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기 방학동안 자신이 겪은 경험을 소개하는 학생들. 사진=최창진 교사
단기 방학동안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학생들. 사진=최창진 교사

[에듀인뉴스] 오랜만에 하는 출근길이 낯설다. 우리 학교는 단기 방학으로 6일간의 시간을 가졌다. 학교 옆 편의점에서 ‘닭곰탕’을 맛있게 먹다가 고개를 드는데 우리 반 학생과 눈이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입 모양만 보인다)

편의점 통유리 너머 우리 반 학생이 씩 웃고 지나간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

“하하~ 5월 7일이요!!! 선생님 날짜도 까먹으셨어요?”

그렇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나 보다. 화이트보드 판에 날짜를 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니 비로소 학교에 온 것 같다.

일찍 온 아이들과 산책을 한다. 운동장 두 바퀴를 돌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단기 방학 중에 우리 반 아이들이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선생님을 초대할까 말까 투표를 했단다. 결국엔 선생님 여행에 방해된다고 초대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단다. 기특한지고.

운동장에 우리 반 축구부 학생 두 명이 보인다. 몰입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나도 초등학교 때는 축구 경기하러 학교에 왔었다. 1교시 전에 축구, 쉬는 시간에 축구, 점심시간에 축구, 학교 끝나고 축구, 집에 가서 축구^^. 축구를 잘 못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면 누가 믿으려나.

아무튼 학교에 자기가 좋아하는 게 하나 있다는 것은 학교생활 적응에 정말 큰 힘을 준다는 사실.

오늘은 2교시 과학 전담, 4교시 소금 강사님 수업, 5교시 영어 전담시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으면서도 아이들과 활동시간이 끊겨 아쉽다. 1교시는 글을 쓰고, 3교시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아이들이 방학 동안 무엇을 겪고 느꼈는지 발표하고 써 보고 공유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계획한다.

1교시 글을 쓰는데 여기저기서 쑥덕쑥덕 담소가 오간다.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떠들기만 하다니 어쩜 내 초등학교 때 모습이랑 똑같은지.

“혹시 사진이나 영상을 우리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나오세요.”

공주 공산성 공연 영상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고, 돼지 공연 영상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진주 황매산 절경을 나누기도 하고, 본인의 엽사를 나누기도 한다. 점점 담임을 닮아가서 큰일이다. 나는 다녀온 제주도 여행 사진과 견문을 아이들과 공유한다.

3교시 주말 이야기 대형으로(원형) 만든다. 신규 선생님이 메시지로 우리 반 교실에 가도 되냐고 묻길래, 당연히 “오브코올스” 라고 말했다.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아 개인 톡으로도 보냈다. 오시라고. 1교시에 썼던 글을 참고해 돌아가며 말한다. 중간에 질문도 하고 대답하기도 한다.

교과수업은 아니지만 나는 이것이 진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성취기준에서 구어 의사소통의 달성 종합판 수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나는 이 수업을 가장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말이다.

수업이 끝나고 피드백을 해달라고 졸라대는 내게 신규 선생님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자기 시간을 쪼개서 다른 반 수업 참관하는 열정에 놀랐다. 또 자신만의 관점으로 본인의 학급에 대한 성찰까지. 오히려 내가 배운다. 정말 고맙다. 메시지를 캡처해 우리 학교 신규 선생님 ‘함께 성장’ 밴드에 올린다.

자유롭게 다른 반 교실 문턱을 넘고 함께 고민하며 성장했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통제와 감시로 성장하지 않는다.

문득 내가 처음 발령받은 해가 생각난다. 6학급의 농·어촌 초·중통합학교였는데 교장 선생님은 중학교에만 계셨다. 당시만 해도 종이 문서 결재가 있는 이중결재 시스템이었는데 최종 결재권자인 교장선생님께 결재를 받으려면 언덕을 올라 중학교 건물에 가야 했다. 만약 공문 작성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다시 언덕을 내려가 수정해서 결재 받으러 다시 언덕을 올라가야하는 구조였다.

그 당시 공문 내용을 표시하는 ‘-다 음-’의 ‘다’ 자와 ‘음’ 자 사이 공간은 스페이스 바를 4번 눌러야 하는데 3번 누르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았다. ‘헉’. 내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는 자율학습을 시키고 급한 공문 처리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군대를 가야 했기에 명분 있는 탈출(?)에 성공했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사는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교육공무원이기에 해당 업무를 하고 공문을 작성하는 일을 피하면 안 된다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과도한 행정 업무가 교사 본연의 업무를 침해한다면 이는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교사는 어느 순간에 가장 행복할까?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으로 집중하는 아이들과의 수업의 순간일까, 번쩍번쩍 빛나는 행정 관련 결재 문서를 빈틈없이 처리해내는 순간일까? 순수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순간일까, 업무 전달 사항을 확인하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는 순간일까?

지금 시작하는 신규 선생님도 업무 보다는 학생과 수업에 관심을 갖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1급 정교사 자격을 받기 전까지는 원 없이 학급경영도 시도해보고,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었으면 좋겠다.

나는 부끄럽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지내고 싶다. 그래서 나부터 수업을 공개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려 한다.

아무튼 신규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으니 기분이 왕창 좋은 하루였다.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학급경영시스템으로 잘 할 수 있겠지? 언젠가는 나만의 완성된 수업스타일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겠지? 매일 한 뼘 씩이라도 성장하는 삶을 살며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나부터.

A 동료교사의 참관 수업 피드백..."구호 만들기, 좋네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일단, 수업 시간 참관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발문과 학생들과 수업시간의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기 위해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수업은 단기방학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수업시간 대화 방식을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놀랐던 건,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경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누군가 발표를 하고 있을 때 학생들이 잘 듣더라고요. 사실 자기 차례가 아니면 딴짓도 하고, 옆 친구와 떠들법도 한데 그런 학생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또한 잠깐 딴짓하거나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더라도 금세 돌아와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더라고요.

학급을 세울 때, 저는 ‘경청’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방법으로 ‘경청’을 가르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한 가지 마음 따뜻했던 건, 선생님이 학생들의 생활을 잘 알고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칠판을 보니 월요일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더라고요. 그 덕분인지 선생님은 학생들의 핸드폰 데이터 상황까지 파악하고 있는 모습에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저희 반 학생들의 생활들을 그렇게 속속들이 알진 못하거든요. 반성하게 되네요.

이병호 삼단 칭찬도 되게 좋았어요. 저는 구호를 많이 만들지 않는 편인데. 학생들끼리 서로 칭찬하는 구호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병호 삼단 칭찬이 뭔가요?

오늘 너무너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B 동료교사의 참관 수업 피드백..."교과서 없이도 성취기준 도달, 가능하군요"

선생님^^ 먼저 오늘 말씀도 안 드리고는 4반 교실 불쑥 들어갔는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교실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손에 뭘 들고 기뻐하길래 ‘왜지?’라고 생각했어요. 선생님께서 시를 다 쓴 친구들에게 사탕을 주셨다는 걸 알고 말 그대로 정말 스윗하시다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지금처럼 시를 쓰는 것은 즐겁고 달콤한 일이라고 설명하시는 걸 듣고, ‘초등학생에게 이런 즉각적인 즐거움으로 시 쓰기 또는 다른 학습 활동이 달콤한 일임을 오래 기억하게 해주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다’, ‘삶과 경험이 시다’라는 두 문장입니다.

어린이들이 쓴 시를 다양하게 보여주시고 시를 읽고 쓰는 활동이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고 직접 써보기까지 하게 하심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이 시를 쓸 때 순회지도하시면서 시 제목도 확인하시고 다른 아이들의 경험까지 모두 들어보시는 게 아주 재미있었어요. 아이들도 신나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교과서대로 수업하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알지만, 아직은 갈피를 잡기도 어렵고 제가 제대로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마음에 저는 교과서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수업은 교과서가 없이도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참 많이 시도하는 것 같아서 정말 제가 볼 때마다 감명받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옆에서 많이 보고 따라 해보려 합니다. 선생님 수업 보고 저도 오늘 국어 시간에 교과서 안 펴고 동화책을 읽어주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관련 경험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종종 4반 찾아가겠습니다! 깜짝 놀라지 마시고 투명인간 취급해주세요.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