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해 2013년부터 5년 동안의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1878개의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며 18일 교육부는 감사적발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종합감사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제도 미비로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에듀인뉴스에서는 비리 유치원이라고 명명된 사립 유치원의 속사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김정호 前 연세대 특임교수 연재를 준비했다. 1)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의 본질 (2)사립유치원 비리 이슈 정리 (3)정부 대책 분석 (4)정부와 사립유치원의 예상 대응 (5)박용진3법 분석 순으로 게재한다.

김정호 前 연세대 특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대표
김정호 前 연세대 특임교수, 김정호의 경제TV 대표

고발당한 유치원장들, 대부분 '무죄' 처분, 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로 온 국민이 분노하는 듯하다. 아이들 돌보는 데에 쓰라고 준 돈을 원장이 명품백 사고 해외여행 다니고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샀다는 소리를 듣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상하단 생각이 들진 않는가?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이 수 천 개다. 감사받은 사립유치원들이 대부분 걸렸다. 범죄자들만 골라서 사립유치원을 차렸단 말인가? 이건 뭔가 이상하다. 내가 만나 본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정직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상당히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최소한 정상적인 생활인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비리의 주범이 되었다고? 그것은 비리의 판단기준이 잘못되어 생겨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

나의 이런 판단은 사법부가 뒷받침해준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적발한 소위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대부분 ‘시정’ 조치로 끝난다. 돈을 돌려놓거나, 서류를 바로 잡거나 하는 식이다. 검찰에 고발되는 경우들은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사례 중에 본질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

횡령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된 사례 중에서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하거나 법원이 무죄로 판결한 경우가 있다. 유심히 살펴야 할 것은 그 이유다. 횡령죄란 남의 돈을 맡은 사람이 주인의 허락 없이 사적으로 쓴 행위를 말한다.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장들을 횡령이라며 검찰에 넘긴 이유는 교비계좌의 돈을 원장이 사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교비계좌의 돈을 사립유치원 원장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소유임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에서 동일한 행위를 무혐의 또는 무죄로 본 이유는 교비계좌의 돈이 사립유치원 원장의 소유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이기에 횡령죄가 성립될 수 없다.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장이 자기 돈을 자기가 썼다며 고발한 셈이다. 사법부에서 무혐의 처분, 무죄 판결이 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진=ebs 방송화면 캡처
사진=ebs 방송화면 캡처

유치원 돈은 소유자의 돈이다...2012년부터 '충돌' 시작 

사립유치원의 교비계좌가 원장 소유라고? 유치원 소유 아닌가?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맞다. 교비계좌는 유치원의 소유다. 그런데 그 유치원은 원장 소유다. 따라서 교비계좌의 돈도 원장 소유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의 소유인가 국가 소유? 학부모 소유? 아니지 않은가?

물론 모든 혐의가 무혐의, 무죄 처분을 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급식비처럼 학부모에게 구체적 용도를 알리고 받은 돈일 경우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은 사기죄로 유죄 판결이 난다. 그러나 용도를 말하지 않은 일반적인 자금은 사적으로 쓴다고 해서 횡령이라고 할 수 없다.

혼란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원장이 마음대로 쓴단 말인가.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유치원을 법인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이 법인이라면 교비계좌의 돈을 합법적 절차 없이 사적으로 가져다 쓰는 것은 불법이고 횡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법인이 아니라 설립자의 개인 재산이다. 유치원의 교비 계좌도 설립자 개인재산이다. 그 계좌의 돈을 개인적으로 지출했다고 횡령으로 모는 것은 교육당국의 월권이다.

이런 혼란은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의 현실을 부정하기 때문에 생겨났다. 원래 우리나라의 사립유치원들은 자영업으로 운영되었다. 회계상으로 동네 병원이나 약국, 학원과 다를 것이 없었다. 유치원 돈은 소유자의 돈일뿐이다. 고객은 자기가 받는 서비스만 판단하면 될 뿐 그 돈의 용도에 대해서 관여할 이유도, 관여할 권리도 없다.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자영업으로 관리하는 것이 합법이었는지의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수 십 년간 그런 현실이 인정되어 왔고 누구도 어떤 공무원도 어떤 정치인도 불법이라고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12년 유치원이 무상보육의 대상이 되면서부터다. 정부가 부모들에게 유치원 비용에 충당하라며 ‘아이행복(사랑)카드’를 지급했다. 사립유치원은 부모에게 받아온 유치원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받기 시작했다. 정부 돈이 지출되다보니 감시가 시작됐다. 공립유치원에 적용하는 기준을 똑같이 사립유치원에 적용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그전까지 해오던 방식, 즉 유치원 돈과 개인 돈의 구분 없이 살아오던 방식이 횡령이 되었다. 교비계좌의 돈은 원장 인건비 외에는 빼나갈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유치원에 돈이 모자라 개인 돈을 넣었을 경우 그 돈을 되찾아 가는 것조차 횡령으로 취급됐다. 반면 유치원 설립자들은 수십억씩을 투자했으니 어떻게든 그 수익을 회수하려 하는데 그러다보니 횡령으로 적발된다. 2012년 사립유치원에 국공립유치원 방식의 회계가 적용되면서 사립유치원들은 절반쯤 몰수된 상태가 되었다. 자기 재산을 되찾으려는 자는 횡령범이 된다.

회계 투명성, 투자에 대한 정당한 회수 공존해야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법인이 아닌 개인 자영업자를 법인 사업자로 취급하면서 생겨난 소동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분노한 지금의 사회분위기로 보면 사립유치원을 거의 몰수해서 국공립으로 전환할 기세다.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란다. 사립유치원이 있어서 그나마 유아교육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100% 국공립유치원만 존재한다면 결국 국립탁아소로 변해갈 것이다. 국민이 부담하는 유아교육의 비용도 폭증할 것이다. 사립유치원이 유아 1인당 매월 평균 53만원을 쓰는데 국공립유치원은 매월 114만원을 쓴다. 이런 문제들은 이어지는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사립유치원을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필자도 회계의 투명성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처럼 몰수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회계가 투명하면서도 동시에 설립자들이 투자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회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행정법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한 행위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인정한 방식, 최소한 묵인한 방식으로 수 십 년간 사립유치원을 경영해왔는데 보상도 없이 갑자기 불법화시키는 것은 정부의 행정법 위반이다.

필자의 진단에 대한 의문과 사회적으로 제기된 여러 가지의 반론,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