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교육권,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나?
교사의 교육권,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나?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3.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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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해야 할 일’, ‘해도 되는 일’, ‘안 해도 되는 일’
‘절대로 하면 안 될 일’ 등 정해 책임범위 분명히 해야

[에듀인뉴스] 교권침해는 교육계의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교권의 개념과 보호해야 할 교육활동의 범위에 대한 교직사회의 합의는 미흡하다. 정부 대책도 대증치료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교사들의 공포심과 업무기피증이 일상화되며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교육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보호해야 할 교사의 교육활동의 범위와 기준을 모색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자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과 함께하는 '송원재와 교권 제대로 알기' 연재를 기획했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초‧중등교육법 제12~14조는 교육 당사자인 학습자‧보호자‧교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 학습자 : 학습자의 기본인권은 존중되고 보호되며, 교육내용·교육방법·교재‧교육시설은 학습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학습자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또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학교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 보호자 : 보호자는 보호하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또 보호하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 교원 : 교원은 교육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교원의 교육활동은 학생을 상대로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적성을 계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개별 교육활동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은 교원에게 위임되어 있다. 일차적 판단기준은 교육전문가인 교원에게 맡겨져 있고, 권한을 위임받은 교원에게 부여된 직무상 권한이 ‘교육권’이다.

같은 법 제14조는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교원에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이 교육외적 간섭이나 개입 없이 정상적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게 하려는 교육권 보호장치다.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신분불안에 시달리는 교원에게 정상적 교육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럼 교원에게 위임된 교육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 질문은 교원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교육활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묻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4항은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말할 뿐, 그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한 게 없다. 여기서 ‘법령’은 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과 하위규정들이다. 그 때문에 특정 사안이 교권침해인지 아닌지, 논란이 벌어지기 일쑤다.

분명한 것은, 교원에게는 국가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한, 얼마든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교육활동을 할 권한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법령을 위배하지 않는 교원의 모든 교육활동은 보호대상이라는 얘기다. 뒤집어 얘기하면, 법령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체벌이나 폭언, 성희롱 같은 행위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니므로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이다.

종합해 보면, 교원에게 부여된 교육권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자연권처럼 부정할 수 없는 본질적 권리가 아니라, 교육활동이라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교원에게 부여된 권한이라는 뜻이다.

교원의 직무의 핵심이 ‘학생의 학습권 실현’이라는 점을 전제한다면, 교원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에 가깝다. 교권을 교사의 권위 또는 자연권의 일부로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시각은 이 대목에서 항로를 달리한다.

그러나 교육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는 교육적 성취를 위한 칭찬‧격려‧포상은 물론, 학교규칙을 위반하거나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질서를 문란케 하는 학생에 대한 규제‧통제‧징벌 등, 교육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 참고로 미국 뉴욕주 공립학교에서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들어 조치하고 있다.

- 생활지도 교사가 관할하는 정학교실에 머물게 한다.
- 학부모를 학교로 소환해 아이를 데려가도록 한다.
- 유기정학 처리를 하고 학생은 정학교실로 등교시켜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 학생 간, 학생-교사 간 육체적 다툼이 일어나면 학교 내 경찰이 제압한다.
- 수업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해치는 학생은 다른 학급으로 재배치한다.
- 학생으로부터 육체적 위협을 받은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요구할 수 있다.
- 학생의 문제행동이 장기간 고쳐지지 않으면 낙제 처리한다.
- 문제행동이 심한 경우는 학교장이 학부모를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

교원에게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는 학생들 앞에서 교원의 권위를 세워주거나 쾌적한 근무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한 게 아니다. 그것은 한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일종의 공권력(?) 행사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활동에서는 학생의 특정한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구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 교사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학생의 모욕적 언동에 직면하게 되면 분노를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수업을 방해하면 짜증이 솟구치게 마련이다.처음엔 참고 넘어가지만 문제상황이 지속되면 억눌렀던 분노가 화산처럼 터진다. 대부분의 ‘사고’는 그런 때 터진다.

그럴 때 교사가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지금 이 학생의 행위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학습권 침해라고 판단되면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분리하여 교장‧교감 또는 다른 교사에게 인계하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정답이다. 보호자 없이 그냥 교실 밖으로 쫓아내면 아동방치, 학습권 박탈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교실 밖으로 쫓겨난 학생이 학교를 빠져나가 다른 사고라도 내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사 개인에 대한 모욕이나 공격에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옳다. 수치심과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일단 학생들에게 사유를 말하고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불상사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분노를 폭발시킴으로써 촉발된다. 교사의 분노와 학생의 저항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교육적 지도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교사도 알고 학생도 안다.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극단으로 몰고 간다.

학생 생활지도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2004년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학생의 생활지도는 교원의 공적인 교육활동 영역에서 빠졌다. 현재 생활지도의 근거는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생활규정 같은 학교규칙 뿐이다. 교원이 학생의 용의‧복장 등 생활지도를 하다가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교권침해에도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활지도는 질책과 비난이 아닌 조언과 지도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의 범위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외국의 경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만들고, 교원이 그 기준을 넘지 않는 한 일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도 교원이 ‘반드시 해야 할 일’, ‘해도 되는 일’, ‘안 해도 되는 일’, ‘절대로 하면 안 될 일’ 등을 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라 책임범위를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학생이나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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