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대학 홈페이지 캡쳐
볼로냐대학 홈페이지 캡쳐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구조조정)평가 결과를 23일 발표한다. 대학가에는 평가결과가 나오면 한반도 상륙을 앞둔 ‘솔릭’보다 더 강한 태풍이 불 것이다. 특히 지난 1단계 발표 당시 2단계 평가대상으로 분류된 일반대 187곳 가운데 40곳, 전문대 136곳은 내일(23일) 평가결과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단계 평가를 받게 된 대학은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Ⅰ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 등으로 나뉘어 각 유형에 따라 정원감축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되면 정원감축 권고를 받고,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Ⅰ’이 되면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이 일부 제한된다. 특히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로 선정되면 정원감축은 물론 재정지원이 전면 중단된다.

교육부 평가결과 2단계 평가를 받는 것으로 분류된 대학들은 그 자체만으로 존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여기에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Ⅱ로 최종 선정되면 재정적 압박은 물론 ‘부실대학’ 낙인으로 신입생 모집조차 어렵게 된다. 사실상 해당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 문제는 한국 대학의 위기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불사(大學不死)의 시대가 끝난 현재 한국 대학은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국회에 2021학년도까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이란 직격탄을 맞을 폐교(閉校)대학이 전국적으로 38개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021학년도에 학생보다 대학 정원이 5만6000명가량 많아져 대규모 미달사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핵심은 대학과 정부가 그간 대학의 ‘떼 도산’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특별히 한 일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그간 대학구조조정을 유도한다며 국민이 낸 세금, 국가재정을 수단으로 조자룡 헌 칼 쓰듯 대학을 겁박했고, 평가를 빌미로 갖은 농간을 부려왔다. 그러다보니 대학들은 평가를 담당했던 교육부 관료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 영입에 애를 쓰기도 한다. 평가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부실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부실대학’ 딱지를 떼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개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을 돈을 무기로 통제하려는 발상을 유지하는 한 대학구조조정은 백날 해봐도 의미가 없다. 대학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대학들도 말로만 자율성을 외칠 게 아니라 교육부 돈줄에 목메지 말고 과감한 자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릴 것 다 누리고, 받을 것 다 받을 생각하며 자율성을 내세우면 시정잡배만도 못한 몰염치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볼로냐대학부터 출발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대학 역할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다. 국내 대학이 존폐를 고민하듯 세계적인 대학들의 고민은 더 깊고 근본적이다. 이러한 때 한국 정부는 대학에 학생선발을 수능으로 얼마 뽑으라, 마라, 돈을 준다, 안 준다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학들도 기존의 대학에 대한 권위, 교수들의 지식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위 등 모든 것이 깨졌고, 깨지고 있는 것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대학이 발전하면 그 사회와 국가가 발전한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전통적인 대학의 모습은 깨질지언정 대학이 그간 사회발전을 위해 해왔던 역할과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고구려의 태학, 통일신라의 국학(國學), 고려의 국자감, 조선시대의 성균관처럼 인재를 양성하고 지도자를 배출해 왔다. 이제 우리 대학을, 미래를, 모두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학개혁은 정부가 대학에서 손을 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대학에서 손을 떼기를 기대한 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