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주도 교수법 "기본지식 교육에 필수"
기본 지식 기반한 역량 교육 '바람직'

지난 9월 영국 교육정책 변화에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교육서라는 찬사를 받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 국내에 출판되면서 지식 교육과 역량 교육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개정 교육과정에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6대 핵심역량을 제시하며 역량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황이라 이러한 논쟁은 더욱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지식 교육과 역량 교육은 무엇이며, 양분될 수밖에 없는 개념인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 현장에서는 어떠한 상황인 지 등에 관한 교육 전문가의 의견을 담고자 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다양한 교수법은 각각의 강점과 한계를 지닌 하나의 기법일 뿐 만능 교수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교수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내용, 교사특성, 학생특성, 그리고 환경특성 등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교수법을 알고 있어야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박남기, 2017: 6).

크리스토둘루를 통해 본 '교사 주도 교수법'

우리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자율적 문제 해결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도가 필수적이다. 크리스토둘루(Christodoulou, 2014)는 교사 주도 교수법, 즉 교사의 수업과 지도가 필요함을 역사적, 이론적, 경험적 측면으로 나누어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사 주도 교수법이 효과적인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첫째, 그가 말한 역사적 측면의 증거란 교육 내용 측면에서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해온 지식을 의미한다.

인간의 뇌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다. 따라서 태어나서 말을 자주 들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따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자나 숫자는 인간이 고안한 복잡하고 추상적인 문화적 발명품으로 저절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Hirsch, 2006: 7-8. Christodoulou, 2014: 75에서 재인용).

아이들은 언어에 노출되면 말하기와 듣기는 저절로 배우게 되지만 유사한 언어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인쇄된 자료에 노출되더라도 읽기와 쓰기는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없다. 정확한 발음법, 철자쓰기, 문장부호 사용법 등은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배울 수 있다(Christodoulou, 2014: 75)

중요한 과학적 사실을 배울 때도 교사의 설명이 필요하다. 유명한 과학 원리들은 과학자들이 그 현상을 자주 보고 경험함으로써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물체를 물속에 넣으면 부피만큼 수위가 올라간다는 원리를 아르키메데스처럼 스스로 발견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한다면 원리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밝혀진 원리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용도 할 수 있다. 발견학습을 주장한 부르너조차도 상황에 따라 직접교수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Christodoulou, 2014: 76).

문자, 숫자, 자연법칙 등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지식을 가르치고자 할 때에는 직접 교수법이 더 효과적이다. 뉴턴이 “내가 많은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Newton, 2009: 574)라고 말했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성취를 이용해 발전한다(Christodoulou, 2014: 77).

둘째, 그가 제시한 이론적 차원의 증거란 학생이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 정도를 의미한다.

배울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직접 교수법이 더 타당하다. 그 이유는 작업 기억의 한계 때문이다. 작업 기억은 공간이 좁아 한번에 3~4개 정도의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의 양은 많은데 친절하게 안내받지 못하면 작업 기억의 한계 때문에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학습자가 많은 어려운 정보를 습득해야 할 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제시해주어야 한다(Kirschner, Sweller, & Clark, 2006. Christodoulou, 2014: 80에서 재인용).

만일 학생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기주도적 학습법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상 이 방식으로 학습한다면 학생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크리스토둘루의 주장이다.

셋째, 경험적 측면의 증거를 통해서 그는 교사 주도의 체계적인 교육법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존 하티(맬번대학교 교수)가 다양한 교수이론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800개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 요인은 피드백, 교수의 질 그리고 직접 가르치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학습 목표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한다. 가르친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가를 실시한다.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는 가르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다시 설명한다”(Hattie, 2009: 206. Christodoulou, 2014: 81에서 재인용)

이는 지금까지 우리 교사들이 해왔던 전통적인 교수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학생들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동기를 유발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일 한 단위의 수업을 모두 하티가 말하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교사 주도 교수법으로 진행한다면 교사의 강의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졸게 된다.

"기초지식 교육이 기본되어야 역량교육도 가능하다"

요즘 학생들은 1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이 비판은 교사 주도 교수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단위의 수업을 구성할 때 단계마다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활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려운 개념, 프로젝트 학습 등에 필요한 기본 개념과 지식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단계에서는 교사 주도 수업 방식을, 이어서 학생들이 이를 토대로 역량 개발 훈련을 해야 할 때에는 학습자 주도 수업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50분짜리 수업이라고 할 때 에블(Eble, 1988)은 10분간의 개념 정의, 예시 그리고 기본 개념간의 연관성 설명, 이어지는 10분간의 기본 개념에 대한 질의응답, 그 다음 10분간의 교수와 학생이 참여하는 응용 활동을 구분의 한 예로 들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실제 세계에서 강의실이라는 가상적인 세계로 쉽게 넘어와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강의 도입 부분 그리고 주요 학습 내용 요점 정리, 다음 시간 강의 내용 소개 및 이번 강의와의 연계성을 소개하는 마무리 활동에 할애할 경우 50분 강의는 끝나게 된다. 여기서 든 것은 예에 불과하고 중요한 점은 강의 계획을 수립할 때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관련된 몇 가지 활동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이다(박남기, 2017: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