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겉으로는 무사태평해 보이는 아이들도 나름대로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지요. 공부 못하고 싶은 학생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만 가질 뿐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니 결과는 항상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자유로운 영혼(이하 자영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자영이 :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나요?

강명규 : 일단 하고 와서 이야기해!

자영이 : 아니, 그런 거 말고요. 공부 잘 할 수 있는 비법 같은 게 있을 거잖아요.

강명규 : 그런 거 없어. 그냥 해!

자영이 : 아! 자꾸 왜 이러세요?

강명규 : 네가 나한테 자꾸 왜 이러니. 너, 공부 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자영이 : 모르죠. 그래서 지금 물어보는 거잖아요.

강명규 : 공부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수 있겠냐고 고민할 시간에 공부를 한 자라도 더 하는 거란다. 가장 좋은 공부법은 공부를 많이 해서 내 몸에 익숙해진 공부법이거든. 아무리 좋은 공부법도 내 몸에 익숙하지 않으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할 뿐이야. 그러니 너도 공부 잘하고 싶으면 딴 생각 말고 한 글자라도 더 읽어봐. 그러면 어느 순간 공부를 잘하게 되어 있을 거야.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수능 공부의 경우 머리보다 엉덩이의 힘이 더 크지요. 수능이 어려운 이유는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시험 범위가 넓고 하루에 모든 과목을 다 보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벼락치기가 별로 효과가 없지요.

중학교 때 공부를 제법 잘했다가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부모님을 만나보면 대부분은 우리 아이가 예전에는 공부를 잘했다며 지금은 잠시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일 뿐 기다려주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매번 벼락치기로 공부했기 때문이지요. 중학교 시험은 범위도 좁을 뿐 아니라 난이도도 낮고 며칠에 걸쳐 나눠 보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감각이 좋은 아이들은 벼락치기로도 얼마든지 성적을 올릴 수 있거든요. 그러다 시험 범위가 누적되는 고등학교에 가서 큰 코 다치는 것이지요.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임을 믿어주세요. 그래서 초·중학교 때는 진도를 많이 나가는 것보다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좋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잘 앉혀놓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러면 오늘부터 엉덩이에 땀띠 나도록 진득하게 앉아있어 볼까요?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진도가 아니라 학습시간입니다.

추신 1. 처음부터 아이가 책상에 앉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책상 앞에 앉아 멍 때리고 있을지라도 일단 앉아있을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추신 2. 저는 아이가 책상에 앉아있게 연습시키려고 옆에 같이 앉아있네요. 그래서 저까지 강제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