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청년 실업 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논단] 평생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청년 실업 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 권호영 기자
  • 승인 2018.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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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C 도입으로 고등교육제도 유연화 가능해져
많은 재정 소요되는 학과 재구조화 대책 세워야
창직·창업 융합형 우수 전문직업인 양성 강화 필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명대로 떨어져 일자리 창출을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교육부는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졸업생의 82%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전문대학에서는 고용불안시대에 나온 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알아봤다.<편집자 주>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행정학 박사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행정학 박사

2018년 7월 27일 관계부처가 합동해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은 ‘내일을 준비하여 내일이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5개의 추진전략, 20개의 주요과제, 65개의 세부추진과제로 평생직업교육훈련과 관련한 다양한 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발표된 내용 중 전문대학과 직접 관련 있는 과제들을 짚어보고, 이를 추진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보겠다.

고려사항① 고등직업교육 학사제도 유연화, 교육훈련기관간 연계 및 사전경험학습인정 활성화

이는 주로 대학 학사운영에 관한 것으로 그동안 많이 논의되어 왔으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과제들이나 최근에는 MOOC의 도입, 원격교육 활성화, 직업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기술 발달 등으로 개별화 및 맞춤 직업교육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학 학사운영 개선의 걸림돌들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종 평가와 감사에서 학사관리가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학사운영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대학들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행·재정적 문제점들을 대학이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학사운영을 보다 학습자 친화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 실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걸림돌로 작용하는 학사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시행단계에서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과 고교단계 직업교육과 산업현장경험 연계에 해당하는 사전경험학습 인정제는 여러 차례 특수목적사업으로 단발성으로만 운영되고, 제도화하지 못한 이유가 장기적 재정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구체적이고 치밀한 실행계획이 준비돼야 한다.

고려사항② 선도형전문대학 육성, 전문대학 제도개선 및 직업교육기관 재구조화

선도형전문대학 육성의 세부과제들은 대부분 첫 번째 과제들과 유사하며,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모호해 시행단계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전문대학 제도개선은 주로 고등직업교육 정체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반드시 법령에 의한 제도화가 필요한 과제들이다.

직업교육기관 재구조화는 4차 산업혁명 및 유망분야에 대한 전문대학과 폴리텍대학의 역할분담과 전공개편을 통한 국가 차원의 고등직업교육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시의적절하면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

학과 재구조화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 교재개발, 교원 및 실습기자재 확보에는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고려사항③ 고숙련 인재 육성 위한 고등직업교육기관 모델 마련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급히 마련해야 할 제도이다. 이미 일본,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잘 검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로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정말 시의적절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미래사회는 저숙련 단순반복 직업 및 직무는 로봇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보다 숙련되고 융합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즉 창업 또는 창직을 할 수 있는 인재,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 ICT 기반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인재는 전문적인 기술과 관련 분야의 지식을 겸비하는 융합인재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단기 전문기술교육 중심에 치우쳐 있는 전문대학 체제로 미래의 융합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 사실 전문대학은 대량생산을 하는 산업화시대인 1970년대에 만들어진 체제로, 생산과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연계되고 다품종 소량 생산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 교육제도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19세기 교실서 가르치고 있다”는 지적은 수년간 들어왔고, 고숙련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새로운 교육방식과 제도에 대한 주장과 보고서는 수없이 봐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러 석학과 산업현장의 뼈아픈 지적과 고견을 고등직업교육현장에서 실천하고 개선하기에는 직업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 학벌중심 사고 등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여러 선진국의 우수한 직업교육모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연구와 지원,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현실적인 정책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고려사항④ 성인 친화적 입학·학사제도 구축, 이전직 희망자 대상 맞춤형 직업훈련 제공

전문대학은 기존 진학자 중심의 직업 교육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평생직업교육훈련기관으로 그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성인학습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한 학습자와는 구분되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하나 이상의 직업과 직무를 경험하며 익힌 실무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학습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이직, 전직, 진급, 직무전환 등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를 원하며,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함에 따른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가정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학습에 드는 재정적 부분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한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등록과 졸업 및 이수가 비교적 자유로워야 하고, 자격증 취득과 같이 학습의 성과가 뚜렷해야하며, 원격교육을 통해 학습 접근성을 높여야 하며, 시간상으로 야간 또는 주말 수업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도 평생교육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문화센터와 평생교육시설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교양과 취미생활에 관한 것이거나 직업과 관련되더라도 입문단계 수준의 교육인 경우가 많아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번 혁신방안을 토대로 수립될 실행계획에는 이미 성인학습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전문대학이 성인 친화적인 교육체제를 구축해 성인 직업교육훈련이 전문대학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려사항⑤ 평생직업교육훈련 재정투자 확대와 관련 법령 정비

본 혁신 방안에서는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를 ‘재직자 후학습 기능’을 중심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기본적인 질 향상과 직접 연계되는 우수교원 확보와 연수, 실습기자재 확충 및 실습재료비 지원을 위한 국가의 재정투자 의지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직업교육의 사회적 기능과 국민의 복지적 관점에서 국가의 책무로 여기고 고등단계 직업교육도 국공립으로 운영하거나 사립의 경우에도 대부분 정부재정을 직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136개 대학 중 128개 대학이 사립이며, 정부재정투입은 미약하다. 그리고 많은 실습을 해야 하는 직업교육은 근본적으로 고비용 구조이므로 주로 학생의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전문대학에서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의 책임이 어느 분야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관련 법령 정비에서도 교육기본법 제21조(직업교육)의 실현을 위한 (가칭)직업교육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법 정비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걱정이 앞선다.

5년 주기로 정부가 바뀌고 1~2년 주기로 담당자가 바뀌는 상황에서 산재한 직업교육 관련 법령을 근거로는 일관성 있는 직업교육정책 수립과 시행, 안정적인 재정확보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 직업교육 관련 국내 법령, 각종 연구에서 직업교육의 이상적 모델로 소개되는 독일의 ‘직업교육(훈련)법(Berufsbildungsgesetz)’, 직업교육 총괄법으로서 ‘기술·직업교육법’을 두고 있는 대만의 사례 등을 검토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으로 학문중심교육과 대등하게 직업교육 위상을 재정립하고, 직업교육의 정체성 확립, 직업교육 정책의 연속성 보장과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한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직업교육 위상 높여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와 교육현장에서 직업교육은 ‘실과교육’, ‘실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경시되어 왔다. 직업교육을 일반교육과 구별하는 실과교육이나 진학 실패자에게 하는 기능교육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하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학벌지상주의에 의한 한 줄 세우기씩 획일적 문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심화, 직업에 대한 가치와 윤리의식의 퇴색 등으로 더욱 공고히 되어왔다.

이러한 악순환을 사회 스스로 깨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법령에 근거한 제도의 미비, 학문중심교육에 비해 낮은 행·재정적 지원 속에서 그 한계는 너무나도 분명해 보인다.

직업교육의 영어 표현은 ‘Vocational Education’이다. Vo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Vocatio로 ‘천직, 소명의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서구에서 직업교육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국가, 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칸트는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 간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그리고 자살원인 1위는 성적과 관련된 학업스트레스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는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한 제도 중 하나라는 증거다.

이번에 마련된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이 정교화된 실행계획 수립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로서의 직업교육 모델과 제도가 교육현장과 우리 사회에 하루속히 자리 잡아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업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권호영 기자  lovtome34@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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