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첫 IBDP 도입 박하식 교장에게 듣다...IB, 공교육 신뢰 찾을 대안인가

대구, 제주, 충남교육청 등에서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 도입을 위해 IB 본부와 협상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등 IB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에듀인뉴스는 국내 고교에 IBDP(세계표준 고교교육과정)를 처음 도입한 이력을 가진 충남 삼성고 박하식 교장을 만나 IB가 무엇이며, 우리나라 도입이 필요한지, 도입 시 고려해야할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
박하식 충남 삼성고 교장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의 주체는 ‘단위 학교’지 교육부나 교육청이 될 수 없습니다.”

2011년 경기외고 교장 재직 당시 IBDP(세계표준 고교교육과정)를 국내 공교육에 첫 도입한 박하식(사진) 충남 삼성고 교장은 “IB 도입은 학교 교육과정 및 평가 개선을 위해 ‘단위 학교’ 차원에서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역할은 ‘주도’가 아닌 ‘지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IB를 도입했다고 알려진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교장은 “IB 교육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한정돼 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IB본부와 협의해 영어와 일본어로 IBDP를 지도할 수 있는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나섰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2013년 이 작업을 시작한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IBDP 학교를 200개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 전체 고교의 5%도 되지 않는다. 

IBDP는 공교육의 신뢰와 권위 회복을 위해 시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장은 “고교에서 IB교육을 통해 받게 되는 디플로마와 디플로마 점수는 전 세계 2100개가 넘는 우수 대학에서 전형자료로 그대로 인정된다. 이유는 평가 방법과 시스템에 대한 전폭적 신뢰 때문”이라며 “IB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면 오히려 사교육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현실적 문제 해결에 급급한 어른들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미래, 청소년들의 삶을 미리 단정 짓거나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박 교장은 “입시의 객관성 때문에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연구 능력 등을 측정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IB가 입시와 공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IB를 활용해 우리에게 맞는 교육과정 및 평가 방법을 찾아 가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박하식 교장과의 일문일답.

"IB 도입 찬반논란...IB를 종합적 실체로 이해하지 못해"

▲ 우선 IB가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실 IB를 간단히 설명된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로 인해 IB에 대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IB는 사실 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복합체입니다. 그렇지만 최대한으로 줄여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현재 IB라 불리는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일반계 고등학교(진학), 특성화고등학교(취업)에서 운영할 수 있는 국제 공인교육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용 프로그램을 PYP(Primay Years Program), 중학교용 프로그램을 MYP(Middle Years Program), 진학계 고등학교용 프로그램을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 취업계 고등학교용 프로그램을 IBCP(International Baccalaureate Career-related Program)라고 합니다. 프로그램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학교교육 종합패키지’라고 이해하는 것이 IB 실체에 가깝습니다.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IB교육을 한다는 것은 IB의 교육철학, 교육과정 운영 방식, 평가방식, 행‧재정 운영방식을 모두 도입해 준수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중에서 어떤 하나도 개별 학교의 입장과 맞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도입이 되기도 전에 IB에 대한 찬반 논란이 생기는 이유도 IB를 종합적 실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네 가지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성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지금부터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학계 고등학교를 위한 프로그램인 IBDP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고교에서 IB교육 도입을 지금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교내신 등 대입 공정성 논란이 많은 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 우선 IB를 도입하면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전면 도입은 불필요하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IB를 하고자 하는 학교가 생기면 허락해 주는 수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IB도입은 국가나 교육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결정으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교육청은 IB 도입이 목적이 아니라 관내 학교 교육과정 및 평가 개선을 위해 시범적으로 IB 학교가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B 교육의 주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단위 학교’이지 교육부나 교육청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입장은 개별 단위 학교에서 IB교육을 하겠다고 결정할 때 IB 도입이 원활하도록 지원하고 운영 상황의 긍정적인 측면을 주변 학교에 알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자극제가 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단위학교 역시 교육청의 지시와 결정에 의해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자나 학교 구성원이 IB에 대한 연구를 해보니 그 교육이 단위 학교의 입장과 잘 맞는다는 공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교장선생님께서는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어떻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도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 총론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 중 공통사항 영역 10번째(공식문서에는 <차>라고 표현되어 있음)에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차)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른다.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 중에서-

이렇게 국가교육과정 총론에 이미 IB와 같은 국제 공인 교육과정 도입을 선도적으로 명시해 놓았습니다. 이런 규정이 있는데도 아직 IB교육을 하는 고교가 경기외고 하나 밖에 없습니다. 즉 도입에 여러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첫째로는 IB를 교육하는 언어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IB 교육이 좋다고 판단해 단위 고등학교에서 IB를 도입하려 하더라도 지도하는 교사나 지도받는 학생 모두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외국어고등학교인 경기외고에서만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나섰던 것입니다. 2013년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IB본부와 협의해 영어와 일본어로 IBDP를 지도할 수 있는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을 가능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개별학교 문제인데, IBDP를 하는 고등학교로 인증을 받으려면 준비 기간이 2년 반 이상 소요됩니다. 그리고 인증을 받은 후에는 2학년부터 교육을 하기 때문에 도입 결정부터 IBDP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단위학교에서 최소 4-5년을 일관된 정책으로 추진해야만 가능한데 그럴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사립고교, 공립고교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IBDP 과목을 국내 교육과정 안에서 선택이 가능하도록 과목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과목군, 과목명, 이수 단위, 교과서 문제 등이 법률로 묶여있기 때문에 IBDP 과목을 국내 교육과정 과목으로 편입시키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네 번째로는 IBDP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부담하는 경비와 IB교육을 받는 학생이 학교의 기본적 등록금 외에 IB 본부에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IBDP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출처를 분명히 하고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운영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국내 고등학교 IB 운영 규정 및 세칙’을 시도교육청에서는 준비해야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규정에도 시도교육청에서 이런 규정을 만들도록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지방교육자치단체에서 이를 준비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입니다. IBDP 과목을 정규 과목으로 인정해 합법적으로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운영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주면, 내신(학생부종합전형) 신뢰도, 고교 학점제 등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가차원 IB와 협상,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 등 제도적 장치 구축"    

▲ 대구, 제주, 충남교육청에서 IB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지난 6일 도의회에서 IB 추진을 재천명했고, IB 회장단과의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11일 도내 초중고 교사들을 IB를 운영하는 일본 학교에 견학 보내기도 했습니다. 충남 역시 지난 3월 IB 본부와 첫 협상에 착수했으며 IB교육과정 포럼을 개최하는 등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IB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발표, 일본 IB 학교의 급증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IBDP 교육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었던 언어 문제를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IBDP 학교를 200개교까지 확대한다는 발표가 우리 교육 담당자에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고등학교가 약 5000개가 있는데 그 중 200개라 하면 전체의 5%도 되지 않습니다. 향후 글로벌화 되는 세계에서 어떤 나라든 경쟁력 유지를 위해 미래 인재 육성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역시 아주 구체적으로 인재 육성방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내며 추진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IB는 단위 학교에서 도입을 주도해 가야하는데 일본의 문부성은 단위 학교가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교개혁, 고교 교육의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해 IB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IB 도입으로 사교육 횡행? 교육과정, 평가방식 모르고 하는 소리"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은 IB 도입이 사교육 횡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에
박하식 충남삼성고 교장은 IB 도입이 사교육 횡행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에 "IB의 교육과정이나 평가방식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 IB 도입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IB에서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이 횡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 같은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는 우리나라 고교에 ib가 도입되어야한다는 것에는 찬성을 하지만 많은 고교가 IBDP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선은 각 시도에 시범적으로 한 학교 정도로 출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IBDP하는 학교 때문에 사교육이 문제될 만큼 큰 규모로 시작할 수 없습니다. IBDP 고득점을 위한 학원이 횡행한다는 것은 IBDP의 교육과정이나 평가 방식을 잘 모르시고 우려하는 면이 있습니다. IBDP를 우리나라에 시행한다면 그 목적은 반드시 공교육의 신뢰 및 권위 회복에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 COLLEGE BOARD에서 시행하는 AP는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응시도 가능하고 학원에서도 강좌를 개설해 운영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IBDP의 경우는 IB 인증학교에서만 교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교 내부에서 치르는 평가(이를 내부평가, IA Internal Assessment라고 합니다)가 바로 IB 디플로마를 위한 공식적 점수에 바로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IBDP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수행해야할 실험, 과제들이 많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다면 오히려 좋은 점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IBDP는 사교육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평가자 주관 개입? 객관적 평가 기준표 제시, 3단계 이상 조정과정 거쳐"

▲ 논술형으로 진행하는 IB의 특성상 평가 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학부모 역시 결과와 연결되는 평가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현실인데요. IB에서는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나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평가자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요?

- 고교에서 IB교육을 받고 평가를 통해 받게 되는 디플로마와 디플로마 점수는 전 세계 2100개가 넘는 우수 대학에서 전형자료로 그대로 인정을 합니다. 그 이유는 IBDP의 평가 방법과 시스템에 대한 전폭적 신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IB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IB의 평가 방식 때문이기도 합니다.

IBDP의 평가는 우선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로 구성됩니다. 내부 평가(IA)는 IB를 교육하는 고교에서 교사가 평가하는 것이고, 외부 평가(EA)는 IB 본부에서 출제해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부 평가 외부 평가는 객관식, 단답형, 서술형평가, 현장연구, 공연, 창작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객관식 말고는 평가자 판단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평가는 분명한 평가 기준표가 제시되어 있어 이 기준에 의해 채점을 하도록 되어 있고, 내부평가 외부평가 모두 첫 번째 평가자의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단계 이상의 조정 과정을 통해 최종 점수가 부여되는 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제1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정단계에 의한 평가부여 체제로 인해 IB 디플로마 점수는 전 세계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IB에서 교사를 위한 과목별 연수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평가 방법입니다. 그리고 IB내 인터넷 온라인망을 통해 동일 과목 교사간 평가 기준과 방식을 항상 공유하고 있고, 엄격한 통계 처리를 통해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다시 반영하는 매우 선진화된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고 있습니다.

"선택교육과정 운영하는 우리나라, 일본보다 IB교육 과정 운영 유리"

▲ IB 도입이 주입암기식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가 일견 납득이 가네요. 한국 교육과정과 IB 교육과정이 적절히 융합할 순 없을까요?

-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과정인 2015개정 교육과정 체제 내에 국내고교가 IB 교육과정을 도입 운영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규정을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융합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고교교육과정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와는 달리 선택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보다 훨씬 더 IB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잘 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IBDP를 위한 과목을 국내 고교에서 선택 과목으로 인정해 주기만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고교생 중 디플로마 취득을 위한 종합적 IB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에서부터 일부 과목만 선택해 수강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우리 교육과정과의 융합과 조화의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2022 대입제도가 확정되면서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미뤄지게 되었는데요. 정시 선발 비율 확대를 원하는 국민 의사가 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고요, 정시 선발 비율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유지는 IB 도입과 상반되는 내용이 아닌가요?

현재 또는 2022년 이후 대입제도에서도 비율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고교교육과정 바로 세우기 위한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또 그래야만 하구요. 현 제도 하에서도 국내 고교에서 IB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정시의 비율이 일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IB도입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많은 대학의 입학처에서는 IB 디플로마 학생들의 학업 준비도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외국 학생 전형이나 특례 입학 등 지원자를 통해 IB를 이수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국내 대학의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 교장선생님께선 경기외고 재직 시 국내 고교 최초로 IBDP를 도입하셨지요. 삼성고에서도 IB 도입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 IB 인증 학교가 되기까지는 세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은 IB가 우리 학교에 맞는 프로그램인지 연구하고 내부적으로 의견 조정을 해 도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관심학교 단계, 도입이 타당하다고 하는 내부적 결정과 관할 교육청에서의 허락을 득해 후보학교로 신청해 후보학교 자격을 취득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후보학교 단계에서 1년 또는 1년 반 동안 IB 본부에서 요구하는 교육 여건을 갖춘 후에 정식 IB 학교 승인 신청을 제출, 통과되면 정식 IB 인증 학교가 되게 됩니다. 이 기간 전체가 최소 2년 반에서 3년이 걸리게 됩니다.

현재 충남삼성고는 관심학교의 마지막 단계로 후보학교가 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박 교장은 "IB 도입은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삼성고는 현재 신청단계지만 스터디에만 1년이 걸렸다"고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는 IB 도입 단위학교에 행‧제도적 지원 주력해야" 

▲ 아직 갈 길이 멀 군요. IBDP를 도입·운영해 본 경험자로서, IB를 도입하고자 하는 관계기관 및 학교 관계자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 IB 도입의 주체는 단위 학교입니다. 그리고 IB를 도입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검토할 사항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교에서 IB를 도입하는 현실 즉, 팩트는 전 세계 140개국 이상 3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증가 추세에 있지만 국가로 보면 IB를 하는 곳보다는 그렇지 않은 학교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판단은 개별학교에서 해야 합니다. 국가와 교육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도입하자 말자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학교가 도입하고자 할 때 어떤 행‧제도적 지원을 할 것인가를 고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개별학교에서는 도입하려고 할 때 절대 성급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립의 경우는 법인으로부터, 공립의 경우는 교육청으로부터의 승인을 먼저 받고, 단위 학교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스터디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충남 삼성고는 현재 후보학교 신청단계이지만 스터디하는 것만 거의 1년이 걸렸습니다. 개별학교가 IBDP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지원과 함께 이를 위한 예산을 5년 이상 장기계획 하에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관내에서 IB 학교를 일단 승인해 운영하는 것을 관심 있게 보면서 그 제도와 프로그램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전면 도입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대입 객관성 때문에 미래 인재 역량 측정 못한다면 엄청난 손실"

▲ 우리나라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교육과정과 방법적 측면에서 말씀해주세요.

- 대학 진학을 위한 평가 방식이 우리나라 고교교육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대학교에 진입하기 위한 평가제도를 정할 때 무엇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객관성 때문에 미래 인재에 필요한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제대로 된 연구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정말 엄청난 국가적 손실입니다. 창의성을 상실하게 하는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기 위한 엄청난 예산을 들이는 것보다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만들어 내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교 현장에서 교육을 하면서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 교사들은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 주기 위한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그런 교육은 2학년까지만 입니다. 대학교에서 전문 분야 연구를 위해 더욱 깊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야할 고3 시기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틀리지 않는 답을 고르는 수능 문제풀이 연습에 내몰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함께 살아가는 지혜보다는 다른 친구보다 더 좋은 내신을 받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에 몰아넣고 있는 큰 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 우리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IB가 정답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IB를 하는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교육평가 방식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과정 및 평가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남겨주세요.

- 교육은 현재 우리들의 삶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 일이고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위한 일입니다. 현실적 문제 해결에 급급한 어른들의 시각으로 우리의 미래를 또 청소년들의 삶을 미리 단정 짓거나 성급하게 결정되는 일은 이젠 그만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현재의 기성세대와는 아주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통일 시대를 이끌고 동북아가 세계를 주도하게 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비전과 기대감을 갖고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는 입장에서 교육 문제를 거론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선생님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어떻게 글로벌인재로 육성하고자 고민하고 있는 지, 내용들이 공유되고 공감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