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육활동 보호위한 '교권위', 학교에서 열리지 않아
학교장 인식변화, 교권위 책임성 강화, 독립성 보장 필요

교권침해는 교육계의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교권의 개념과 보호해야 할 교육활동의 범위에 대한 교직사회의 합의는 미흡하다. 정부 대책도 대증치료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교사들의 공포심과 업무기피증이 일상화되며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교육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보호해야 할 교사의 교육활동의 범위와 기준을 모색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자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과 함께하는 '송원재와 교권 제대로 알기' 연재를 기획했다.

지난 2015년 학생들이 교교사에 욕을 하고 때린 사건 동영상. 사진=YTN캡쳐
지난 2015년 학생들이 교교사에 욕을 하고 때린 사건 동영상.(사진=JTBC 캡처)

[에듀인뉴스] 교권보호위원회(교권위)는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기구다. 이를 위해 모든 초‧중‧고교에 학교 교권위가 설치되어 있고, 분쟁이 조정되지 않으면 시‧도교육청 교권위로 올라간다. 유치원은 유치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교권위를 둘 수 있다. 교권위가 설치되지 않은 유치원의 교육활동 관련 분쟁은 시‧도교육청 교권위가 맡는다.

학교 교권위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교육활동 침해기준 마련, 예방대책 수립

▲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

▲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 조정

학교 교권위 위원은 그 학교의 교원‧학부모‧지역인사 5~10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뽑는다. 학교 교권위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소집한다.

▲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청

▲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사실의 신고, 보고

▲ 그 밖에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서류에만 존재하는 '교권위'..."현장에선 왜 안 열리나"

그런데 실제로 학교 교권위가 열리는 경우는 드물다. 교권위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위원회가 많다 보니 교권위‧학운위‧학폭위‧인사자문위가 헛갈린다. 위원회마다 위원을 구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학교에서는 학운위원이나 학폭위원이 교권위원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위원장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보통 교감이 맡는다. 처음부터 일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다가 일이 터지면 그제야 부랴부랴 서두르지만, 정작 교권위를 누가 소집하고 회의는 어떻게 운영하며 권한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웬만하면 교권위를 열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더 선호한다.

학교장이 학부모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교권위는 무슨? 좋게 해결하지”라고 한마디 하면, 위원장인 교감은 상급자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피해교사에게는 교권위 소집 대신 “그냥 참고 넘어가지”하는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안 그래도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교사는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교장‧교감을 상대로 또 싸우고 싶지 않다. 다 포기하고 명퇴를 신청하고 싶은 충동이 울컥 치솟는다. 이렇게 학교 교권위는 문서로만 존재하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하고,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교사는 두 번 죽임을 당한다.

병가 끝나고 돌아온 피해교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학생이 무슨 행동을 해도 못 본 척 눈을 감는다. 교실이 어찌 되든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교육이 그렇게 무너지고 있다.

교권위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장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행 법령상 학교장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 책임범위에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를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행위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보고하지 않거나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했을 때는 직무유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학교장이 신이 아닌 다음에야 교육활동 침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 교권위가 판단할 일이지, 교권위원도 아닌 학교장이 미리 예단할 일이 아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고 교육활동 침해 신고가 들어 왔는데도, 단지 학부모와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장이 교권위 소집을 막는다면, 그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권한남용이요 월권행위다. 그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물어야 한다.

학교 교권위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은 학교 교권위의 ‘책임성 강화’와 ‘독립성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권위원 중 교원위원을 전체 직원회의에서 선출하여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도 좋고, 교직경험이 풍부하고 신망이 높은 교원을 ‘교권보호 책임관’으로 지정하여 교권위 실무를 맡기는 것도 좋다. 가능하면 교권위 업무를 학교의 공식 업무분장의 하나로 인정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또 교권위원장을 교감에게 맡기기보다는, 지역위원 중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교권위가 관계 법령을 준수하며 학교장이나 학부모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또 학교관리자나 동료교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일어났을 때도 정실에 휘둘리지 않고 형평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학교 교권위는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한 경우 학교장에게 가해학생에게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에 대한 선도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다시 선도위원회를 열어 피해교사에게 출석과 진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교사의 입장에서는,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을 떠올리기도 싫은데 내가 가르친 학생을 처벌하기 위해 또 진술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다가 처벌을 포기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 교권위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했을 때는 따로 선도위를 열지 않고도 학교장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 징계에 관한 학교규칙만 바꾸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다.

통계수치로 잡히진 않지만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유치원이다. 교육과 보육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유치원교육의 특성상, 학부모와 크고 작은 갈등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중 해결되지 못한 불만의 상당수가 교사에 대한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공립유치원과 일정규모 이상의 사립유치원은 교권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사립유치원은 지역 교육지원청에 교권위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법률로 뒷받침되는 교권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사들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르고 관리자들이 제도를 취지와 다르게 변용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교권위가 교육활동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지켜주는 실질적 보호기구로 작동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송원재 전교조 교권상담실장
송원재 전교조 교권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