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제외···교육계 "집필기준도 여론 따르나" 비판

 

사진=연합TV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새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와 '자유민주'라는 표현을 함께 쓰기로 했다. 또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정책연구진 제안대로 집필기준에서 빼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이달 말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집필기준은 서로 다른 여러 출판사가 검정교과서를 제작할 때 기준 역할을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당초 교육부는 기존 교과서와 교육과정에서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는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대부분 '민주주의' 표현을 쓴 데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하는 협소한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학계 등에서 반발이 일자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심의하는 교육과정평가심의회 운영위원회가 '민주주의' 표현과 헌법에 등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같이 쓸 수 있도록 최종안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새 역사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은 집필기준에서 빠진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 8월15일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정했다.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병행표기로 인한  민주적 가치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이 집필기준에서 제외된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 표현을 함께 쓰도록 두 표현을 병행한다고 하더라도 교과서가 편향되게 집필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학생들의 가치관과 국가관에 대해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진보 정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수립됐다는 것을 부인해 왔다”며 “민주주의 표현 혼용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정체성 문제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교육부 말대로 세부적 단어로 따져 문제가 있다면 더 자세하게 설명과 교육을 하면 될 것을 굳이 완전히 삭제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곽병선 인천대 석좌교수도 " 우리의 엄정한 역사적 상황에서 역사 교육 문제는 교과서 국정화냐 검정화냐가 근본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 국론이 갈라져 있다는 것을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느냐"라며 "역사 인식을 놓고 갈등하는 세력 들 사이에 상호 포용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향한 국민 통합을 포기하고 두 동강 내버리는 분열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