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리모델링, 보수 등 감가상각 충당적립금 허용
교지(校地), 교사(校舍)에 대한 적정 연간 사용료 지급

김주일 공인회계사, 세무사
김주일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한민국 유치원 역사와 함께 한 ‘사립유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최근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으로 온 나라가 아우성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충분히 그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반응한다. 온 세상이 사립유치원을 적폐 세력으로 보는 듯하다.

현재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에서 사용할 재무회계규칙'을 마련하지 않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사립유치원 경영자들을 잠재적 범법자, 적폐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포퓰리즘에 근거한 국공립 및 병설 유치원을 신설하고 확충하는 데 사립유치원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의 역사는 사립유치원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사립유치원이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만들어 왔고 그동안 책임져 왔다. 이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발전시키면서 수많은 국가 동량을 키워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사립유치원은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칭찬은커녕 오히려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적폐 세력으로 몰렸다. 왜? 이런 형편없는 일이 발생하였는가?? 이번에 비리유치원으로 매도된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에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상보육 실시, 개인 재산은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사립유치원 교사(校舍)와 교지(校地)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과 토지는 헌법상 개인의 사유재산에 속한다. 사립유치원 설립 초창기 때인 약 30~60년 전 국가는 재정 형편상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들에 대한 변변한 교육 시설과 교원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국가는 부채가 없는(은행에 저당이나 담보로 잡혀있지 않는) 유치원용 부동산과 법으로 제정된 요구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사인(私人, 개인)에게 사립유치원 설립을 인정해 주었다. 즉,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취학연령대에 진입한 만 3, 4, 5세의 아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재정능력 부족을 이유로 떠안게 된 것으로 출발한 것이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60여년간 우리나라 아동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효율적, 효과적 아동교육에 관심을 갖는 선진제국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상보육이 시작되면서 부터다. 그동안 유치원 적령기의 원아들에 대한 교육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던 교육부가 약 7년 전부터 유아교육 무상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는 일부 유치원 원비를 대신 부담하면서부터 사립유치원의 경영과 운영에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개인 소유로 되어 있는 사립유치원의 부동산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교육부와 사립유치원 설립자 간의 시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헌법상 인정되는 ‘사유재산권’ 침해해도 되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생산요소(노동력, 금전, 부동산)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 근본 원칙이다. 즉, 노동력의 사용료로서 정당한 급여(인건비)가, 금전(금융)에 대한 사용료로 이자가, 부동산(토지, 건물) 사용료에 대해서는 지대(임차료)가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요소의 사용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

노동력을 사용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 '노동력 착취'라고 부른다. 만일 금전에 대한 이자를 과다하게 받게 되는 경우에는 '고리대금업자'로 낙인찍힐 뿐 아니라 법의 제재를 받는다. 부동산도 동일하다. 부동산을 사용한 경우에는 당해 부동산 소유권자에게 당연히 정당한 사용료(지대)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개인 소유 부동산을 사용하는 사립유치원에 정당한 사용료 지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립유치원을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은 학원과 달리 사립학교법 상 학교이기에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보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립유치원이 비영리 교육기관, 혹은 학교라 해서 헌법상 당연히 인정되고 있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비영리교육기관, 학교도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하였다면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마치 정부 기관에서 사람을 고용했을 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립유치원에서는 무상교육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7년 전부터 교육부에 이러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갈등의 소지가 있지만 문제를 들여다보거나 사립유치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려 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 입장에서 부동산(개인 소유 교지, 교사) 사용료 문제는 그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수십억 원의 개인자금이 투입된 유치원에서 노동의 대가(원장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교육부의 도그마에 빠진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애당초 설립 인가 시 국가에 부동산 출연(出捐)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사립유치원의 주장을 묵살하고 더 이상의 논의는 안 된다는 고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 "부동산 소유 특수성 인정하지 않아"

교육부의 주장은 사립유치원의 교지(校地), 교사(校舍)가 개인소유라 할지라도 사립학교법을 적용받기에 사학기관 회계규칙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부동산 사용료 지급에 관한 규정이 없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이 규칙에 따르라는 것이 현 교육부의 입장이다. 사립유치원의 부동산 소유의 특수성 때문에 이것을 감안한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사립유치원만의 재무회계규칙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유치원의 입장이다.

4년 전 교육부에서 먼저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 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문제의 핵심인 개인소유 부동산 사용료에 대한 규정은 빠져있었다. 핵심이 빠진 공청회는 결국 잡음만 남긴 채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생각될 정도로 지금까지 흐지부지 이어져 왔다.

잠잠하던 어느 때 부터인가 교육부 감사위원회라며 시민단체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데려와 대대적으로 사립유치원 회계감사를 실시하였다. 그들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기준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결국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가져가는 돈은 원칙적으로 횡령이라고 규정했다. 인격(人格)이 법인(法人)인 학교법인을 규율할 목적으로 만든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으로 인격이 개인(個人)인 사립유치원의 준거법규로 들이댔다. 전혀 적합하지 않은 법규로 감사를 실시하게 되면 수많은 문제점(횡령, 배임 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세법(稅法)의 경우로 비유를 한다면, 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세법(法人稅法)이 개인에 대해서는 소득세법(所得稅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재무회계규칙 제안

사립유치원에는 사립에 적합한 재무회계규칙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립유치원의 태동에서부터 이해가 전제된 그러한 규칙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새로 마련할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에는 다음의 사항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봉책이 아닌 현실적이고 최종적인 타협안이 있어야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박용진 의원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비리유치원으로 규정해 전국민에게 공개한 섣부른 행동으로 인한 학부모의 불신과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제대로 해결되기 위한 방안이다.

먼저 설립자(원장)가 유치원 설립 시 투자하고 소유권을 보유한 교지(校地)와 교사(校舍)에 대한 적정 연간 사용료 지급을 해야 한다. 개인 소유 재산이기에 당연히 지대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노후화된 유치원 건물의 재건축(再建築), 리모델링, 대대적 보수 공사(補修工事)를 위한 충분한 감가상각 충당적립금의 적립 허용해야 한다. 학교법인의 경우 건물 재건축 시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도 2017년 법 개정 시 재건축 적립금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었지만 이 역시 교육청 규제가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화재, 교통사고, 원아 미충원 등 미래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손실에 대비한 별도 적립금 인정해야 한다. 사고에 대비한 적립금은 당연히 필요하다. 또한 출산율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당장 10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유치원계의 현실이다. 무작정 국가시스템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유아계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러운 일시적 필요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기관 차입금의 필요성을 인정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