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가 위기다. 참여율은 점차 줄어들고, 종사하는 강사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듀인뉴스>가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과 함께 방과후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있어 부모들은 안심하고 학교에 아이들을 늦게까지 맡길 수 있다. 예·체능, 특기, 적성, 진로 등 교과수업에 없는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 방황하던 아이들이 방과후학교를 접하고 전공이나 진로를 정하기도 한다. 교사들이 못하는 전문 영역의 다양한 교육을 방과후학교는 할 수 있다.

과연 방과후학교는 사교육인가?

그런데 이런 방과후학교를 사교육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인 교과수업만이 공교육인데, 방과후학교는 이게 없으니 사교육이고, 수익자(학부모)부담으로 운영하니 사교육이고, 원래 사교육업자인 외부강사들이 하는 것이니 사교육이라는 주장이다. 문화센터나 사설학원의 수업과 다를 게 뭐냐고 묻기도 한다.

이른바 교육 전문가라는 이들이 이런 주장들을 하니 답답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공교육이 ‘교과수업’이나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만을 이른다고 어디에 나와 있는가? 교육관련 법령이든 조례든 백과사전이든 어디를 찾아봐도 이런 정의는 없다.

대신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적인 절차로 하는 교육’을 공교육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교과수업 외에도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수많은 교육이 모두 포함된다.

수익자부담이기 때문에 사교육이라면, 아직 무상교육이 아닌 고등학교나 대학교 교육도 사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또 교과수업 외에 학교에서 하는 여러 체험학습, 현장학습, 경진대회, 수련회, 수학여행 등도 학부모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많으니 사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수익자부담이고 무상교육이 아니라서 사교육이라는 말은 이래서 말이 되지 않는다.

또 여러 교육청은 꿈의학교, 다행복학교, 혁신교육지구 등 많은 '학교 밖 학교'들을 만들고 있고, 여기에 마을교사 등 많은 ‘교사’들도 만들고 있다. 이 역시 교과수업도 아니고 대부분 민간업자가 하는 교육인데, 교육청과 교사들이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사교육업체에 퍼주기로 한다고 해야 할까?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는가?

교육부도 예전 자료에서 ‘방과후학교는 수익자부담으로 운영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이라고 밝힌 바 있고, 애초 취지나 운영방침을 보더라도 사회적 필요와 공익적 목적에 의해 학교에서 시행되었고 십수 년째 꾸준히 해왔고 자리 잡았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전담 부서가 있고, 교육청에서 가이드라인과 길라잡이를 만들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정책연구를 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고, 학교안전공제 수급도 되고, 자유수강권이나 지원금 운영도 한다.

이런데도 사교육이라고 할 수 있나?

공교육, 사교육 이름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공적인 책임을 방기하고 지원과 제도를 자꾸 줄이려 하고 학교 밖으로 내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아무 고민 없이 민간업체에 위탁하기도 하고, 방과후학교와 강사들을 폄하하는 주장들을 한다. 강사들은 사교육업자, 학원강사 취급을 받고 학교에서 각종 차별을 받는다.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고용과 처우는 더욱 더 불안해진다.

방과후학교도 학교 교육의 한 축..."교육적 가치 인정해야"

이름이 어떻든 방과후학교가 교과수업이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교육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왔다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성과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경험으로 안다.

▲교과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방과후교실로 달려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듣는 아이들 ▲방과후학교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끼와 재능을 발견하는 아이들 ▲방황하다가 방과후학교를 통해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는 아이들 ▲졸업하고 한참 뒤 취업을 위해 학생부 사본을 발급하며 기재된 방과후학교 수강내역을 보고 감사한 마음에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오는 아이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수없이 많이 접한 이런 성과들을 애써 무시하지는 말자.

방과후학교도 학교 교육의 일부이다. 그 자체의 교육적인 목표와 성과만을 보고 내실 있게 되도록 고민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방과후학교를 방과후학교가 아닌 교과수업이나 다른 이런저런 학교의 사정에 따라 주무르고 난도질한다. 관리하는 교사들의 업무가 힘드니 민간위탁을 하거나 학교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업무가 많고 힘들면 행정업무 할 직원을 늘리라고 국가와 교육청에 요구해야지, 왜 죄 없는 방과후학교를 민간업체에 맡기고 학교 밖으로 내보내려 하고 강사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는가?

자신의 업무가 힘들다고 다른 직장동료의 고용과 처우를 불안하게 하겠다는 생각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나. 기업에서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필요할 때 쓰고 쉽게 해고하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심지어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정규 과정이 아니기에 방과후학교가 아닌 방과후 활동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인데 학교가 아니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또 어디 있는가. 그러면 학교 교육이라고 믿고 맡긴 부모들은 무엇이고, 수업하는 강사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방과후 활동가나 방과후 봉사자라고 부르란 말인가?

학교의 역할은 교과수업만이 다가 아니다. 교과수업이 거의 전부였던 시절은 80년대까지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교과수업 외에 방과후학교나 여러 다양한 동아리, 체험활동, 자유학기, 혁신학교 등도 있고 돌봄교실도 있고 급식, 상담, 보건, 생활지도 등도 있다. 모든 영역이 학교이고 교육이다. 교사들뿐 아니라 수많은 직종 종사자들이 관계하고 일하고 있다. 모두 시대가 필요로 하고 사회가 요구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필요해서 학교에서 하게 된 것들이다.

모든 영역의 교육적 가치를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하고 여기 종사하는 이들의 처우와 삶도 존중되어야 한다.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고 학교 교육의 한 축이다. 당연히 국가와 교육청과 학교가 직접 책임을 지고 운영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맡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업체위탁으로 하려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공교육을 하는 기관과 교육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asteacher53@hanmail.net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 연재 순서 ①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③ 방과후학교, 착한 위탁은 없다 ④ 방과후학교, 덴마크 따라 지역사회로? ⑤ 방과후학교 강사도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