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사명, 평등교육 실현할 것"...비용 문제는 현실, 전국 4개교만 공립
日 2020년부터 대입 공통테스트...국어·수학 서술형, 영어 4가지 기능 평가

켄지 타카지시(Kenji TAKAGISHI) 일본 고치현 교육청 부교육감은 지난 11일 청주교대에서 열린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에 참석해 2018년 고치현 고치국제중학교를 개교하고 IB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지준호기자
겐지 다카기시(Kenji TAKAGISHI) 일본 고치현 교육청 부교육감은 지난 11일 청주교대에서 열린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에 참석해 2018년 고치현 고치국제중학교를 개교하고 IB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지준호기자

“가정의 경제상황에 구속받지 않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IB의 공교육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육의 사명인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겐지 다카기시(Kenji TAKAGISHI) 일본 고치현 교육청 부교육감은 지난 11일 청주교대에서 열린 ‘제29회 학교와 수업 연구 학술대회’에 참석해 2018년 고치현 고치국제중학교를 개교하고 IB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치현, 저출산 고령화로 시장경제 악화...지역 문제 해결 답은 '교육'

겐지 부교육감은 “고치현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현내 시장경제가 급속히 축소돼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치현의 미래를 열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고치현의 인구는 지난 2000년 81만여명에서 2018년 70만여명으로 14% 이상 감소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역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바탕으로 고치현의 미래를 열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근본 해결책으로 판단했다는 것.

겐지 부교육감은 “가정의 소득 차로 인한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며 “아이들이 가정 형편에 따라 제공받는 교육 서비스의 질이 달라져서는 안 되기에 IB를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공교육의 사명이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2014년 10월 현립고교 재편 계획 발표...'IB 인증 노력 명기'

이를 위해 고치현에서는 2014년 10월 현립고등학교 재편 계획을 발표, ‘새로운 중고등 일반학교는 글로벌 교육을 교육활동의 중심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IB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등’이라고 명기했다. 본격적으로 IB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면서 가정의 경제상황에 구속받지 않는 교육환경 만들기, 글로벌 교육 추진, 과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 육성을 함께 강조했다. 

실제로 2016년 제2기 고치현 교육진흥기본계획에는 ‘IB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과 ‘빈곤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명기돼 있다.

겐지 부교육감은 “2018년 4월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치국제중학교를 설립, 한 학년에 60명을 정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며 “2021년에는 고치국제고등학교 개교해 IB 교육과정 운영의 연속성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치현에서 설립 운영하는 국제학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른 지역 국제학교와는 다른 '일반' 중고교다.

'비용과 교원확보 문제' 전국 공립교 4개교뿐...겐지 부교육감 "예산 확보해 공립 늘릴 것"

겐지 부교육감에 따르면, 국제중 예산은 일반 공립학교와 비슷하다. 그러나 매년 100만엔 정도의 연회비와 1인 1회 9만엔의 공식 워크숍 참가비가 따로 들며 신청비용 60만엔, 교내 워크숍 개최비용 40만엔은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더해 강사 초빙과 파견, 정보 수집을 위한 여비 등에 매년 300만엔 정도 추가로 필요하다.

발표 자료에 의하면, 일본에는 2018년 4월 현재 총 126개교에서 IB 인증을 받았거나 후보학교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중 공립학교는 4개교에 불과하다. 올 4월 '사이타마시립오미야국제중등교육학교'와 '현립히로시마에이치학원'이 추가로 문을 열지만 숫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는 “공립학교가 적은 이유는 비용과 교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사립학교의 숫자가 많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겐지 부교육감은 “일본의 경우 일반 사립중고교도 우리나라와 달리 수요자가 학비를 부담한다”며 “공립학교의 신청을 늘리기 위해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20년까지 IB 학교를 2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어도 빈곤의 대물림은 교육의 힘으로 끊어야 한다. IB를 도입해 세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배우고자 하는 의욕만 있으면 배움을 제공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IB를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IB 도입에 맞춰 2020년도부터 대학입학 공통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국어와 수학은 서술형으로 바꾸고, 영어의 4가지(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기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겐지 부교육감은 “앞으로는 생각하는 힘과 학생들의 탐구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그에 적합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