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핵심역량교육 실패 인정, 2013년 지식 중심으로 개정
한국 2015 PISA 성적 하락..."중위권 이하 하락 폭 더 커"
"국가교육과정 지침기반 지식과 핵심역량교육 관계 재검토해야"

지난 9월 출간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 화제다. SNS 등에서 교사를 비롯한 교육계 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는 소식을 전하며 책의 내용을 요약한 글을 게시하거나 감상 글을 올리고 있는 것. 이 책은 각종 사회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교육 현장을 지목했다. 또 그 원인을 1990년대 이후 교육 현장에 등장한 ‘학생주도 학습이 효과적이다’, ‘지식보다 역량이 효과적이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등 7가지 주장을 근거 없는 교육 미신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교육계에 뜨거운 찬사와 반발을 동시에 일으킨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번역한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을 만나 ‘핫’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한 영국은 2013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뒤늦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번역해 옮긴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장은 <에듀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한참을 아쉬워했다.

김 소장은 “핵심역량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시작하는 단계인 지금 핵심역량과 참여형 수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책을 쓴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이상한 사람, 혹은 교육개혁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학교장 시절 보아왔던 학생들의 학력 하락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번역해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단위평가시스템 부재라는 교육계 문제와 역량교육이 세계적 추세라는 맹신적 믿음, 수업 시간의 한계 등 핵심역량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아래는 김승호 소장과의 일문일답.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 소장
김승호 교육성장연구소 소장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이 화제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

이 책은 저자 데이지 크리스토둘루가 3년 동안 영국의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통해 발견한 학교현장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누구보다도 잘 가르치려고 노력했지만 학생들의 학력을 높일 수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론과 실제 면에서 찾고자 했다. 그는 3년 여의 휴직기간 동안 교육과정, 교육행정 체제, 교사들의 수업 실제를 분석하면서 최신 교육학 연구 결과들을 활용해 기존의 교육관점들과 수업방식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책은 교육효과를 저해하는 잘못된 교육철학과 수업방법론 그리고 이에 따른 실제 사례들을 일곱 가지 주제로 정리한 것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학력 하락 직접 목격..."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학력은 필요"

▲이 책을 옮겨 출판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 교육의 화두는 교육내용 측면에서 핵심역량이며, 교육방법 측면에서는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배움 중심 수업에 관한 것이다.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기에 진입한 현대사회는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으며, 교육계도 마찬가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다. 교육에서는 창의력과 사고력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이 강조되고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형 교육과정이라 불리면서 미래사회를 대비한 핵심역량과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을 강조했으며, 지난해부터 시행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역량을 교육과정 총론에 공식적으로 포함시켰고,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을 더욱 강화했다. 이는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의미를 살려 핵심역량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교육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켰고, 동시에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교사중심 수업이 비판받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등학교에서 수업을 직접 지도했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자인 학교장으로서 학생들의 학력을 분석했던 나는 학생들의 기초·기본학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는 점을 실감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학교에서는 지식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칼럼을 준비하면서 이에 관한 저자 크리스토둘루의 책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이다. 이 책을 통해 영국도 학교교육에 핵심역량을 도입하면서부터 우리와 매우 유사한 교육적 혼돈을 경험했지만, 조정 과정을 거쳐 이제는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교육혁신 반대하는 보수주의자 아냐..."핵심역량 기르는 데 기본 학력 전제돼야"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분위기에서 핵심역량을 비판하거나 참여형 수업에 대하여 문제점을 제기하는 책을 쓴다면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이상한 사람, 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개혁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로 여겨질 수 있다.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고, 핵심역량도 제대로 길러 주어야 한다. 지식과 역량은 경중을 가리거나, 어느 하나를 상대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인터넷으로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시대에 지식교육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창의력과 의사소통능력 그리고 협력하는 자세 등 핵심역량이 중요하며, 핵심역량을 학교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번역서는 유사한 교육상황을 경험한 국가, 특별히 우리나라가 학년군제, 핵심역량, 프로젝트 수업 등을 도입할 때 모델로 여겨졌던 영국의 사례를 제시하여 우리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핵심역량교육 실패 인정하고 지식교육으로 유턴한 '영국'...실패의 길 그대로 따라가는 '한국'

▲이 책에서 지적한 핵심역량을 다루는 데 있어 영국과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어떻게 변화해왔나

영국에서는 핵심역량 중심, 학생 참여 중심 교육과정을 1999년 도입해 2012년까지 적용했다. 이 책은 그 기간 드러난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교육과정의 이론과 적용 방향이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먼저 적용한 영국은 역량·학생 참여 중심 교육과정이 교사들의 수업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에 역량에서 지식 중심으로 개정했다. 학생 참여 중심 수업에서 교사의 적극적 참여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한 발 늦게 교육과정을 개정한 우리는 2017년부터 초등 1~2학년군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올해는 초등 3~4학년군,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던 영국은 이미 이를 탈피한 시점에 우리는 혁신적인 교육이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이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출판한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출판한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이 책은 영국 교육정책 변화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영국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 점이 유사하고 또 어떤 점이 다른가.

영국과 한국은 교육과정과 교육체제의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교육과정 측면을 보면 두 나라 모두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교육내용 선정에서 학교의 자율성이 높고, 교과서는 자유발행제로서 검인정 체제인 우리와 다르다.

이 책에는 21세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몇 개의 교과를 융합한 ‘개방적 사고’(Opening Minds)라는 중등학교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는 학교는 200개 정도로 전체 중등학교의 6%에 이르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자기 방식대로 학습하도록 개발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핵심역량 중심으로 개발된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없는 상황인데도 몇 개의 교과에서 융합적으로 수업을 전개하는 사례가 있다. 담당교사들의 준비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초등 일제고사 등 폐지, 기초학력 데이터 없어..."평가 통해 학교교육 책무성 확보, 학부모 알권리 보장해야"

다음으로 우리의 경우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창의성과 핵심역량 배양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핵심역량 교육과정을 운영하던 시기에도 학년군을 마치는 초2, 초6, 중3, 고2 시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했다. 특히 초6 시험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날짜와 시간표에 따라 실시했다. 평가를 통해 모든 학생의 기본학력에 대한 학교교육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학부모의 자녀 학력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2013년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했으며,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 역시 일제고사라 하여 폐지했다. 학교에서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더라도 교사별로만 실시해 학력분석을 위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2017년부터 전집에서 표집으로 변경된 후 기초·기본학력에 대한 관심이 매우 약화된 게 현실이다.

이외 우리의 경우 단위학교 책임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 2009년부터 장학지도를 폐지했지만, 영국에서는 교육기준청(Ofsted)에서 단위학교의 학력향상과 수업개선 노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역량중심 교육과정 도입 이후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있는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 아닌가. 

크리스토둘루는 이 책을 썼던 2010년 전후의 영국이 학교교육을 지식교육 대신 핵심역량 개발 중심으로, 교사 주도의 수업 대신 학생 주도의 참여형 학습으로 운영해 학생들의 학력, 특히 기초·기본학력의 저하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2013 개정 교육과정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학생들의 성취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과 동일하게 핵심역량 중심, 학생 참여 중심의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PISA 성적이 저하돼 있다면 영국과 동일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2015 PISA 성적 하락, 우리나라 교육정책 잘못 인정해야"

▲2015년에 실시한 PISA 성적은 확실히 하락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실제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급격하게 추락했다. 우리나라는 핀란드 다음으로 일본과 경쟁하면서 2위 또는 3위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OECD 회원국 내의 순위로서 우리와 순위를 다투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중국 상하이 등 비회원국들이 제외된 결과이다. 비회원국을 포함할 때도 우리의 순위는 2000년에 읽기 7위, 수학, 3위, 과학 1위로 상위 수준을 보인 후로 꾸준히 3위 또는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에 읽기 5위, 수학 5위, 과학 7위로 하락한 후 2015년 결과에서는 읽기 7위, 수학 7위, 과학 12위로 하락했다. 수학의 경우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대만, 일본, 중국에 이은 7위이며, 과학에선 베트남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상위권 학생들의 하락 정도는 소폭이었으나 하위권 학생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12월 6일 발표된 우리 교육부의 2015 PISA 결과 보도자료를 보면 최하위 1수준 학생들의 비율이 3년전 시행된 2012 PISA 결과와 비교해 국어는 7.6%에서 13.6%로, 수학은 9.1%에서 15.4%로, 과학은 6.7%에서 14.4%로 증가했다.

▲PISA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역량을 2015 개정 교육과정 전면에 내세웠다.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학력이 계속 낮아진다는 말인가.

나는 우리의 학력저하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크게 보며 이점을 우려한다. 기초·기본학력을 확보해야 할 초등학교 시기에 국가와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표집평가조차 없고, 학교단위에서도 교사 개인별 과정평가만 실시해 학교 또는 학년 단위에서도 학생들의 학력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며칠 전에 끝난 국정감사에서 이군현 의원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기초학력 실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자료부존재’로 답변했고, 학교서열화 방지를 위해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데이터가 없으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며, 문제가 없으면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와는 반대로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일곱 가지 교육미신으로 인한 학력 저하 추세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식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과정 도입, 교사의 수업 주도성을 강화하는 교수법 권장 등 전통적인 방법일지라도 새롭게 채택했다. 문제 공유 없이 비전을 공유할 수 없다는 말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8년 9월 발행한 '아무도 믿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은 출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5주 연속 교육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8년 9월 출간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은 출간 직후부터 교육학 분야 베스트셀러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교육자가 이 책을 보고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교육자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에게 받은 인상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반응에 놀랐다. 출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3대 인터넷 서점의 판매량 부분에서 5주간 연속 사회과학 분야 10위권 이내, 교육학 분야 1위 또는 2위의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교사라고 여겨진다. SNS에서 교사, 교육행정가, 교육학 교수들이 일곱 가지 미신을 토론 주제로 삼아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재조명하고 있어서 번역을 시작했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 같다.

‘지식교육과 역량교육 논쟁이 시작되어 교육학의 잠을 깨울 수 있었으면 한다’는 어느 교수님의 기대, ‘역량교육이 참학력이나 신학력으로 불리면서 현장에 적용된 후 나타난 문제점들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찾았다’는 어느 선생님의 감사 등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교사가 역량중심, 학생 주도의 수업을 실시하면서 경험했던 실패담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한 교사가 남긴 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미래사회를 대비한 역량중심 교육을 강조하였고, 프로젝트 과제도 적극적으로 실시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가 뒤통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수업효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뭔가 시원하게 뚫린 기분이었다. 이 책 덕에 성취기준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던 나의 수업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이 글을 썼던 선생님은 억지로 했던 보여주기식의 연구수업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고, 이 책이 지식교육을 강조하지만 암기교육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지식과 역량에 대해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 그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지식과 역량에 대하여 논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우리의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관점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초등학교) 134쪽 [부록 1]에 ‘교과 역량은 무엇인가요? 핵심역량과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이 있고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역량은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의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교과 역량은 교과가 기반한 학문의 지식 및 기능을 습득하고 활용함으로써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다. 핵심역량은 일반 역량에 해당한다.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을 아우르며 조절하는 총체적인 역할을 하고, 일반 역량은 교과 역량이 제대로 계발되어야 발달될 수 있으므로 일반 역량과 교과 역량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여기서 핵심역량은 교과수업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교과수업과 관련된 교과별 교육과정에는 역량이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에는 총론의 6가지 핵심역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핵심역량은 교과에서 다루기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목표 및 내용이라고 봐야한다는 근거도 있다. 2015 개정 창의적 체험활동 초등학교 해설서 12쪽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교육과정이다. ... 교과활동은 특성상 교과 고유의 지식,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하여 인지적, 그리고 학문적인 접근을 주로 하게 된다. 반면에,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활동에 의해서 습득된 것들을 적용하고 실현해 보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접근 방식도 구체적인 체험 활동 중심이다. ... 또한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자신감이나 성취감을 고양시킬 수 있다. 그리고 교과활동에서 달성할 수 없는 능력, 기능, 태도를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하여 배양할 수도 있다.’

핵심역량을 교과 역량과 분리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다루어야 할 일반 역량이라는 것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총론 해설서 19쪽에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구조 개편으로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교과외 활동으로 재편하여, 글로벌 창의인이 구비해야 할 핵심역량을 획득할 수 있는 학습기회로 활용하도록 한다’로 제시되어 있다.

우리의 교육과정 지침을 근거로 한다면, 교과수업에서는 교과 고유의 지식과 기능을 인지적과 학문적 접근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고, 교과수업에서 가르칠 수 없는 핵심역량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과수업에서 지식보다는 핵심역량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며, 교과수업 중에 핵심역량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이다. 또한 핵심역량을 수업에서 지도해야 할 학력 요소로 보는 참학력이나 신학력의 관점도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가교육과정 지침을 근거로 한다면, 교과수업에서 교과 고유 지식과 기능을 인지·학문적 접근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고, 교과수업에서 가르칠 수 없는 핵심역량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과수업에서 지식보다는 핵심역량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린 것이며, 교과수업 중에 핵심역량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이다. 또 핵심역량을 수업에서 지도해야 할 학력 요소로 보는 '참학력'이나 '신학력'의 관점도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을 지도하기에 시간의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도 많다. 현장 선배로서 조언해 주신다면.

사실 한정된 시간의 교과수업을 통해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 해당 교과영역에서 알아야 할 보편적 지식, 그리고 학년(군)에서 배워야 할 필수학습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기초·기본학력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서 보충학습까지 제공해 주어야 하는 교과담당 교사들에게 핵심역량 과제를 추가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통해 교과지식과 함께 핵심역량을 배양해 주기 위해서는 교과활동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심역량을 교과수업과 연계시키려 한다면 정규 교과 외에 교과를 통합한 융합교과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과학고나 과학중점학교에서 주당 2시간의 과제연구(R&E) 과목을 별도로 개설해 팀별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강의식 수업이 꼭 주입식 수업은 아냐"..."교수법은 수업 내용과 목표, 교수자와 학생의 특성, 수업환경 따라 달라져야"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추천평을 통해 교사주도의 설명식 강의 수업이 주입식 교육 방법으로 매도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교수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교과수업 방식도 기존의 교사주도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박남기 교수는 미래 핵심역량 개발을 위해 학생 주도적, 학생 참여적 수업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지만, 교사 주도의 설명식 강의식 수업마저 주입식으로 매도되면서 주로 이 방법에 의존해 온 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파악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적 지식을 전달 및 이해시키려고 할 때 효과적인 강의법에 대한 오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교수법은 수업의 내용과 목표, 가르치는 사람의 특성, 학생의 특성 그리고 수업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시건주립대 교육심리학 교수였던 브라피도 모든 수업 상황에 다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업방법이나 만병통치약 같은 수업기법은 없다고 했다. 수업에서는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수업목표 달성이 중요하며, 수업기법은 수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핵심역량을 기르는 수업이라고 여겨지는 질문 토론 수업,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 특정 방식만이 가장 바람직하다기보다는 수업내용과 대상, 그리고 교사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교수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 교육 전반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시기에 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 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면 보다 발전된 해결방안을 찾기 쉬울 것이다. 본 번역서는 학교 지식교육이 경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 이론과 교실 실제 간 불일치 문제를 다루었다. 이제는 지식과 핵심역량 교육에 대한 논쟁에서 국가교육과정 지침에 기반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교육과정 관련 문제들을 인식하고, 발전적인 정책 대안들을 찾아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