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따라 다른 교육활동 규정..."세분화한 기준 필요"

교권침해는 교육계의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교권의 개념과 보호해야 할 교육활동의 범위에 대한 교직사회의 합의는 미흡하다. 정부 대책도 대증치료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교사들의 공포심과 업무기피증이 일상화되며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교육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보호해야 할 교사의 교육활동의 범위와 기준을 모색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자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과 함께하는 '송원재와 교권 제대로 알기' 연재를 기획했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에듀인뉴스] 보호받을 수 있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다음은 교육 활동 침해행위에 대해 알아보자. 교원의 교육 활동 범위가 워낙 넓고 침해행위도 주관적 판단이 다르다 보니, 모두가 수긍할 만한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당사자의 느낌보다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교육 활동 침해라고 느껴도 실제로는 아닐 수 있고, 당시는 교육 활동 침해인 줄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침해인 경우도 있다.

현행법에서는 교권 침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제15조 1항에는 교육 활동 침해행위를 ‘교육 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폭행‧모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해 놓았다. 또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3에서는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교육 활동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상해 및 폭행, 협박, 명예훼손, 손괴에 해당하는 범죄

▲성폭력 범죄

▲불법정보 유통행위

▲그 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 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위의 세 가지는 형법, 성폭력범죄처벌법, 정보통신법에 근거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나머지는 교육부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017년 4월 ‘교육 활동 침해행위 고시’를 발표하여 더 상세한 기준을 정했다. 이 고시 제2조에 따르면 교육 활동 침해는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무방해 또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교육 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그 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1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교육공무원법 제43조 1항 :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그래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기존 형법과 성폭력범죄처벌법 등 조항을 끌어와서 반복하는 느낌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반인에 대한 범죄나 인권침해와 별 차이가 없다.

교육 활동 침해행위를 명확히 정하려면 교원의 직무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교원의 직무범위가 분명치 않으니 침해의 기준도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이 중 교원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 마지막 항목인데, 그것마저 학교장의 판단에 맡겨 놓았다. 심하게 말하면, 학교장이 교육권 침해라고 느끼면 침해고 아니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니 교육권 보호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서도 교원의 교육 활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이 법이 말하는 ‘교육 활동’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활동이다.

▲학교의 교육과정 또는 학교장이 정하는 교육계획 및 교육방침에 따라 학교의 안팎에서 학교장의 관리‧감독하에 행해지는 수업‧특별활동‧재량활동‧과외활동‧수련활동‧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활동 또는 체육대회 등의 활동

▲등‧하교 및 학교장이 인정하는 각종 행사 또는 대회 등에 참가하여 행하는 활동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간’ 중의 활동으로서 앞의 2개의 항목과 관련된 활동

그리고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간’에 대해 이렇게 정해 놓았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한 등‧하교 시간

▲휴식시간 및 교육 활동 전후의 통상적인 학교 체류시간

▲학교장의 지시에 의하여 학교에 있는 시간

▲학교장이 인정하는 직업체험‧직장견학 및 현장실습 등의 시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시간

▲학교 외 교육 활동의 집합‧해산장소와 집‧기숙사 간의 합리적 경로와 방법에 의한 왕복시간

이것이 현행 법령 중에서 교원의 교육 활동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규정한 것이다. 법 자체는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돈이 나가기 때문에 기준을 분명히 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이 말하는 교육 활동의 기준은 보상비 지급과 관련이 있을 뿐, 교원의 전문성이나 교육 활동과는 무관하다. 법령의 불균형과 미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글픈 일이다.

여하튼 이 법에 따르면, 학교교육계획과 학교장의 승인에 근거하여 행해지는 모든 활동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교육 활동에 해당하고, 교원은 그것을 원활하게 수행해야 할 책임을 진다. 교육권 침해는 결국 이것을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교육 활동 범위 세분화로 교권 침해 예방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침해주체는 학부모에 의한 교육권 침해가 52.56%로 가장 많았고, 관리자(15.9%), 동료교원(15.2%), 학생(11.8%)이 그 뒤를 잇는다. 행위의 원인과 유형을 보면 △학생지도를 둘러싼 갈등 △명예훼손 △학교폭력 처리에 관한 갈등 △학교안전사고 관련 민원 등의 순서로 교육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에 의한 교육권 침해는 주로 폭언‧욕설, 수업방해, 폭행‧명예훼손, 성희롱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학부모는 주로 자녀의 처벌‧사고처리‧지도방법에 대한 불만과 과도한 요구를 교원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고, 학생은 교과지도‧생활지도에 대한 불만을 수업방해나 교원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등교원보다는 초등교원, 남성교원보다는 여성교원을 상대로 교육권 침해가 가장 자주 일어난다.

캐나다 앨버타 주 교원단체(ATA)는 교사의 직무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이것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교육권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당한 교육 활동의 범위와 침해기준을 세분하여 법령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교가 평화로워질 수 있다.

▲수업 실시와 실제 학급지도(the actual conducting of classes and presentation of lesson)

▲수업 준비(the preparation of lessons)

▲시청각 매체와 장비 확보(requisitioning of audio-visual and other materials and equipment)

▲학생의 성취에 대한 평가와 보고(evaluation and report of student progress)

▲건강한 분위기 조성에 필요한 학급질서 유지(maintenance of such classroom order as is necessary to promote a healthy cli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