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뭣이 중한가요?”...학원 시간보다 생활지도
[현장칼럼] “뭣이 중한가요?”...학원 시간보다 생활지도
  • 권호영 기자
  • 승인 2018.11.2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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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하교 준비 시간. 갑자기 여자 아이 한 명이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남자아이는 깔깔깔 소리내며 웃기 시작했다. 직감했다. 놀렸구나. 나는 정색했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여자 아이에게 왜 우는지 물었다. 아이는 울면서 대답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다 의자 등받이에 턱을 부딪쳤다.

"*덕 같아."

옆의 남자 아이가 했던 말. 그럼에도 남자아이는 계속 웃었다. 남자 아이에게 물었다. 여자 아이의 턱이 의자 등받이에 부딪친 장면을 보고 남자아이는 턱이 긴 유튜버가 생각났다고 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장애의 뜻이 무엇이지? '사람이 사람을 거리끼는 행위요.' 선생님이 언제 야단친다고 했지?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을 때요.' 지금 너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니? '비도덕적인 행동이요.'

아이의 웃음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 역시 노기를 없애기 어려웠다. 인사를 세 번 했다. 이미 하교 시간은 한 참 지나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집으로 가기 위해 실내화 주머니를 챙겨 들었다. 다른 아이가 남자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미안하다고. 너희들 모두가 나 때문에 학원 시간이 늦어서.

보낼 수 없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남자 아이를 남겼다.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아이에게 물었다. 장애의 뜻이 무엇이지? '사람이 사람을 거리끼는 행위요.' 선생님이 언제 야단친다고 했지?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을 때요.' 지금 너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니? '비도덕적인 행동이요.'......다른 아이가 남자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미안하다고. 너희들 모두가 나 때문에 학원 시간이 늦어서.

-왜 남으라고 했을까?

-제가 웃어서요.

-왜 웃었니?

-여자 아이 턱이 의자에 부딪치는게 꼭 *덕 같아서요.

-여자 아이가 턱이 아픈데 턱이 길다고 놀린 거네?

-그렇죠.

-그런데 계속 웃었어?

-웃기니까요.

-**이한테 안 미안해?

-네. 반 애들한테 미안한데요. 저 때문에 다들 학원 시간 늦었잖아요.

-학원시간 늦은 건 선생님이 미안해 할 일인데.

-저 때문에 선생님이 야단치셨잖아요.

-학원시간 보다 중요한 게 있었거든.

-뭐요?

-피해자의 고통. 네가 1학기 때 **이가 하지 말라는데 간지럼 태운다고 힘들다고 했지?

-네.

-너의 고통을 다른 친구들이 알아주었니?

-아뇨.

-그래.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 주려고. 다친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걔도 저한테

-아니. 핑계 대지마. 그 친구랑 너를 비교하지 마. 1학기 때의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해야지. 그 때보다 지금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봐야지.

-1학기 때 키가 148이었고, 지금은 150이 넘는데요.

-네 키 말고, 네 마음. 네 인격 말이야. 네 키는 가만히 있어도 크지만 네 인격은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조금도 크지 않아. 나이 값 못하는 어른들 많지?

-네.

-눈에 보이는 키나 성적을 높이는데 애를 쓰는 사람은 많아도 자신의 인격이나 마음이 자라는 데 애를 쓰는 사람은 드물거든. 나는 네가 마음이 자라는데 애를 쓰는 사람이기를 바래.

**이한테 안 미안해? 네. 반 애들한테 미안한데요. 저 때문에 다들 학원 시간 늦었잖아요. 학원시간 늦은 건 선생님이 미안해 할 일인데.......아니. 핑계 대지마. 그 친구랑 너를 비교하지 마. 1학기 때의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해야지. 눈에 보이는 키나 성적을 높이는데 애를 쓰는 사람은 많아도 자신의 인격이나 마음이 자라는 데 애를 쓰는 사람은 드물거든. 나는 네가 마음이 자라는데 애를 쓰는 사람이기를 바래.

학원 시간에 맞춰 하교 시켜달라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 분들에게 묻고 싶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권호영 기자  lovtome34@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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