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첫 만남의 소중함, 그리고 첫 일기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해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에듀인뉴스] “돌아와~ 제발 얘들아~ 벌써 내려갔니??”

아직 교실에 있는 아이들 손에 ‘한해살이 안내장’을 쥐어 주며 급하게 복도로 나간다. 없다! 4층에서 1층으로 숨 가쁘게 내려갔더니 몇몇 친구들이 보인다. 밖에 나가보니 유치원 부모님들이 전부 나를 쳐다본다. 아이들을 애타게 찾는 내 손에는 한해살이 안내장 뭉텅이가 펄럭인다.

“아...저...학원 안내장 주는 사람 아니에요”

5가지 가정통신문(개인정보동의,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환경조사서, 급식, 우유)은 완벽하게 보냈는데, 다른 종이 아래 깔려 있던 ‘우리 반 한해살이’ 안내장은 왜 늦게 본걸까. 역시 가정통신문은 학생들에게 바로바로 줘야 잊지 않는다.

좌불안석, 우당탕탕...첫 날 교실에서의 '내 모습'

차가 막혀 첫 출근이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있는 4층 교실은 새로 지은 건물이라 인터넷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프린터는 오랜만에 엄청난 종이들을 토해내며 잠시 멈춘 상태. 좌불안석이다. 역시 미리미리 준비해놔야 하는데 난 왜 변하지 않는 걸까.

참쌤스쿨에서 큰 고래가 시원하게 들어간 환영판 양식을 선택했다. 아이들 이름을 넣고 급하게 한 장 뽑아 교실 앞에 붙였다. 사실 이런 환영판은 올해 처음 해본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이 이미 교실로 들어온 상황. 내가 생각한건 이게 아니었는데 어색하게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이렇게 흘러간다.

“음...지금 온 학생들은 보드마카로 이름에 동그라미 치고, 자기 이름을 원하는 곳에 적어볼까?” (학생들의 글씨체와 크기, 위치에 따라 개성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이런 활동을 했다고 말하는 나의 임기응변 능력을 셀프 칭찬한다.)

방송 조회에 내 얼굴이 나온다. 전입교사이기 때문이다. 2월 학년 준비 기간에 옆 반 신규 선생님이 찍어주신 활짝 웃는 얼굴이 참 보기 좋다. 오늘은 일부러 그 때 찍은 옷을 입고 왔다. 하지만 우리반 학생들 아무도 관심 없어 슬프다.

드디어 내 소개 시간이다! 고민하다가 작년 교실 속 내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냥 보여주려다가 테마를 나눠 보여주는 게 낫겠다는 아내님 말씀을 참고하여 7개로 나눴다.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하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것도 폭망. 일단 사진이 너무 많았고, 나의 TMI(Too Much Information) 기질이 멈추지 않아 내 입은 쉬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신비감 형성에 실패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지나쳤다.

2교시는 성기백 선생님이 알려주신 '이름 빙고'를 했다. 돌아다니며 이름을 물어보고 적는 행동을 관찰했다. 우리반은 일명 텐텐이라 불리는 남 10명, 여 10명으로 총 20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서 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개별 학생의 특성과 사연을 파악해보니 결코 쉽지 많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양보다는 질의 해가 되겠구나’라고 느꼈다.

마지막은 그림책 ‘틀려도 괜찮아’를 학생들에게 읽어줬다. 교실 맨 뒤 사물함 위에 앉아서 나름 멋들어지게 읽어줬다. 복도를 지나가던 다른 선생님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집중했고 괜찮은 시간을 보낸듯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들과 셀카를 같이 찍고 부모님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라고 숙제를 냈다. 부모님들께서 담임교사 얼굴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해 본 첫 시도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내친김에 학급 단체사진 셀카도 찍었다.^^

첫 날, 셀카로 찍은 학급단체사진. 사진제공=최창진
첫 날, 셀카로 찍은 학급단체사진. 사진제공=최창진

"3월 학기 첫 날은 언제나 쉽지 않다"

첫 날, 3교시인데도 왜 이렇게 힘든 건지 깜짝 놀랐다. 작년 6학년은 나름 즐겁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5학년은 뭔가 어렵고 힘들었다. 특히 한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덩치가 작고 엄청 아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학급운영도 내 뚜렷한 철학 없이 땜질처방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답답했다.

하지만 어쩌랴, 큰 사고 없이 아이들과 웃으며 하루를 보냈으니 아주 잘 한것이다! 1년, 길지 않은가? 차곡차곡 하나씩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장하자고 다짐해본다.

오후엔 신규 선생님들 취임식에 참석하고 2단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3월 교육활동계획을 살펴보고 전문적학습공동체 회의를 주관했다. 퇴근 시간까지 각종 회의와 연수로 정말 정신없게 시간은 흘러갔다. 정신을 차려보면 퇴근시간이다. 분명 어제는 완전 여유로웠는데 이제 정말 시작이긴 하나보다.

"초심을 잃지 말자", "학생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자",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인격이 향기로운 교사가 되자"

신규 선생님 네 분의 인상적인 취임사를 다시금 새겨본다. 첫 날, 첫 만남, 첫 수업, 첫 이야기, 첫 교단일기.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