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사상 수상 김홍성 음성 한일중학교 교사
"진학 위한, 학생부 시간 채우기 봉사 지양해야"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입니다. 늘 그렇지만 연말에는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로 따뜻한 마음을 느끼려는 기부와 봉사 등 행사들이 늘어납니다. 특정한 시기에만, 아니 올 한해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알차게 행복과 기쁨을 나누며 보낸 교육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아듀! 2018- 따뜻한 당신’ 기획을 통해 <에듀인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지난 3일 충북교육청은 제16회 충북교사상 시상식을 열고 김홍성 음성 한일중 교사를 봉사부분에 선정·시상했다. 학교에서 한일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는 김 교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봉사는 내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대학 진학을 위한 봉사활동, 학생부의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활동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사를 하면서 주변을 살피게 됐다. 나의 도움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김 교사는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삶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봉사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했다.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우니 첫 봉사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 손을 내밀어 도와줄 수 있는 집안일부터 찾아보라”고 말하는 그는 봉사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래는 봉사할 때 가장 큰 미소를 짓게 된다는 김홍성 교사와의 일문일답.

지난 3일 김홍성 충북 음성중 교사는 제16회 충북 교사상 봉사부분에 선정돼 시상했다. 사진은 김병우 충북교육감(오른쪽)과의 기념 촬영. 사진=김홍성 교사
김홍성 충북 음성 한일중 교사는 지난 3일 제16회 충북 교사상 봉사부분 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김병우 충북교육감(오른쪽)과의 기념 촬영. 사진=김홍성 교사

▲자기 소개를 한다면.

충북 음성 한일중학교에서 수학 교과를 지도하고 있으며 학생안전부장과 한일봉사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그 안에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자 애쓰고 있다.

▲지난 3일 ‘제16회 충북 교사상 봉사부문’에 선정됐다. 기분이 어떤가.

명예로운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어깨도 무겁다. 앞으로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더욱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동료 교사, 학생들과 함께 지속해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봉사활동을 하겠다.

주변 선생님 보고 따라 시작..."오히려 내 삶이 이롭게 변화하더라"

▲‘봉사’는 말 그대로 ‘남을 위하여’ 하는 행위를 일컫는데. 언제부터 봉사에 나섰나?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교직을 시작하며 지역 사회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던 중 주변 선생님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노인정 봉사활동 및 읍내 주변 정화 활동과 문화재 보호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 같다.

▲보통 봉사를 하면 봉사자의 삶도 바뀐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삶에도 달라진 점이 있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주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한 사람의 작은 도움이 어느 곳에서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또한,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것 같다.

남을 위해 했던 봉사활동이 나비효과처럼 나의 삶을 이롭게 변화시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교직에 있다 보니 주로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학생과 함께 한 봉사활동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2011년부터 3년 동안 선생님들의 자장면 봉사단체인 ‘분필로 여는 세상’에 도우미로 참여했다. 이때 2개월 마다 충북 음성에서 청주를 오가며 봉사활동에 참여한 정윤구, 전근희, 박은규, 김한중 학생들이 생각난다.

너희들이 생각난다. '정윤구, 전근희, 박은규, 김한중'

김홍성 교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한 한일봉사단을 운영한다. 사진은 음성 관내 마을 노인정을 찾아 뻥튀기를 기부한 모습이다. 사진=김홍성 교사
김홍성 교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슬로건으로 한 한일봉사단을 운영한다. 사진은 음성 관내 마을 노인정을 찾아 뻥튀기를 기부한 모습. 사진=김홍성 교사

또한 이 4명의 학생을 포함한 한일봉사단 20여 명의 학생들은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음성관내에 있는 밝은언덕노인요양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봉사활동을 했다. 주로 위문공연, 말벗되기, 어깨 주무르기, 방 청소하기,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자장면·와플·뻥튀기 만들어 함께 먹기, 사탕 목걸이 만들어 드리기 등의 활동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도 그 당시 다수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다른 봉사활동도 하러 가자고 제의를 해 대견했고 교사로서 성취감도 느꼈다. 아직도 그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 시간 쪼개 하는 것이 진짜 봉사..."봉사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기획 필요"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학생들도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은데. 실제로 학생들에게서 달라진 점을 느낀 것이 있나.

“봉사는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다.” 내가 늘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대부분 학생은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 한일봉사단 회원들은 지속적인 봉사교육을 통해 봉사활동을 하나의 놀이처럼 기쁘게 생각하고 즐겁게 참여한다.

물론 봉사활동이 힘들고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봉사단 친구들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언제 어디로 봉사활동을 가느냐고 묻고 틈만 나면 봉사활동을 가자고 한다. 그래서 회원들의 참여도가 증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봉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실천하면서 그 의미를 느끼게 하고 그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와 자기 존중감을 깨닫게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대하면서 익숙해지다 보면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봉사활동을 기획하는 사람은 봉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사전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가정과 함께하는 토요학교’ 도우미 활동을 하는데. 가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은 요즘 가정과 지역사회,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가정, 지역사회, 학교는 본질적으로 이원화할 수 없다. 최근 대부분의 학생 문제는 약화한 가정의 기능에서 기인한다. 학교 교육은 사회 변화와 발전을 위해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교육 체제 안에서 교육 활동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 지역사회는 이러한 학교 교육을 통해 양성한 인재를 얻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가정과 사회의 문제는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므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 학생의 바른 성장과 학습을 위해 지역주민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지역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봉사를 미루는 이들에게..."시작이 반이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보길"

▲‘마음은 굴뚝같은데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봉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이 많다. 봉사활동에 쉽게 다가갈 방법이 있을까? 추천하고 싶은 봉사활동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지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처럼 봉사활동도 그렇다. 가정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 등이 작지만 봉사의 시작이다. 이렇게 주변의 일들을 도와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봉사가 시작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김홍성 교사가 운영하는 한일봉사단 소속 학생들은 요양원을 찾아 윷놀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 사진=김홍성 교사
김홍성 교사가 운영하는 한일봉사단 소속 학생들은 요양원을 찾아 윷놀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 사진=김홍성 교사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홀몸노인이 늘고 있다. 이분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지속해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생각으로 봉사를 한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간 봉사한 것을 참고하여 뜻깊은 봉사활동을 위한 제안을 해달라.

학생들이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바자회에 가져와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산 생필품이나 연탄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들을 찾아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것 등이 뜻깊은 봉사활동이라고 본다.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이 가장 의미있는 봉사활동이 아닐까 싶다.

▲교육자로서 올 한해 교육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2018학년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인권과 교권 더 나아가 스쿨미투까지 혼란스러웠던 한 해였다. 학생중심을 앞세운 이론에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우고, 학교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교권을 회복시켜 교원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교권이 보호되어야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될 수 있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교권’이라고 본다. 적어도 교사라면 학생 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봉사,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만드는 것!

▲봉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보태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행동이 있다면 ‘봉사’는 시작이다.

‘봉사’로 시작된 나의 변화, 이 변화는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을, 내가 사는 동네를, 내가 사는 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결국 ‘봉사’는 우리 모두를 변화시킬 것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