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같은 학년 대화만으로도 힘을 얻습니다. 선생님들과 같은 학년으로 함께 지낼 수 있어 정말 정말 행복해요.

 

오늘 아침은 일찍 연구실에 모여 티타임을 가졌다. 4월에 접어들면 아이들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수업 및 생활지도부터 학급경영에 대한 고민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초등학교는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지내기 때문에 고민의 지점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누군가 특별한 해결책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대화의 과정에서 스스로 힘을 얻는다. 동료는 곁에서 공감하고 격려하며 함께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모여 얼굴 보고 소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인디언 속담이 문득 떠오른다. 혼자 하면 편하고 쉬운 부분이 있다. 게다가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혼자만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고 외롭고 힘든 상황에 닥친다. 조금 늦더라도 함께 손잡고 가다 보면 더 넓고, 깊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학교는 공공성의 보루인 만큼 교사도, 학생도 모두 함께 가야 한다.

사회 시간, 화이트 보드에 큼직하게 ‘배워서 남 주자!’라고 썼다. 아이들은 두 눈이 커지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다. 말 그대로 열심히 배워서 남에게 설명해주는 활동이다. 교과서를 크게 4등분해서 구역을 나누고, 모둠을 만들어 역할도 4개로 나눈다. 번호를 정해 해당 내용을 10분간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5분씩 돌아가며 모둠 선생님이 되어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친구들에게 설명한다.

어떻게 설명해줄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할까?

아이들의 눈은 시작부터 반짝인다.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며 배우는 것이 자신의 지식을 더욱 정교화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자! ‘배워서 남 주자’ 활동 소감을 발표해볼까요?”

“저는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게 재밌었고요.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배우니 더 친근하고 쉽게 이해된 것 같았어요. 다음에는 반 친구들 앞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는 선생님이 쉬운 직업인 줄 알았는데 직접 가르쳐보니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선생님이 위대하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매일 다른 과목을 2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가르친답니다^^(교재 연구, 전문성 신장 연수, 수업보다 더 힘든 생활 지도, 개별 학생 상담, 행정업무, 출장, 학부모님과의 소통, 관리자와 동료 교사 관계, 민원 처리 등을 말하면 아이들이 충격받겠지ㅠ)

최창진 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 교실 뒷편에서 서로 몸을 포개 다리를 만들었다"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오래 간직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 교실 뒷편에서 서로 몸을 포개 다리를 만들었다"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오래 간직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땡땡땡~~’

수업 시간 40분이 끝나면, 쉬는 시간 10분 시작이다. 쉬는 시간은 학생들의 진짜 모습을 관찰할 좋은 기회다. 아무리 수업을 재밌게 해도 아이들은 수업 시간보다 쉬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정말 내 맘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여기 보세요!! 사진 찍어주세요~”

교실 뒤가 난리다. 손뼉를 치고 환호한다. 의자 없이 몸을 포개 누워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니 정말 하나의 다리 같다.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기쁨에 빠진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앞으로 지내며 다가올 고난과 시련도 이렇게 서로 힘을 합쳐 이겨냈으면 좋겠다.

혼자는 약하지만 연대하면 강해진단다.

적극성을 높여라?...“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기”

“제4회 학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와~!!”

자리도 바꾸고 1인 1역할도 바꾼다. 단 내가 바꿔주지 않고 회장단에서 바꾼다. 학생들이 먼저 제안하면 나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준다. 진행 과정을 보면 때로는 답답하고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참고 믿는다. 대부분은 학생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문득 지난 19일 동안 읽어준 책 ‘아이들을 위한 실천’의 내용 중에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의 능력을 믿는단다.

너희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선생님보다 훨씬 더 좋은 생각을 할 거고, 선생님보다 훨씬 더 멋진 생각들을 실현할 거야.

선생님은 너희들이 훌륭하게 자라서 이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거라는 걸 믿어.”

“어떤 거 할래?”

“저는 춤추기요”

등하교 맞이를 다섯 가지 중에 선택한다. 주먹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 두 손바닥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 악수하기, 안아주기, 춤추기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나와 함께 한다. 일대일로 학생 얼굴을 보며 가벼운 스킨십을 하니까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또한 스스로 선택하고 인사하니 더욱 적극적이다. 여학생 3명이 추는 춤을 따라 추며 인사를 하니 절로 웃음꽃이 핀다. 교실에 오고 가면서 즐겁게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학교 교문 앞 벚나무 아래에서 반 아이들과 찍은 단체 사진. 최창진 교사는 "벚나무는 올여름 사라진다"며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최창진교사
학교 교문 앞 벚나무 아래에서 반 아이들과 찍은 단체 사진. 최창진 교사는 "벚나무는 올여름 사라진다"며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최창진 교사

아이들과 신체 측정(키/몸무게/시력)을 다 하고 교문 앞 벚나무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 봄바람 따라 꽃잎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날씨도 쾌청하니 푸른 하늘이 반갑다. 벚꽃 나무 아래 모인 우리, 단체 사진이 어색한지 어디에 어떻게 서야할지 멀뚱거리는 학생도 많다. 아이들 결대로 크게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둔다. 각자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한 곳을 응시한다. 찰칵!

올여름에 학교 앞 도로 확장 공사로 이 벚나무는 사라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다. 정말 서글픈 일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으로 우리의 추억은 영원히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