見)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재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및 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번 판결이 자사고 폐지 시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역에서만 2019년 자사고 13개교, 2020년 자사고 10개교와 외고 6개교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시도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향후 재지정에서 탈락하는 자사고나 외고의 반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탁경국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대법원이 ‘교육정책을 바꿀 땐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고 당사지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는데 재지정 탈락한 학교들이 이 부분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