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김정호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해 2013년부터 5년 동안의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1878개의 명단을 공개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며 18일 교육부는 감사적발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종합감사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제도 미비로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에듀인뉴스에서는 비리 유치원이라고 명명된 사립 유치원의 속사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김정호 前 연세대 특임교수 연재를 준비했다. (1)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의 본질 (2)사립유치원 비리 이슈 정리 (3)정부 대책 분석 (4)정부와 사립유치원의 예상 대응 (5)박용진3법 분석 순으로 게재한다.

정부 “회계 투명성 강화, 유아 학습권 보장, 국공립유치원 확대” 발표

지난 10월 25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서 공공성 강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대책을 내놨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교비계좌의 돈을 사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상시 감시 체제, 에듀파인 의무화를 통한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이다. 둘째는 유아의 학습권 보장 방안이다. 사립유치원들이 폐원이나 원아 모집 중지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들이다. 셋째는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이다. 이것들이 한국 유아교육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적합한 수단인지 따져 보고자 한다.

“에듀파인 의무화로 폐원 늘 것”

첫 번째 방안들부터 생각해 보자. 에듀파인의 의무화는 사립유치원의 수입과 지출이 실시간으로 교육청에 보고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급여 이외에 어떤 돈도 취할 수 없게 된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3법이 통과하면 원장 직을 가지지 않은 설립자는 급여마저도 취할 수 없다. 이것은 이번 대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그 목표는 달성될 것으로 본다.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더욱 키우게 될 것이다. 유치원 운영 의지의 상실이라는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에게 유치원은 교육의 통로이면서 생업의 장이다. 즉 자신이 세운 사립유치원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는 곳이기도 했다. 2012년 무상보육이 시작되면서 생업적 측면이 부인되기 시작했고 이번 조치는 그 여지를 완전히 차단할 것이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들 중 유치원 운영을 더 이상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폐원을 막기 위해 학습권 보장이라는 두 번째 방안들이 포함되었다. 사립유치원의 대규모 폐원 같은 급작스런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폐원하겠다는 유치원을 막을 수 없다. 범죄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손해까지 봐야 하는 상황을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3~4년 정도의 기간만 놓고 보더라도 폐원을 막을 수는 없다. 원아들의 학습권 보장 때문에 페원을 규제당할 경우라면 유치원의 운영은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교육의 질도 떨어질 것이다. 투명성이라는 명분으로 설립자가 수익을 취하지 못하게 될 경우 상당수의 사립유치원들은 활력을 잃어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사립유치원들은 무력화되어 갈 것이다. 학부모와 사립유치원 사이의 불신이 깊어진 것도 큰 문제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유치원 유아의 75%를 담당해온 사립유치원은 이래저래 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국공립유치원이 그 공백을 채울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아냐”

대책에는 국공립유치원 원아의 비율을 현재의 25%에서 40%로 확대하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자금소요를 따져봤을 때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게 하자면 총원아 수가 68만명 중 사립에 다니는 10.2만명을 국공립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필요한 학급 수는 6,800개이다. 200명짜리 단설유치원으로 510개에 해당한다. 시설비만 6.1조원이고 추가되는 연간운영비는 5,600억원이다. 시설비와 연간운영비를 2019년부터 3년치를 합산하면 7.8조원이다. 2017년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 지급되는 누리과정 총예산이 4조원인데 그것의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번 공공성 강화대책에서는 2019년에 1000개 학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5800개 학급, 그 학급에서 가르칠 5800명의 교사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이 아이디어 중 상당 부분은 충남대 천세영 교수에게서 배웠다). 국공립 유치원 40% 확대는 공수표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을 몰수해 국공립으로 전환한다면 모를까.

한국 유치원 “국립 탁아소 수준으로 추락할 것”

설령 양적 확대에 성공한다 해도 교육의 질 또한 문제다. 국공립유치원이 증가할수록 학부모의 선택권은 무력화된다. 선택을 받기 위한 유치원끼리의 경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럴 때 무엇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좋은 교육인지 학부모가 아닌 다른 누가 판단할 것인가. 국공립유치원이 늘어갈수록, 그리고 사립유치원을 국공립화하려는 압박이 커질수록 한국의 유치원들은 획일적인 국립탁아소 수준으로 추락해갈 것이다.

회계 투명성 높이고 유아 교육 획일화

요약하면 이렇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높이고 설립자와 원장이 유치원 돈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은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사립유치원의 소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학부모는 선택권을 상실해갈 것이다. 남아 있는 사립유치원들의 경우도 학부모의 불신과 갈등으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을 40%로 늘리겠다는 목표는 현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유아교육의 획일화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총체적으로 장기적 비전이 결여된 방안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

김정호(김정호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김정호(김정호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