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수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법학박사/전 의정부호동초 교장

교육부가 지난 10일부터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 들어갔다. 주요 내용은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일 경우 학교장 ‘자체종결제’ 도입 고려다. 이를 위해 전문가·이해관계자 30명으로 구성된 정책 참여단을 구성하고, 최근 일반인 10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듀인뉴스>에서는 학교폭력 담당 교원 및 변호사, 전문가 등에게 ‘학교폭력 숙려제에 바란다’ 릴레이 기고를 기획,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임종수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법학박사/전 의정부호동초 교장

교육부의 교육정책 숙려제는 국민적 관심이나 파급력이 큰 교육정책에 대해 정책 형성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이미 대학입시제도 개편안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등에 관하여 접근한 바 있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였고, 이번에는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진행 중이다.

학교폭력에 관한 우려가 국민의 현안과제이고 특히 초·중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와 교사는 교육정책 방향에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으므로 정책 형성과정에 숙려제를 도입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학교폭력 제도의 모순과 실책...늦었지만 만회하는 계기 되기를

학교폭력 숙려제의 중점 논의 과제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 차원의 자체종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과, 가해 학생 조치사항 중 경미한 사항에 한하여 학생부에 기재 하지 않는 방안이지만 숙려제를 통해 그동안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제도의 모순과 실책을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근본적으로 학교는 교육 목적으로 설립된 공동체이므로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갈등을 일반 사회공동체처럼 사법 행정 제도로 해소하려고 한다면 교육을 본질로 하는 학교의 기능은 상실된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초·중등학생에게 형법에 규정된 범죄 유형을 적용하여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있지만, 형법은 범죄와 형벌의 관계를 규정한 법규범이고 형법의 원칙 중 보충성 원칙은 다른 사회적 통제수단으로는 법익을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될 것을 요구한다.

학교는 육체적 감성적으로 성숙 과정인 인격체를 대상으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특정 학생의 행위 결과보다도 행위의 동기나 과정을 지도하고 예방하여 품성을 도야하는 교육 공동체인데도, 우발적 일시적 행위의 결과조차도 폭행 상해 협박 등의 범죄 유형을 적용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범죄 사회학적으로도 상당한 모순을 지니고 있다.

또 학교폭력예방법은 일반사회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법규범을 답습하고 형법의 근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교육현장에 이식한 규정으로 말미암아 학부모들이 흔히 표현하는 6~ 7세 정도의 초등 저학년 아동, 이른바 철모르는 아이들의 장난조차도 가해 학생으로 처벌하는 것은 교육현장의 실태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학교의 교육기능 상실 조장한 교육부 반성해야

하지만 더 큰 과오는 학교의 교육 기능 상실을 교육부가 조장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 목적달성을 위한 학교공동체의 법 규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행정 기관의 민원 해결과 사법기관의 징벌적 처벌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어, 교사들이 가해 피해 학생 모두 제자로서 훈육하고자 하는 스승으로서의 열정과 사명조차도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현장에서는 지난 수년간 교사의 지도 재량권 부여와 학교장 중심 자체종결 등을 요구하여왔지만, 교육부는 교사를 학생지도가 아닌 신고 중심인 일방적 학교폭력 가이드라인에 예속시키고, 경미한 사안도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지도하거나 축소 은폐하면 징계 처벌하는 강압적 지휘체계만 고수했다.

 교육부는 교사를 학생지도가 아닌 신고 중심인 일방적 학교폭력 가이드라인에 예속시키고,

경미한 사안도 신고하지 않고 임의로 지도하거나 축소 은폐하면 징계 처벌하는 강압적 지휘체계만 고수했다. 

숙려제를 통해 징벌·신고·민원해결 위주 학교폭력 제도에 대한 파장을 교육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누적되어온 현장의 결과는, 교사와 교장 등은 징계 처벌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인해 폭력 관련 학생에 대한 적극적이고 헌신적 지도를 저버리고 교육부 매뉴얼에 따른 신고만으로 징계를 회피해왔고, 학부모는 자녀의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우려로 인해 2차적인 갈등과 쟁송만 키워왔다.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학생과 오랫동안 밀접하게 교류한 교사는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태도와 품성 그리고 사건 발생 정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일시적 우발적 사안이나 경미한 사안에 대한 판단과 개별적 구체적인 방법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사의 학생 지도권을 박탈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부 기재 당위성 전반적 재검토 필요

교육부의 숙려제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교사와 교장 등에게 학교 차원의 자체종결 권한을 부여해 의무적 신고를 벗어나 학생을 적극적으로 훈육 교화하고자 하는 교사의 의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또 가해 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여 낙인을 찍고자 하는 징벌 중심 처벌제도는 경미한 사고에 대해 기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학생부 기재의 당위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요청된다.

그러나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는 전문가나 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제도이고 최종 결정은 교육부에 있으므로, 숙려제를 통해 그동안 교육부의 학교폭력 제도의 징벌·신고·민원해결 위주의 학교폭력 제도에 대한 파장을 반성해 교사의 지도 재량권을 확대하고 학교 자체 해결을 통한 교육중심 제도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