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면접 준비로 준비했던 나의 11월 교실
교사, 경찰, 심리상담사 등 준비하는 아이들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흔들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다. 교육 현장에 사과나무를 심는 교사들의 이야기.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 본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를 출제 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를 출제 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는 11월 내내 치열했다.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그 날이 도리어 폭풍전야처럼 한가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학생들을 받아 3년이 내내 입시철이지만 유독 11월이면 정신없이 바쁘다. 수능직전까지 시험지를 물리기 직전까지 바늘방석이지만 교사들은 ‘생기부 마감’에 거기 더 얹어 면접 준비까지 뛰어야 하니 그러했다.

교사가 되고 싶어 교대에 진학하려는 아이와 경찰이 되고 싶어 경찰행정학과에 가려는 아이,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어 심리학과, 상담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아이 그리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지원하는 아이가 내가 이번 면접 집중 훈련(?)을 맡은 대상이었다. 시간표를 짜서 순서를 정했다. 몇 아이가 내게 배정(?)되었다.

선생님이 되고파하는 아이에게

교육대학 면접 일정이 제일 먼저기에 교대에 가려는 아이가 제일 먼저 나를 찾아왔다. 흔한 질문이 오고 갔다. 지원 동기부터 시작해 ‘좋은 교사란 어떤 교사라고 생각하나’,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있는데 교실 안에서 왕따 사건이 일어났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 같은가’, ‘요즘 한창 유행인 유튜브에 중독된 학생이 있다. 영상 흉내 내기는 기본, 그 말투 따라 하기 등 ‘유튜브식’ 행동으로 친구들을 주도해 간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등 현안중심으로 위기관리는 물론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 등에 대해 다루었다. 주로 교실 내 폭력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이 ‘교사지망생’은 당황스러운 상황 설정들에 대해 꼭 자기 수준(?)의 대응책과 막연하고 추상적인 답변을 쏟아 냈다.

교사의 기본은 학생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사랑이다.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결국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어린 시절의 첫 경험이 아이들을 평생 움츠러들게도 하고 기를 펴게도 하며 사람을 신뢰하게도 하고 불신하게도 할 것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교사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처방은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사랑임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차피 교사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한 아이라면 그 정도의 기본기는 일단 필수니까.

하다 보니 교사지망생인 아이에겐 이야기가 길어져 두 시간만 하기로 했는데 두 배의 시간을 쓰고 말았다. 원론과 각론까지.

면접을 다녀와 “잘 했느냐” 물으니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그럭저럭 한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 요란스럽지 않은 성격으로 보아 나름 흡족하게 면접을 치른 것 같고 합격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 금성고에서는 매년 11월, 수능이 끝나면 대학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조윤희 교사
부산 금성고에서는 매년 11월, 수능이 끝나면 대학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조윤희 교사

경찰을 준비하는 아이에게

국가관을 제일 먼저 점검했다. 우리나라에서 ‘제복 입은 사람들’이 받는 불신과 고초를 모르지 않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여겼다. 아울러 통일관까지. 순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평소 필자와 함께 2년간 수업을 했던 학생이었기에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는 터라 세부적인 사항들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정도로 진행이 되었다. 그러나 ‘경찰 행정’이니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경악할 만큼 잔인하고 광폭한 범죄에 관한 문제를 반드시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끔찍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학생 “사람들이 각박해지고 인간성은 말살되고 따뜻한 인간미가 사라진 결과, 인성이 파괴된 탓으로 보입니다.”
선생님 “그럼 대안이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거라는 말씀인가요?”
학생 “예, 특히 대도시의 삭막한 개인주의가 가져온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그럼 도시에서 공동체 의식을 제고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광폭한 범죄를 줄이는 대안이 될까요? 도시에서만 범죄가 일어납니까? 농촌은 안 일어나요?”
학생 “범죄 발생 건수가 도시가 훨씬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후 모의면접은 더 살벌(?)하게 진행되었다. 대도시 거주 인구가 농촌보다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 거주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이며, 도시 인구 대비 농촌 인구 비율로 따져도 농촌 범죄율이 낮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어지는 질문에 학생은 답변하지 못했다. 설명을 이어갔다.

“범죄 유형은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점점 끔찍하고 잔인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인간존중 교육의 부재고 가정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의 부재다. 자네가 생각하는 개인의 부재는 혹 독립되고 각성된 개인의 부재가 아닌,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개인주의’라고 잘못 부르는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 개인주의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개인주의라 함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을 중시하는 이념이다. 이러한 생각을 제대로 가진 사람은 타인의 인권을 침범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짓까지 절대 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리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존중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곧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아울러 나의 자유와 존엄을 지켜주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개인의 권리를 위임받는 공권력은 그것을 남용하지 말 것이며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고 존중하는 생각을 흔들리지 않음으로써 이 사회가 서서히 잔인한 범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간 아이는 면접이 끝나자마자 내게 전화를 했다.

학생 “선생님, 대애~~~박!”
선생님 “왜? 무슨 일인데?”
학생 “선생님 질문이랑 똑같은 질문 받았어요! 예상문제가 완전 똑같은 일이 일어나다니요?”
선생님 “지금 세상이 그러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해 볼만 한 질문 아니겠냐?”

아이는 나름 자기 생각까지 보태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답변을 잘했다고 했다. 물론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다. 예상 문제 ‘족집게 선생’이 되는 바람에 모의면접 신청자가 예상보다 늘어나 며칠간은 정신없이 바빴다. 식사시간도 반납하고 모의면접이 진행되었다.

나의 봄을 찾아 문을 두드리는 청춘이 아름답다

이어진 모의면접에선 전공도 다양했다. 상담심리를 준비하는 아이에겐 상담자로서 건강한 상담자가 가져야 할 자세들을 물었고 사례 중심, 특히 필자와 함께했던 ‘또래 상담’ 이야기를 정리했다.

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를 두드리는 아이와도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 이 학생의 경우는 지원동기가 약했다. 그래서 3년간 필자와 정규 수업시간에 했던 ‘미디어를 활용한 3분 스피치’를 끌어내 지원동기를 보강했다.

학교가 새 봄을 맞이하듯, 아이들에게도 새 봄이 온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분주하고 정신없던 11월이 지났고 아이들은 수능성적표를 손에 받았다. 얼마 지나지않아 아마도 합격 또는 불합격의 소식이 날아들 것이다. 합격한 아이들에겐 기쁨과 축하를, 불합격한 아이들에겐 다음 도전을 향한 용기와 위로를 준비해야겠다.

학교는 이렇게 해마다 사계절을 보내고 맞는다. 자신의 길을 찾아 열심히 두드리고 문을 열어 새 세상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열기는 겨울을 녹일 만큼 뜨겁다. 이렇게 분주한 겨울이 지나면 죽은듯한 가지에서도 새 움이 트듯, 자신만의 문을 찾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도 새 봄이 올 것이다. 그 봄을 함께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