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상상력으로 만들고 구성원 모집 동아리
댄스 동아리 맡은 나..."자기소개는 댄스로 합니다"
동아리로 흩어진 아이들..."새로운 공간에서 또 성장"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어느덧 3월의 마지막 날. 새싹은 돋고, 꽃나무는 기지개를 켜며 봄이 성큼 한 발짝 다가왔다. 새 학기 첫날의 떨림과 어색함은 사라지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우리는 자란다.

자기소개는 댄스로 합니다.~ 말이 무슨 필요 있겠습니까?

작년, 6학년 제자들과 찍은 틱톡 망치춤 영상 캡쳐 사진.
지난해 6학년 제자들과 찍은 틱톡 망치춤을 추고 있는 최창진 교사. (사진=틱톡 캡쳐)

나부터 시작한다. 틱톡 영상에서 뛰쳐나온 듯, 팔딱팔딱하며 망치춤을 신나게 춘다. 흥이 올라오니 요새 제일 재밌는 셔플댄스로 사뿐사뿐 리듬을 타본다. 춤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인데 일반적인 소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다들 예상치 못한 인사 방식에 당황한다.

“우와~~”

“혹시 선생님이 등장하는 틱톡 영상 본 적 있는 사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무려 여섯 명이 손을 든다! 심지어 댓글을 단 학생도 있다!!

“그 영상의 주인공이 바로 나야”

“꺄~~”

역시 초등학생 대세는 틱톡인가?^^

“자!! 다음은 누가 댄스로 자신을 표현해볼래?"

오늘은 5·6학년 창체 동아리를 정하는 날이다. 보드게임부, 마음힐링부, 페이퍼 크래프트부, 댄스부, 영상편집부, 배드민턴부, 티볼부, 영화 감상부 이렇게 총 8개 부서가 개설되었고 부서마다 담당교사가 있다. 물론 나는 댄스부를 맡았다.

점심 먹고 5교시에 강당에 모인다. 6학년 학생들이 먼저 동아리를 정하고 5학년 동생들을 위해 홍보 포스터도 만들고 직접 안내 멘트로 한다. 5학년 학생들 앞에서 6학년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동아리가 무엇인지, 함께 모여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댄스부는 노래를 틀고 아예 춤까지 춘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 동아리 구성 방법이 아주 맘에 든다.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 희망부서를 조사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선생님들이 모여 조정 회의를 한다. 학생들 의견을 100% 반영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아리 개설 종목이 확정되면 선배들이 만든 홍보 포스터도 보고 안내도 들으며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동아리에 들어간 학생은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2학기에 다른 동아리 선택 시 우선권을 줄 터이니^^

운영도 학생 중심으로 진행된다. 큰 틀은 교사가 계획서를 만들지만 결국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 댄스부의 경우 다 같이 군무를 맞출지, 모둠을 나눠서 각자 다른 색깔로 연습을 할지, 개인별로 퍼포먼스를 할지 아이디어를 다음 주까지 모으기로 했다. 교사는 철저한 지원자로 학생들 스스로 즐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준다.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창체 댄스부 동아리 모집 홍보 포스터.(사진제공=최창진)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창체 댄스부 동아리 모집 홍보 포스터.(사진제공=최창진)

“선생님~ 창밖에서 다른 아이들이 우리를 쳐다봐요~”

“원래 핵인싸들은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법이다. 즐겨!”

내 대답에 아이들은 다시 ‘꺄르르’ 웃는다. 결국 22명 모두 자신만의 비트에 맞춰 때로는 자신감 있게, 때로는 부끄럽게,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귀엽게 무대를 만들어냈다. 물론 4명의 남학생은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힘들어했지만^^;;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주며 응원해주자! 그리고 함께 즐기자! 앞으로 우리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처음으로 우리 반 녀석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8개의 동아리 부서로 떠났다. 각자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혹시 원하지 않는 동아리라서 기분이 울적하지는 않을까? 처음 보는 선생님과 첫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무척 궁금하다. 또 6학년 선배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만남을 통해 한 뼘 더 경험하고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나도 학생도 부쩍 큰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는 학교 돼야

학교라는 공간이 진정 재밌고 행복하려면 주인공인 학생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학력진단 전수조사’가 종전의 ‘일제고사’로 부활하는 건 아닌지 두렵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아이들은 개성을 뽐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결국엔 책상에 앉아서 시험지만 풀고 정해진 답만 빠르게 찾는 기존의 방식에 회의감이 든다.

도대체 ‘기초학력’이 무엇일까? 시험지에 정답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까? 학생들의 다양한 면을 수치화하고 비교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기초학력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더불어 즐기는 공동체 의식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기초공부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물어서 통과하지 못하면 쉬는 시간에도 따로 확인한다. 

현재 직업의 절반이 2030년이면 사라진다고 한다. 한국의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서 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입체적인 지원을 하면 된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교육적 상상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