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간이 최대한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 되길"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의 교단일기를 연재해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 이름을 칠판에 크게 쓰고 낙서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 사진제공=최창진
쉬는 시간, 아이들이 담임선생님 이름을 칠판에 크게 쓰고 낙서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사진제공=최창진)

[에듀인뉴스] 모처럼 미세먼지 수치도 좋고 상쾌한 아침. 8시쯤 학교에 출근해서 화이트보드 판에 날짜와 오늘 할 일을 적는다. 곧이어 해맑게 등교하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학생 한 명과 아침 맞이 대화를 한다.

최 교사 : “집에 도착하면 몇 시쯤이야?”

학생 : “음...방과후, 영어, 피아노 끝나고 학원 차타고 가면 7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최 교사 : “진짜? 나는 퇴근하면 5시30분인데, 나보다 늦네? 힘들진 않니?”

학생 : “네~ 재밌어요.”

최 교사 : “다행이네 그럼 친구들과 언제 놀아?”

학생 : “중간 중간에 짬 내서 놀아요. 술래잡기 일종인 ‘상어’도 하고요. 피아노 연습실에 먼저 가서 연습하기도 해요.”

뒤이어 들어오는 ‘축구소년’은 하염없이 운동장만 바라본다. 학원 끝나면 4시. 게임과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학생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아침 맞이 대화는 아이들의 삶 속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최고의 수업 준비다.

8시50분 아침 책 읽어주기 시간이다. 매일 8시50분부터 9시까지, 10분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은 책을 선정해서 책 읽어주기를 한다. 이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실천’이라는 조금 두꺼운 책인데, 매일 조금씩 일일연속극처럼 시도한다. 오늘은 ‘히말라야 할단새’ 부분을 읽어줬다.

“히말라야에는 할단새가 살고 있데. 엄청 추운 밤이 되면 이곳을 떠난다고 다짐하지만 다음날 아침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 매번 까먹고 떠나지 못하고 후회를 한데. 할단새가 매번 다짐한 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혹시 할단새와 같은 경험을 한 적 있니?”

몇 명의 아이들은 공감하며 피식 웃는다. 숙제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으나 까먹고 못했던 일, 게임을 조금만 하자고 다짐하지만 강력한 유혹에 넘어갔던 일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사실 나도 살을 빼려고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매번 내일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실천이라는 두 글자는 짧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학생 : “선생님 보면 안돼요~”

최 교사 : “왜? 도대체 뭐 하는거니?”

학생 : “그런게 있어요~^^”

쉬는 시간, 아이들은 칠판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내 이름을 열심히 적는다. 키득키득 웃으며 자기들끼리 신났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왜 재미있어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 나도 즐겁다. 선생님 이름을 큼지막하게 완성하더니 오늘이 '선생님의 날'이란다. 그래서 무슨 혜택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없단다. 그냥 매달 20일은 '선생님의 날'이라며 웃는다. 이 맛에 선생님한다.

“선생님은 댄스부 동아리를 담당합니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작년에 내가 등장한 ‘망치춤’ 틱톡을 보여줬더니 그 이후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창체 동아리는 격주로 2시간씩 운영한다. 지금까지는 축구부를 비롯한 운동 동아리만 해봤는데 올해는 파격적으로 도전해본다. 요새 아이들이 방송 댄스를 엄청 좋아하는데 아이들과 즐겁게 흔들면서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동아리 부서를 정하는데 동료 선생님이 농담 삼아 물어본다.

동료 교사 : “그런데 댄스부는 여학생들만 많이 신청하지 않을까요?”

최 교사 : “아 그럼 제이핑크로 변신할까 봐요”

2주 간의 첫 만남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시 1주일이 지났다. 과연 아이들과 나는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일주일의 마지막 시간은 ‘좋,아,바!’ 활동을 했다. 포스트잇에 좋은 점, 아쉬운 점, 바라는 점을 적었다. 아쉬운 점을 읽어줄 때는 슬프다며 대형 두루마리 휴지를 가지고 우는 척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크게 웃는다.

최창진 교사가 '좋,아,바' 활동에서 아쉬운 부분을 읽어주며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창진
최창진 선생님이 '좋,아,바' 활동에서 아쉬운 부분을 읽어주며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사진제공=최창진)

좋은 점 : 선생님이 웃기게 생겼다(웃긴 외모가 큰 장점이 돼서 기쁘다). 재미있고 학교 가는게 즐거워졌다(최고의 극찬이 아닐까).

아쉬운 점 : 수업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한다(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말이 너무 많다). 청소가 안 된다(내 자리부터 지저분하다). 경청하지 못한다(말하는 자신감은 생기고 있으니 듣는 집중력도 키우자). 첫 만남 프로젝트를 1년 동안 했으면 좋겠다(공부 안하자는 이야기지?).

바라는 점 : 유튜브랑 틱톡에 우리 반 영상을 올렸으면 좋겠다(너네들 방송 체질임?). 구석진 데가 있으면 좋겠다(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어보니 교실 구석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함. 최근 화두인 공간 혁신).

아이들과 만난 지 15일이 지났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복기하며 반성한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최대한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 반 학급 목표인 ‘건강하게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반, 욕과 폭력이 없는 긍정의 반. 5, 4, 20! 짝짝’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매일 외치는 우리 반을 떠올린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