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육권 보호 "업무용 전화 지급·상담예약·몰래 녹음 철폐부터"
교사 교육권 보호 "업무용 전화 지급·상담예약·몰래 녹음 철폐부터"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23 1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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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

[에듀인뉴스] 교권침해는 교육계의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교권의 개념과 보호해야 할 교육활동의 범위에 대한 교직사회의 합의는 미흡하다. 정부 대책도 대증치료와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 교사들의 공포심과 업무기피증이 일상화되며 교육의 공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교육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보호해야 할 교사의 교육활동의 범위와 기준을 모색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자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교권상담실장과 함께하는 '송원재와 교권 제대로 알기' 연재를 기획했다.

[에듀인뉴스] 교원의 교육활동은 법령으로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행 법령은 그 점에서 매우 미흡하다. 교육활동 보호의 필요성을 이제야 느끼기 시작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지만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법령이 정비되기 전이라도 당장 도입을 검토해볼 만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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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업무용 전화를 지급하자

학부모에 의한 교육권 침해의 상당수는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시작된다. 교사의 휴대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린다. 근무시간이야 그렇다 치고 퇴근시간 이후도 가리지 않는다. 심한 경우, 늦은 밤에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오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고 하소연하는 교사들도 많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특히 더 그렇다.

'대한민국 초등교사의 근무시간은 24시간'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학급 카톡 방에는 온갖 민원성 요구가 올라온다. 교사가 제때 답을 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기 일쑤다. 학급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카톡 방엔 불이 난다.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면, 교사는 카톡 방에서 오가는 글들을 모두 읽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해명해야 하고, 분위기가 과열된다 싶으면 표나지 않게 진화작업도 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퇴근한 뒤에도 휴대전화를 늘 끼고 살아야 한다.

휴대전화나 카톡 방에 올라오는 학부모들의 요구 중에는 타당한 것도 있지만 교사의 업무로 보기 어려운 무리한 것도 섞여 있다. 그럴 때는 양해를 구하고 부탁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또 그런 요구들은 대부분 시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부터 가고 상담이 필요하면 날을 잡으면 된다. 그런데도 질문이나 요구에 즉시 응답하지 않으면 화부터 낸다. 교사는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한다. 존중과 배려, 권리와 책임이 혼란스럽게 뒤섞이고, 교사의 짐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교원의 법정 근무시간은 8시간이다. 오전 9시에 근무가 시작되면 오후 5시에 근무의무가 종료된다. 근무시간 이후는 교원이 아니라 자연인이고, 무엇을 하는지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다. 교원도 퇴근하고 집에 가면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 하고 가사노동도 해야 한다. 또 교사도 체력에 한계가 있는 인간인지라, 충분히 쉬어야 다음날 다시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 근무시간 이후까지 전화나 온라인으로 뭔가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요 교육활동 침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속한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런데 많은 학교관리자는 학부모의 민원 처리를 위해 공개하라고 지시하거나, 학부모와 소통을 위해 교사 스스로 공개하기도 한다. 옆 반 교사가 공개하는데 나만 공개하지 않으면 성의 없는 교사로 보일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공개하는 교사들도 많다.

다른 하나는 원하는 교사들에게 업무용 전화를 지급하는 것이다. 업무용 전화는 근무시간 중에는 학부모‧학생과 소통수단으로 활용하다가, 퇴근할 때는 학교에 두고 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밤새 충전도 해야 하니까. 일부 교육청에서는 교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투 넘버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퇴근 후에도 업무용 전화번호가 따라온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업무용 번호가 있는데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는 민원이 추가로 쏟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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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예약제’를 도입하자

학부모에겐 자녀의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는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교사는 학부모의 그런 관심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교사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고, 가벼운 문제라면 정중하게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의사와 요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 내용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주장하는 방식이 잘못되면 신뢰가 깨지고 협력관계가 파탄 난다. 상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 하거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것은 상담이 아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보여도 학부모와 갈등을 피하고자 못 본 척 눈을 감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는 참혹하다. 그렇게 방치된 학생이 통제 불능의 무법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학부모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부모 못잖게 많은 시간을 학생과 함께 보내는 교사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부모는 한두 명의 아이를 기르지만, 교사들은 평생 수천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부모가 보지 못하는 문제점이 교사의 눈에는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게다가 교사들은 교육에 관한 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학부모와의 상담은 꼭 필요하다. 단,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관해 상담하고 싶으면 미리 날짜와 시간을 잡아 약속하자. 말하자면 ‘상담 예약제’다. 그래야 교사도 그 학생에 대한 자료와 의견을 정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학부모도 자녀에 대해 도움이 되는 말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상담의 질이 저절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방식의 상담은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행동을 보이기까지 학생의 마음이 달려온 거친 들판에는 다양한 원인과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문제행동은 단지 그 결과물일 뿐이다. 이것을 함께 들여다보지 못하고 교사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손 털고 일어서는 순간, 학생은 또 한 번 버려진다. 상담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편으로 이용되거나, 교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변질하여선 안 된다. 설령 교사의 교육방법에 불만이 있더라도, 상담을 예약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가운데 분노가 가라앉고 정제된 의사표현이 가능해진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상담 예약제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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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수업, ‘몰래 녹음’은 그만!

최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학부모가 등교하는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두었다가, 귀가하면 교사의 수업내용을 전부 들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부적절한 말이 있으면 바로 학교에 전화를 걸어 담임교체를 요구한다. 만약 고함이나 좀 심하게 질책하는 소리가 들리면 담임교체로 끝나지 않는다. 곧바로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다. 일부 육아맘 카페에는 이런 경험담이 성공담으로 치장되어 급속히 유통되고 있다.

이런 일을 한 번이라도 겪은 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부모들 앞에서 발가벗고 공개수업을 하는 기분이다. 학생들이 멘 가방이 전부 녹음기로 보이고, 어디선가 몰래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속해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있어도 따끔하게 질책을 할 수가 없다. 교실이 난장판이 되고 수업이 엉망이 돼도 절대로 분노를 표출해선 안 된다. 감정노동과 표정관리는 필수다. 그렇게 수업을 한 시간만 해도 몸은 파김치가 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단, 녹음파일을 SNS 등에 올렸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생이 고가의 녹음장비를 구입하여 교사의 수업내용을 녹음한다는 것은 통상적 판단에 비추어 무리가 있다.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을 빌려 녹음을 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말하자면 ‘수업 감시’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녹음은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이고, 허락 없이 타인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그 목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아동학대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수집’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는 교육활동 침해 정도가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감시당하는 교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침묵밖에 없다.

그래서 제안한다. 교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를 멈추게 해야 한다. 교육청은 그런 녹음행위를 자제하도록 학교에 공문을 시행하고,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이런 행위가 위법임을 알려야 한다. 사실 이것은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합리적 사회상규의 수준에서 판단할 문제다.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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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진 2019-12-12 17:10:48
현 교육실태를 정확하게 꿰뚫는 글입니다.
꼭 시행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