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연구결과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행복한 인생에 대한 비전 명료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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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에서 행복은 어떻게 다루어왔나

[에듀인뉴스] 기원전 3600여 년 전부터 신시 배달국(환웅)과 고조선(단군)을 위시한 동양사회에서는 백성의 강녕(康寧;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녕)이 중요한 행복의 필요조건임을 인식하였기에, 강녕을 오복(五福)에 포함해 백성을 교화시켜 왔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반면 서구사회에서는 기원전 5세기 전후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쾌락추구 중심의 행복관을 강조하며,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건강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 후 중세까지는 개인의 건강은 신이 좌우한다는 신정체제 사회에서 개인들은 신에게 기도하고 은총을 얻으면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막연한 행복관을 강요받았고, 근대사회 이후에야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중시하고 복지사회 개념 하에서 개인의 건강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17세기 이후에는 계몽주의를 배경으로 개인의 자유와 평등 논리가 널리 파급되고 낭만주의가 일반인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쾌락주의적 개인주의가 팽배함에 따라 예술활동이 활성화되었고 인본주의 심리학(개인심리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 발달과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인하여 산업화와 도시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사회복지를 강조하고, 현대인들의 주관적 행복감을 중시하는 사회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게다가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사회과학이 발전하며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에서는 긍정심리학이 출현하여 개인의 행복에 더욱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관심을 두게 되었다.

행복이 과학을 만나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30여 년 동안 과학적으로 규명된 인간 신체와 삶을 중심으로 한 ‘인과관계(인과율; Causality)’에 입각하여 삶의 질을 높이며, 더욱 적극적으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웰빙 열풍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식·주와 관련된 삶의 방식과 건강 간의 관련성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각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그를 신속하게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는 추세가 파급되고 있어 급기야는 행복과 과학의 만남이 상식적이며 일상적인 일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에서는 행복에 관한 이론적이며 실증적인 연구활동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여러 분야의 학문이 참여하는 다학문적 접근이나 범학문적 논리로 행복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행복연구; Happiness Studies)가 수행되어 왔다.

이로 인하여 인문학적 접근과 과학적 접근을 포괄하는 총괄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요구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행복에 대한 통합적이며 융합적인 접근으로서 ‘행복과학(Science of Happiness; 행복학)’, 또는 ‘뇌과학(腦科學; Brain Science)’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성되었고, 최근 대부분의 행복 관련 연구는 뇌 기능과의 관련 하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는 일상생활 중에 느끼는 행복감과 뇌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뇌에서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행복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과학적 접근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뇌 과학의 발달...“인간 감성은 어떻게 형성되나”

인간의 인지활동을 비롯하여 지각, 정서, 행동을 관장하는 뇌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의 누적으로 말미암아 뇌의 기능에 관하여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를 활용한 질병 치료 분야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 그로 인하여 인간 행복에 관한 과학적 접근방법이 크게 확장되고 심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뇌 과학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 내부를 관장하는 60가지 이상의 신경전달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데, 이 물질은 아미노산에서 만들어지고, 신경 임펄스를 통해 특정 물질을 확산하거나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뉴런들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물질들 중에서도 특히 네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규명된바, 뇌 내부에서 도파민, 아세틸콜린, 감마아미노낙산, 세로토닌이 균형을 이룬 상태가 가장 바람직하고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녕과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삶의 기쁨, 낙관주의, 만족, 평온, 수면, 좌뇌와 우뇌의 조화 등에 관여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어 행복학 관련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편 신경전달물질과는 달리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 생식샘 같은 내분비샘에서 분비 되는 호르몬의 영향도 매우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시상하부에서 합성되어 오르가슴을 느낄 때, 아기 출산 시나 수유 시에 분비되며, 아미노산 중합체인 폴리펩타이드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신뢰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공감이나 너그러운 마음을 유발하며, 남을 도우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련 분야의 특별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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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과 뇌의 생리학적 변화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는 동안에 뇌에서는 행복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게 된 이래, 뇌에서 발생하는 생리학적 변화와 행복한 삶 간의 관련성 파악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연구방법들이 강구되어 왔다. 그로 인한 특기할 만한 연구결과로는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이 우리의 행복과 관련되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규명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은 본능적/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경우에 생성되는 데, 추구하던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나 쾌락을 느꼈을 경우 분비된다는 것이다. 베타 엔도르핀은 뇌 안에서 마약과 같은 기능을 해 주로 진통 효과를 주관하며, 특정 뇌 세포와 결합해 통각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엔도르핀의 분비는 세로토닌 및 옥시토신(호르몬)과 같은 행복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행복과학계의 핵심적인 연구대상인 옥시토신이라는 행복호르몬(또는 사랑호르몬)은 뇌에서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펩타이드의 일종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애정을 느낄 때나 사랑을 나눌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점과 더불어 친절을 베푼 사람이나 도움을 받은 사람 모두에게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더욱 구체적인 연구결과에 의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신뢰와 사랑을 촉진하며 진통을 촉진하고 공포와 불안감이 억제되고 위 운동 장애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옥시토신은 우울증과 관련된 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하기 때문에 뇌 과학도들의 주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봉사하게 되면 이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우울증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서로 공감하며 교류하는 행동을 권장하는데, 구체적으로 옥시토신을 발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요법이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권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옥시토신 관련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우울증 등과 같은 질병의 상당 부분은 약물 처치로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인공 행복물질을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삼아, 상당 기간 원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방법까지도 탐구하고 있다.

행복과 종교의 역할

최근에는 인간의 행복에 관하여 오랫 동안 진지하게 기여해 온 불교, 기독교, 유교 등을 포함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서구인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명상을 통하여 자아성찰하고 감정을 관리하며 평안한 정신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행복감정을 누릴 수 있다는 종교적이며 전통적인 수행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명상이 공감력을 제고시키는 동시에,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심리학적 연구결과와 더불어, 명상이 면역계의 심장을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며 통증완화, 노화방지, 정신건강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매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불교의‘자비명상’은 기쁨, 감사, 만족감, 자존심 등 긍정적 감정을 자극한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자비명상으로 스트레스물질의 분비가 감소하거나 억제되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행복 관련 인과관계를 상당 정도 과학적으로 확증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과거에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독점하면서 개인의 주관적인 특성만을 내세우며 의사소통하기 어려웠던 ‘행복감’, ‘행복한 삶’에 관하여 이제는 일반인들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개인 나름대로 행복의 경지를 심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인류 보편적인 다양한 방안을 탐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행복과학이 밝혀낸 바를 지혜롭게 활용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더욱 수준 높은 행복을 누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무난할 것으로 판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행복과 과학의 만남이 더욱 실질적으로 달성된다고 할지라도 행복의 본질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거나 행복을 더욱 쉽게 얻을 수 있다든지, 그를 누릴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잘못된 기대는 삼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행복에 관한 논의...“과거는 경험 중시, 현대는 과학 중시”

회고하자면, 고대사회에서는 철학자들이 인간의 행복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였다고 본다면 중세에서는 신정체제의 영향을 받아 신학자들이 행복에 관한 논의를 주도해 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도시화가 이루어진 현대에서는 인간의 행복한 삶에 관하여 예술가를 비롯하여 심리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자연과학자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기에 그 논의의 장은 엄청나게 확장하고 활성화하였으며 그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주로 사변적으로 다루었던 것과는 달리 과학도들이 실증적이면서 합리적인 접근 방법에 중점을 두면서 인간의 행복문제를 다루는 데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복에 관한 과학적 접근의 핵심 분야는 우리 행복의 조건에 관한 실증적 접근을 중심으로 인과관계를 다루게 되었기에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 수 천 년 동안 이루어졌던 행복에 관한 논의는 대체로 경험을 중시한 숙고, 추론, 예측 등에 따른 언어적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면, 과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현대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행복감을 유발하는가를 중심으로 복잡한 인과관계를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규명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에 보조를 맞추면서, 과거 수 천 년 간 인류가 발견해 왔던 행복 관련 지혜와 상식을 기반으로 삼아, 행복에 관하여 더욱 신뢰있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 행복에 관한 새로운 연구영역인 행복과학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금할 수 없어 우리를 흥분시킨다고 표현할 만하다.

과학에 기댄 행복감에 대한 우려

하지만 미래사회에서는 과학적 접근방법의 영향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과학에 의존한 인위적인 행복에 심취함으로써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우리들 삶의 현장에 함께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현대인들이 과학기술 덕분에 인위적인 행복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약물에 의존하거나 유사 과학기술을 이용한 방법으로 일시적이며 편리하고 용이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여 행복을 누리겠다는 이기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는 자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구체적으로 행복호르몬이나 행복물질을 필요할 때 마음대로 분비되도록 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다양한 행태가 출현할 수도 있는 한편, 행복물질을 활용하여 특정인들을 통제하고 유도하여 의도하는 바를 달성하려는 퇴폐적이며 반인륜적인 술책들도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과거 부모세대와는 달리 행복을 손쉽게 얻고 누릴 수 있다는 잘못된 행복관에 빠져, 기존 삶의 방식과는 무조건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현상도 발생 가능하다는 점 등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속해서 행동적이고 가시적인 행복 증진에만 몰두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말미암아 행복과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최첨단 방법을 이용하여 각자가 원하는 그럴듯한 인위적인 행복(이를테면 맞춤형 행복)을 누리는 데만 관심을 두는 풍조가 나타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급기야는 생명공학에 의존하여 우리의 행복 관련 유전자 조작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고, 그러한 시도를 환영하는 과학주의를 맹신하며,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일종의 유토피아(영원한 행복이 가능하다는 환상 등)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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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을 찾는 데 있어 학교교육의 중요성

그러기에 향후 학교의 행복교육에서는 미래사회를 주도하며 행복을 추구해 나갈 학생들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실제와 전망,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보다 진지하고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동시에, 발생 가능한 문제에 미리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예방교육을 포함하여 과학적 연구결과를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더욱 수준 높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습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후원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에 인류의 행복한 삶과 행복감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과학적 연구결과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행복한 인생에 관한 비전이나 희망을 명료화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교원이나 사회 지도자를 포함한 성인들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각자의 입장에서 과학기술을 더욱 지혜롭게 활용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중점을 두는 동시에, 더욱 행복한 사회를 주도해 나갈 후세대를 위한 보다 수준 높은 행복교육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배호순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