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천경호 선생님
천경호 성남서초 교사

1. 발달의 개인차...자기조절, 학습능력 영향 주요 변인

인간의 발달은 개인 차가 있다. 특히 무작위로 학급에 배정되는 아이들의 개인차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웩슬러 지능검사를 기준으로 한 언어성 지능의 개인차, 동작성 지능의 개인차, 캐텔의 지능 이원론에 따른 유동 지능의 개인차, 결정 지능의 개인차,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른 다중지능의 다양함 등. 지능만으로도 다양하게 나뉜다.

신체 발달은 어떤가. 저작기능과 관련된 치아 발달의 개인차, 키와 몸무게, 시력, 균형감, 민첩성, 유연성, 지구력, 폐활량 등 개인 간 차이는 물론 발달 속도에 대한 개인 내 차이도 크다.

이 중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 하나 있다. 정서발달이다. 정서발달은 측정 대상의 연령에 따라, 관찰자(교사나 부모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통해 짐작(인간의 정서를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해야 하며, 이는 많은 시간 동안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노력이 필수다. 따라서 때로는 부모가, 때로는 교사가 더 잘 평가하기도 한다.

또 하나. 정서는 인지능력의 개인 내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부모나 교사와 둘이 있을 때 풀 수 있었던 문제를 시험을 보면 틀리는 이유. 정서 때문이 가능성이 높다. 불안이 높으면 과도한 신체적 긴장이 일어나고, 이는 지나친 코르티솔을 분비시켜 문맥이 아닌, 문장을 보게 한다. 전체가 아닌 부분을 보게 해서 곱셈식을 나눗셈 식으로 계산하게 되거나, 혹은 덧셈식을 뺄셈식으로 계산하게 만든다. 논리적, 추상적 사고가 아닌 자동적 사고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조절이 학습능력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인 중 하나일 것이다. 자기조절, 만족지연능력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양육환경과 관련이 있으니 근접한 곳에서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2. 학습내용의 결손이냐? 학습능력의 부진이냐?

보충지도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학습부진은 ‘노력 혹은 경험의 부족’이라는 것이다. 배울 기회가 있었음에도 학생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배울 기회가 적어서 적절한 피드백를 받지 못해 성취가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대체로 한 가지 방법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보충지도다.

보충지도는 효과가 즉각적이다. 왜 그럴까? 대상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지도해야 할 학생 수가 교실 수업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다. 이는 피드백의 양과 질을 담보한다. 이는 다시 학습경험 부족과 핫습능력 부진에 의한 낮은 성취를 막아준다.(그래서 학급 당 학생 수가 중요하다. 값비싼 사립학교들이 교사 1인당-비교과교사들 빼고-학생 수가 적은 이유다. 결국 돈이다.)

보충지도를 통해 성취를 높인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간다. 그런데 낮은 성취가 반복된다. 왜 그럴까?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근접한(항상 학생의 옆에 있는) 교사의 즉각적인 피드백(빠른 피드백은 주의를 지속하게 만들고, 자신의 오인을 즉각 수정하게 도와주는)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학습내용의 결손이건, 학습능력의 부진이건 둘 다 교사의 적절한 피드백과 수업이 결정적이다. 효과적인 피드백의 3가지 조건. 즉시, 자주, 간격을 좁게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려면 학생 가까이에 교사가 있어야하고, 학생의 수행에 교사가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학습내용이 결손일 경우 적절한 피드백은 목표로 한 성취수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하고, 학습능력의 부진인 경우 적절한 피드백은 인지능력 향상을 도와주는 훈련의 일종이기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기억력, 이해력, 주의집중력, 사고력, 창의성 등은 전부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된다. 특히 학습능력이 부진한 아이들 일수록 상호작용은 성장의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보충지도는 바로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이 때 프로그램 운영 내용과 보충지도를 하는 교사와의 관계가 보충지도에 참여하는 동기의 지속성에 영향을 준다. 프로그램 구성이 수행목표 중심이냐, 숙달목표 중심이냐. 학습결손 보충 중심이냐, 학습능력 향상 중심이냐. 학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숙달목표 중심이어야 하고, 학습능력향상 중심이어야 한다. 자기 능력의 향상을 느끼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억, 이해, 주의집중, 사고를 신장하는 활동이어야 하며, 숙달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학생이 유능감을 경험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적인 실내 활동으로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활동, 선을 그리는 활동, 명도와 채도에 따라 색을 칠하는 활동, 단순하지만 시각적 주의력과 기억력을 키우는 치킨차차, 도블, 숫자 받아쓰기, 숫자 빼기, 낱말 거꾸로 말하기, 자모음 찾기 등 활용 가능한 활동은 참 많다.

동적인 실외 활동은 어떤가? 근력과 심폐지구력은 Cortisol로부터 신체와 뇌를 보호한다. 이는 정서조절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훼손을 막고, 오히려 더 확장시켜준다. 즉, 상황과 맥락에 맞게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놀이나 체육활동을 통한 신체적 움직임은 학습능력 향상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최대 심박수의 75%~85%에 이르는 신체 활동을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해야할 단어가 있다. 바로 심박수다. 신체 발달에 따라 움직임이 민첩하기도 하고 둔하기 하다. 하지만 둔한 움직임이라고 심박수까지 느린 것은 아닐 수 있다. 체격이 크건, 작건 사람마다 주어진 심장 기능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심박수를 재는 도구를 활용한다. 아이들 팔목에 심박수를 재는 기구를 착용토록 하고 신체활동을 하면 최대 심박수 도달여부도 확인이 가능하고, 신체활동 시간의 비율을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하다.

3. 수업과 학생 수, 그리고 보충지도..."학급당 학생 수 적을 수록 좋아"

앞서 언급한 대로 학업성취에 미치는 중요한 변인은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피드백의 양과 질이다. 따라서 학급당 학생 수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교사 1인이 제공하는 피드백의 양과 질이 정해져 있다면, 학생 수가 적을수록 피드백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NIES가 만들어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교원업무 정상화였다. 교사의 본분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NIES를 구축하는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결재를 위해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교장과 교감은 없기 때문이다. 각종 출장과 회의 등으로 늘 부재하기 마련이었고, 이는 다시 내부결재 중 전결사항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부장, 교감, 교장까지 업무의 경중에 따라 결재라인을 다양화함으로써 빠른 업무처리를 표방했다. 그렇다.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또 보충지도 자체가 업무가 된다.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초학력 업무 담당교사가 학교 전체 프로그램을 계획 운영하고, 이를 교육청에 보고한다. 뿐인가?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할 도구는 부재하고, 도구가 있더라도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4. 기초학력 부진아 지도의 근본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문화 정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교사가 업무보다 학생 가까이에 머물러야 한다(근접성). 학생의 수행에 즉각적이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반응성). 이는 혁신학교의 출발점이 되었던 남한산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혁신학교란 교사와 학생이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지, 교육청의 혁신학교 지정을 통해 혁신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 인지, 정서 발달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다수의 학생과 함께 학습하는 공간에서도 평균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경험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신장하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학습내용 결손을 보충하는 보충지도 방식은 교실로 돌아오면 낮은 학업성취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셋째,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 습관, 식습관, 여가활동의 종류 등에 대해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학부모 안내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업성취가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의 결정적 차이는 생활패턴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불규칙한 수면패턴, 치우친 식단, 편향된 여가활동은 신체, 인지, 정서발달을 가로막는다. 이 요인들이 뇌 발달과 신체 발달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함이 긴장을 지속시켜 과도한 Cortisol 분비가 이뤄지며, 이는 낮은 주의집중 및 충동조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넷째, 보충지도나 학부모 교육에 대한 강제 권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학교에서 보충지도를 하면 자신의 아이가 부진아라 낙인찍힌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다. 사실 학교에서 기초학습 부진아지도는 기피업무다. 어렵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앉아 있으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들. 무엇보다 학교가 아닌 학원을 신뢰하고 기대하는 학부모들에게 기초학습 부진아 지도는 일종의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인 셈이다.

그래서 몇 년 전 기초학습 부진아 지도가 아니라 ‘기초학습능력 향상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1년간 운영한 바 있었다.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들의 반발과 불참을 막기 위해서 였다. 사실 학습내용 결손을 보충하는 수업은 하나도 없었다. 전부 인지, 정서, 신체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들뿐이었다. 하지만 학원 시간에 밀려 조금씩 참가학생이 줄어들었다. 학부모들 역시 적극적이지 않았다.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기초학습 보충지도보다 기초학습능력 향상프로그램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학습능력향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결론을 내려 보자. 부진아 지도는 어렵다. 더구나 학생 가까이에서 학생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은 매우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아이의 발달과 성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교사와 학생의 말과 행동에 대해 깊고 오래된 관심과 관찰을 할 수 있는 학교문화. 이는 교사들의 자생적인 공부모임과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지원하는 행정시스템에서만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