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

지자체 운영 방과후학교의 실체는 민간업체 운영
고용 불안, 불합리 처우 개선 등 근본적 해결 필요

[에듀인뉴스] 방과후학교가 위기다. 참여율은 점차 줄어들고, 종사하는 강사들도 학교를 떠나고 있다. 민간업체에 위탁해 맡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가 아닌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해 십수 년째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듀인뉴스>가 이진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장과 함께 방과후학교의 현실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도봉혁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의 '2019년 도봉마을학교 지도' 화면 캡쳐.
도봉혁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의 '2019년 도봉마을학교 지도' 화면 캡쳐.

지자체 운영 방과후학교..."업체 위탁 방과후학교와 다를 바 없어"

지자체가 맡아서 하는 방과후학교가 등장했다. 서울 혁신교육지구 사업 일부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다. 여러 학교가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탁업체가 하던 일을 구청이 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 도서관, 청소년문화의 집 등 학교가 아닌 지역의 여러 기관에서 하는 이른바 ‘마을교육’과 혼돈하지는 말아야 한다. 마을교육은 여기서 이야기하는 대상이 아니고 반대할 것도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학교 안에서 하는 방과후학교인데 운영과 관리를 지자체에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을 주도하는 기관은 교육청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이것을 담당하는 부서도 없다. ‘도봉혁신교육지원센터’ 등과 같이 구청에 만들어진 부속기관이 하는데 이 역시 구청 공무원들보다는 주로 교사, 교육관련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주도한다. 이른바 ‘민관학 거버넌스’라고 한다.

업체위탁을 하던 민간업체들이 학부모나 단체 이름으로 참여한다는 말도 들린다. 정작 교육을 담당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는 없다.

이들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은 청소년 교육복지 차원에서 지자체와 마을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을, 지자체는 방과후를 책임지자”고 한다. 방과후학교를 ‘교육’이 아닌 ‘복지’로 보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심지어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방과후학교가 아닌 방과후 활동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도 한다.

마을 방과후학교는 이러한 교사들의 주장과 여러 교육단체과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한 교육단체 대표는 이를 두고 “학교는 내보내고 싶어하고, 지자체는 사업과 예산을 쥐고 싶어하는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강사들에게는 어떨까. 일단 강사료에서 떼는 수수료가 없고 갑질이 조금 덜하다는 점에서 민간업체 위탁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학교-구청-강사가 맺는 3자간 계약 방식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사고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약자인 강사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체위탁으로 운영할 때 작은 사고나 문제가 발생해도 학교에서는 책임을 미루기만 하던 것도 똑같다. 학교에서 하는 공개수업 외에 구청에서 하는 ‘모니터링’이라는 제도도 있어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지자체 주도형 방과후학교를 만들면서 늘 들먹이는 사례가 덴마크, 핀란드의 교육이다. 교육선진국인 덴마크, 핀란드에서는 학교 밖 마을에 수많은 교육 공간이 있고 청소년들이 그곳에서 활발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덴마크의 교육을 보고자 집단으로 현지 탐방을 가는 일도 자주 있다. 대부분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예산으로 하고, 기업이나 기관에서 하기도 한다. 교사, 교육공무원, 학부모, 기관 관계자 등 대상은 다양한데 학교 비정규직이나 외부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덴마크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차고 넘치는데 계속 이렇게 현지 연수를 가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 역시 혈세 낭비가 아닐까.

사진=덴마크 교육부 홈페이지
사진=덴마크 교육부 홈페이지

덴마크 사례 벤치마킹한다고?..."행정업무 없는 교사는 뺴고 가져 온 가짜 덴마크 교육"

덴마크 사례를 우리나라에 대입하고 따라하는 게 맞을까? 필자는 최근 덴마크 교육부에 이메일로 문의를 하기도 하고 관련 사례를 아는 이들에게 문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몰랐던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덴마크 사례를 들어 방과후학교를 이렇게 난도질하는 것은 자신들의 요구에만 끼워맞추려는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덴마크에 학교 밖 다양한 교육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 안에 우리의 방과후학교나 돌봄과 같은 과정도 있다. 이것 역시 다양한 교육과정 속에서 당연히 학교의 책임하에 잘 운용하고 있다. ‘마을 방과후학교’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마치 방과후학교의 전부가 지역사회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또 덴마크의 교사들은 행정업무를 거의 하지 않는다. 행정 전담 직원이 충분하다. 교장도 행정업무를 한다. ‘마을 방과후학교’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사실 역시 외면한다. 업무가 많고 힘드니 덴마크를 따라 개선하려 한다면 업무를 할 직원을 덴마크만큼 늘리라고 국가와 교육청에 요구해야지, 왜 죄없는 방과후학교를 학교 밖으로 내보내려 하는가?

덴마크에 교육부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청, 교육지원청과 같은 기관이 없다. 도청, 시청, 구청과 같은 지방정부 기관에 교육담당 부서가 있어 우리 나라의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한다. 지자체가 교육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방과후학교를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덴마크 사례를 예로 드는 것은 이렇게 부적절하다.

덴마크의 교육제도를 들여다보고자 한 이들은, 그곳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고용과 처우는 어떤지도 알아봤을까? ‘마을 방과후학교’를 주장하면서 이것을 이야기하는 이도 역시 없는데, 검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 계약직 외부강사들이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차별을 받는 사회가 아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덴마크에서는 우리 나라나 일본 등의 교육 사례를 따라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십여년 전부터 덴마크의 언론사에서 종종 취재하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 교사들은 ‘행복한 삶’을 위해 교육을 디자인하는데 정작 학부모들은 ‘학력 저하’를 걱정하고, 이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높은 우리 나라를 벤치마킹한다는 것이다.

또 덴마크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게자는 “덴마크도 마냥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라고 한다.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고, 사회 문제를 직시하고 하나씩 해결해 지금처럼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한다. 덴마크의 제도가 우리의 장미빛 청사진인 것 마냥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고, 우리의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 사회적 합의를 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다.

방과후학교도 공교육..."국가, 교육청, 학교의 책임있는 자세 필요"

2018년 말 경기도 화성시 학교상담사들이 집단으로 해고되었고, 노조에서 반발하여 장기간 시위, 농성, 단식 등의 투쟁을 한 끝에 최근에서야 다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교육청이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화성시에 맡겼고, 이마저도 민간기관에 위탁을 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애초 교육청이 직접 고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잘 알려진 ‘보육 대란’을 우리는 기억한다.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의 예산 책임을 교육청에게 미루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와 비슷한 ‘방과후학교 대란’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작은 사례들은 벌써 있었다. 서울 보라매초등학교는 2016년까지 구청에서 방과후학교 보조인력(코디) 인건비를 지원받아 왔다. 그러다 2017년에는 지원금이 없어져 보조인력을 운용하지 못했다. 관리 업무를 할 인력이 없어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지니 결국 2017년 2학기에 업체위탁으로 전환했다. 노조에서 강하게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을 방과후학교 역시 이렇게 될 수 있다. 서울 구청들이 어느 순간 “방과후학교 사업을 종료한다”고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대란은 피할 수 없다.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할 교육이다. 책임있는 기관이 책임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앞선 사례에서 보았다. 언제부터 지자체가 할 일이라고 인식해 왔던가?

애초 국가 주도로 학교에서 시작했고 학부모들도 학교 교육으로 알고 맡겨왔다. 책임지기 싫고 귀찮다고 민간업체에 위탁을 하고, 이것도 모자라 지자체에 떠넘기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교육은 국가, 교육청, 학교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이진욱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이진욱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①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②방과후학교, 법이 필요하다 ③방과후학교, 착한 위탁은 없다 ④방과후학교, 덴마크 따라 지역사회로? ⑤방과후학교 강사도 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