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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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이에서 흔히 보고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가까이에서 함께 있기에 그 존재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익숙한 만큼 그러한 존재의 귀함을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생활에 필요한 것 가운데 가장 희귀한 것과 가장 흔한 것의 비율이 한 시간만 바뀌어도 인간은 지구 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가장 흔한 공기와 가장 희귀한 다이아몬드의 비율이 뒤바뀐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5월엔 가까이 있는 사람, 가깝기 때문에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거나 때로는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해주는 기념일들이 많다. 어린이날에 이은 어버이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이 있어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사회조직의 근본인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로 그리고 부부로서 가깝고 익숙한 모습들로 지내지만 서로의 귀중함을 잊고 살았던 순간들을 돌이켜 보고 사랑과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기념일들이라 여겨진다.

어린이와 부모 사이에 합법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교육 영역이 중심이긴 하지만 선생님은 다른 부모 자녀 하루의 대부분을 위탁받아 지도하기도 하고, 어린이의 많은 것을 알기에 부모와 교육 책임을 공유하기도 한다. 어린이와 부모와 선생님의 관계가 어느 누구보다 가깝고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여 5월엔 스승의 은혜를 기념하는 날이 있어 교육의 달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 같다.

어느 시대나 학교교육은 가정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공공 활동이다. 교육이 모든 학생들을 실력과 인격을 지닌 능력 있는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는 활동임과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학교교육은 가정과 사회에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기보다는 오히려 주된 불만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학교에서 발생한 교내 폭력 때문에 걱정하면서 자녀를 등교시키는 학부모가 많고, 공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사교육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의 요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그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신도 크게 느끼게 마련이다. 교육계에 대한 실망이 큰 현상에 대해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하면서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한다.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사회의 기대 수준이 100 퍼센트 지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교육활동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하기보다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부족하다는 평가와 비난에 대해 변명할 수 없다.

한편으로 교사들은 교육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와 학부모들도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사회적으로 기대 수준이 높아서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유가 있어서든지 학교교육과 교사를 쉽게 비판하게 된다면 교육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발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들이 직접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을 했다는 뉴스가 몇 번 제시되었다. 자신들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부담스러워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이 차라리 편할 것 같은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고 싶은 교직의 보람이 일부 불손한 학생들의 교권 경시 행동 때문에,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의 이기심 때문에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걱정하여 나타난 일시적인 갈등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교사에 대한 습관적 불만 제기는 교육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나아가 학교교육의 위기 현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있더라도 교육은 희망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학교교육을 이해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것이다.

5월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새롭게 교육희망을 키우고 교육신뢰를 회복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