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 '토론'에서는...
"선언적 주장, 미션 차원 넘어 전체 교사 대상
체계적이고 집중적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지난 17일 서울고 강당에서는 '2018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사진=지준호 기자
지난 17일 서울고 강당에서는 '2018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사진=지준호 기자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지난 17일 한국교육연구소가 개최한 ‘2018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에서 2015개정 교육과정에 명문화한 ‘6대 핵심역량’과 ‘새로운 학력’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희정 서울 정릉초 교사는 “새로운 학력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참된 학력인가, 그렇다면 과거의 학력은 참되지 못한 학력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한 교사는 “새로운 학력이 참된 학력이라는 근거와 새로운 학력에 핵심역량이 결합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교육과정-수업-평가 체제의 일관성이 새로운 학력을 구현해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자 결과가 맞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공부했던 교육 방법이 가능하지도 않았고, 의미 있지도 않았으며,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음을 깨달았다”며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인지,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고민속에서 현장 교사들은 국가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아니라 실천적 지식을 통해 답을 찾아왔다”며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수학습의 변화와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초등학교 학습자의 발달적 과업이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과 중심주의로 개발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학교와 교실의 실천적 현실을 인식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계몽적으로 개발되고 전달되는 국가교육과정 시스템, 중등 중심 시스템에 종속되는 초등 교육과정 등 문제를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학생, 교사, 학교를 지도와 통제, 관리와 감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발달 가능성과 잠재성을 지닌 교육 주체로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17일 서울고 강당에서 열린 '2018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 자료집.
지난 17일 서울고 강당에서 열린 '2018 현장교원 중심 교육과정 포럼' 자료집. 사진=지준호 기자

현병순 빛고을혁신학교지원센터 교사는 ‘학교 간 격차와 교사 간 격차’ 문제를 제기했다.

현 교사는 “혁신학교와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두루 살펴보니 교육과정-수업-평가에 있어 교사 간 격차, 학교 간 격차가 엄청나게 큰 것을 발견했다”며 “혁신학교에서는 학교의 총체적 상과 교육과정을 그려가고 있지만, 일반학교에서는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상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학력관이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역량은 개별 교과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청 차원에서는 일반 학교에서 집단지성으로 학교교육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사 간 격차에 대해서는 “교사는 교육과정을 읽어본 교사와 교육과정을 읽어보지 않은 교사, 교육과정을 해석하는 교사와 교과서대로 따르는 교사로 나눌 수 있다”며 “혁신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자극하고 격려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학교 교사들에게 교과교육과정에 관해 이야기하면 생소해한다”면서 “교사의 자각과 전문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의미와 설계방법, 학생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 절대평가·과정평가·질적평가 등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와 등을 실제로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연구하고 실천하게 할 것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애령 경희여고 교사는 “활동중심 수업, 협력학습, 토의토론 학습, 주제통합 수업이 의미 있게 이루어지려면 각 교과의 핵심개념에 대한 이해와 숙지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학력을 함양한다는 이유로 암기교육과 핵심개념에 대한 이론적 학습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강의식 수업과 지식의 반복 학습은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입시교육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며 “학생의 활동중심 수업은 ‘절대 선’이고 강의식·암기식 교육방법은 ‘절대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새로운 학력이 현장에 정착하기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김 교사는 “교사에게 새로운 학력에 대한 미션을 주고 자율성을 준다고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사와 교육이 변해야한다는 당위적이고 선언적 주장과 미션을 부과하는 차원을 넘어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교육과정-수업-평가 체제의 일체화를 가로막는 요소로는 ▲대학입시에 포획된 고교 교육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과 교사들의 수업시수 확보 어려움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교육 외적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 ▲연구공간 부족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