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대구 수성고 사례

교사의 '생각'과 '수업' 바꾸는 작업, '시스템 개선' 노력 선행 필수
"학생이 원하는 수업 제공 좋지만, 정기고사 관련 업무 증가 개선해야"
"단계별 확대로 교사와 학생의 수용 이끌어내는 것 중요"

대구 수성고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 수성고
대구 수성고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 운용하고 있다. (사진=대구 수성고)

[에듀인뉴스] 대구 수성고등학교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거쳐 올해 연구학교로 갈아탄 경우다. 그동안 연구학교 준비와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에 초점을 두고 세 가지 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첫째, 선생님들의 생각을 바꾸는 작업이다.

학교 내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교사 연수와 선진학교 방문 등을 통해 펼치고 있다.

둘째, 수업을 바꾸고 있다.

고교학점제와 수업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으나 고교학점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수업의 변화이다. 한 교사가 담당해야 할 과목 수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활동 중심의 수업을 이끌어가면서 수업과 평가의 온전한 전문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 실습과 주제통합수업주간 운영, 수평 공동체 운영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셋째, 시스템 개선 노력이다.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선 수강 신청 시스템과 학급 편성 및 정기고사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난 1년간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올해 우리 학교는 2학년 학생들의 학급 편성이 문·이과로 나뉘는 계열에서 탈피하였고, 정기고사 역시 개인별 시험 시간표에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교원 워크숍을 시작으로 신입생 적성검사 및 진로비전스쿨 운영, ‘학생 선택 자율과정’이라 이름 붙인 생활·교양영역 수업 추가 개설을 위한 학생 수요조사 및 분석을 거쳐 강사를 선임하는 등 바쁘게 움직인 한 해였다. 또한 학생 수요조사를 거쳐 재학생들을 위한 공동 교육과정을 도입하였고 안정적으로 연착륙시켰다.

고교학점제 원활한 운용을 위해

2019학년도 선진형 교과교실제 도입 학교에 선정돼 고교학점제와 연동하는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듣기 위해 교실을 이동하며, 교과별 교실에서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를 활용하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등 고교학점제를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한다.

우리학교는 지난 한 해 학생들의 수요 조사를 거쳐 희망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순증(純增)으로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였다. 학생들은 학생 선택 자율과정을 통해 주로 심리학, 교육학, 보건, 실용경제 등의 교양과목을 이수하였고, 공동교육과정에서는 물리실험, 화학실험 등의 실험 과목을 개설하였다. 또한, 사회와 과학 심화과목도 개설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개설 요구를 수용하였다.

2019학년도 신입생부터 위의 과목들을 대부분 학교 교육과정 안으로 끌어왔다. 예전처럼 야간이나 별도의 시간에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원하는 과목을 듣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또 현 2학년(2018학년도 신입생)의 경우는 아래와 같이 선택과목 군별로 학급을 편성해 블록타임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 수성고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정규 수업 시간에 원하는 과목을 듣는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다양한 선택군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편성하기 위해 블록타임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제공=김차진교장
대구 수성고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정규 수업 시간에 원하는 과목을 듣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다양한 선택군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편성하기 위해 블록타임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료제공=김차진 교장

이는 다양한 선택군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수요 조사를 거쳐 시간표를 완성하기 위해 블록타임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형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선택군 2~5를 편성해 학급을 구성한 다음 가장 많은 선택과목이 있는 선택군 1(아래 표 참조)을 기준으로 블록타임 시간표를 완성했다.

대구 수성고는 선택군을 중심으로 학급을 편성한 다음 가장 많은 선택과목이 있는 '선택군 1'을 기준으로 블록타임 시간표를 구성한다. 자료제공=김차진교장
2018학년도 신입생 선택형 교육과정 편제표(일부 발췌). 대구 수성고는 선택군을 중심으로 학급을 편성한 다음 가장 많은 선택과목이 있는 '선택군 1'을 기준으로 블록타임 시간표를 구성한다. 자료제공=김차진 교장

이런 방식은 선진형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 참여형 수업이 2시간 연속 강의에 따르는 피로도를 줄이는 데도 요긴하겠지만, 수업을 강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장·단점 공존..."모든 학생이 원하는 수업 들어 Vs. 정기고사 업무 증가"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를 운영해본 장점을 꼽으라면 단 한 명의 학생도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경제 수업 13명, 물리 수업은 29명이 듣고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은 학교에서 수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의 폭이 넓어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듣다 보니, 일반학교에서 많이 발생하는 학기 중 과목 이동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연구학교 운영 과정에서 단점도 드러났다. 학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라 정기고사에서도 이동이 이루어짐에 따라, 개인별 시간표 작성 등 정기고사 관련 업무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점이다.

학생의 과목선택, 반 편성을 지원하는 교육부 프로그램이 아직 온전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취지 맞게 단계적 접근해야

앞으로 고교학점제를 운용하려는 학교가 있다면 고교학점제는 ‘학생’을 기준으로 과목 선택권을 확대해주려는 제도라는 취지를 잘 이해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과목을 하나라도 더 열어줄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하고 협업하는 절차가 필요함을 알려주고 싶다. 학생들 대상으로 듣고 싶은 과목을 2~3차례 조사해보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과목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만들어가려는 생각보다는 부분적으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것부터 열어보고, 학생들이 만족하면 조금 더 열어나가는 단계적(Step by Step) 접근법을 추천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제도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이기보다는 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장점을 발견하게 되면 무리 없이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학생 중심으로 과목을 편제하고, 다양하게 펼치려면 일정 기간 교사들의 의식 변화와 새로운 방식에 적응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급자 위주 수업개설 관행은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창출해 나가려면 학생이 가장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분야, 가장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개설해주려는 선생님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