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위탁업체 바뀌면 칼바람 맞는 방과후학교 강사들
강사도 직장 동료로 인식하는 교직 문화 필요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가 위기다. 참여율은 점차 줄어들고, 종사하는 강사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듀인뉴스>가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과 함께 방과후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사진=지성배기자
사진=지성배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히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정책들을 만들고 있어 과연 촛불정부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간접고용은 더욱 힘들다. 직접 고용해 함께 일해야 할 노동자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으로 쓰며 이런저런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절약하고, 필요 없어지면 쉽게 해고한다. 심지어 일하다 죽어도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발뺌한다.

공교육의 외주화..."착한 위탁은 없다"

방과후학교도 간접고용이 있다. 바로 ‘업체위탁’이다. 기업에 ‘위험의 외주화’가 있다면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은 ‘공교육의 외주화’이다. 학교에서 직접 운영해야 할 방과후학교를 민간업체에 위탁 맡긴다. 같은 수강료면 업체가 수수료로 10~20% 정도를 가져간다.

게다가 업체들은 자사가 공급하는 교재, 교구를 쓸 것을 강사들에게 강요한다. 교재·교구 판매로 이익을 남기기 위함이다. 자신만의 교재·교구나 노하우가 있는 강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로 인해 수업재량권이 떨어지고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고용도 불안해진다.

학교가 선정한 위탁업체가 바뀌면 기존에 열심히 일해온 강사들을 대거 해고하고 교체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서울지역 한 위탁업체가 폐업하며 수백명 강사들의 강사료를 떼먹었다는 소식, 경남의 한 위탁업체 대표가 교장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었다는 소식, 대구의 업체들이 입찰가격을 담합한 것이 교육청 감사로 드러난 소식 등 언론에도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의 잡음은 종종 실린다.

업체위탁을 하는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허위사실로 여론을 호도하는 일도 흔하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업체위탁으로 전환을 할 것인지 설문조사를 하는데, 이때 학교 직접운영과 업체위탁의 차이를 비교하는 설명에 업체위탁은 좋은 점만, 학교직영은 좋지 않은 점만을 나열한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까지 적기도 한다.

가정통신문을 본 학부모들은 업체위탁을 좋은 것으로 인식하여 ‘찬성’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노조에서는 이런 허위 가정통신문을 하도 많이 접해서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 교장을 허위사실에 의한 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자료=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업체위탁의 장점만을 강조하고, 허위사실까지 나열한 가정통신문의 일부.
자료=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방과후학교 업체위탁의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2018년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35.8%가 한 과목 이상을 업체위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그램 수로는 20.3%에 이른다. 특히 서울과 충남 지역은 업체위탁 비율이 높아 강사들이 체감하는 피해의 정도가 크다. 해고를 겪고 공황장애를 겪었다는 이도 있고, 방과후학교 강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는 이도 많다.

사회적기업, 비영리법인, 대학주도법인, 협동조합 등 좋은 간판을 내건 곳도 있지만, 이 역시 민간업체과 다르지 않다. 수익 없이는 운영할 수 없기에 운영방식은 일반 기업과 차이가 없다. 교육청과 면담을 하다 보면 “사회적기업은 괜찮지 않으냐?”고 물을 때가 있고, 업체위탁을 하려는 학교에 항의하면 “강사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한다.

강사들의 입장에서는 민간기업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감독하겠다는 약속을 믿지 못한다. 어떤 경우든 ‘착한 위탁은 없다’는 것을 경험자들은 알기 때문이다.

강사를 동료로 생각지 않는 교원, 교원 업무경감 최우선인 교육부

교육부가 업체위탁이라는 제도를 없앨 생각은 없어 보인다. 업체위탁을 하는 주된 이유는 ‘교원들의 업무경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공급 등 교육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효과는 거의 없고 업무적인 편리함이 주된 이유이다.

교원의 업무경감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자신들의 업무가 힘들다고 다른 직장 동료들의 고용과 처우를 불안하게 하는 일, 심지어 해고까지 쉽게 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학교 관리자들은 이러한 강사들의 고충이나 고용불안에 대해 거의 생각을 하지 않고, 강사들을 한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 교육자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선생님, 방과후 강사들도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자고 직장 동료들 아닙니까. 어이없게 일자리를 잃는 지금 상황을 모른척 하시겠어요?”

“그분들이 학교에서 일해왔던 건 맞지만, 직장 동료는 아닙니다. 저희는 공무원이고, 그분들은 업체 소속이지요.”

업체위탁 문제로 노조에서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감과 통화한 내용의 일부이다. 학교의 교육자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태연하게 한다.

공무원, 정규직만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하청 노동자는 한 직장에 있어도 동료로, 때로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어도 하청업체 책임이고 자신들은 책임없다고 하는 기업들의 행태와 똑같지 않은가?

이러니 강사들이 많은 피해를 보는 업체위탁이든 대량해고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음식은 맛이 가장 중요하니 위생은 소홀히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안 되듯, 정규직 교사들이 하는 교과수업이 가장 중요하니 방과후학교 교육의 질과 강사들의 처우는 어떻게 돼도 괜찮다는 생각 역시 말이 안된다. 교육청과 학교들은 소극적이다. 강사들의 고된 현실에 무관심하고, 관리자들과 교사들의 업무 외에 다른 것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언제쯤 바뀔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이런 업체위탁 대신 구청, 시청 등 지자체가 운영을 맡아서 하는 형태도 나타났다. 서울의 혁신교육지구 사업 가운데 구청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사업이 있다. 위탁업체가 하던 일을 구청이 한다. 이미 서울의 여러 학교가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다. 수수료가 없고 갑질이 조금 덜하다는 점에서 업체위탁보다는 낫지만,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위탁일 뿐이다.(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업체위탁의 폐해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정답이다. 공교육은 국가, 교육청, 학교가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 연재 순서 ①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②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③방과후학교, 착한 위탁은 없다 ④방과후학교, 덴마크 따라 지역사회로? ⑤방과후학교 강사도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