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에듀인뉴스] 언제나 5월이면 스승의 날을 맞는다. 자신과 관련한 특별한 날에 교원들은 어떤 심정일까.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35여 년 동안 중등학교에 있다가 2년 전 정년을 맞았고, 지금은 대학에서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면서 과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스승의 날을 맞는다.

스승의 날에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나 자신은 교원으로서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에 대한 관심이나 태도가 실망스러워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아니다. 내 자신의 교직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훼손 사례들은 실제로 가끔 발생하는 일이다. 선생님께 불손한 학생들이 일부 있지만 공손하게 지도에 감사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하여 사회가 스승이라 인정해 주는 것에 비해 나 자신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일종의 죄책감으로 아쉬워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그는 모든 일을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하였고, 자기 자신을 위해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페스탈로치의 묘비명에 나오는 희생과 봉사의 스승의 길을 내가 제대로 걸어왔는지 다시 한번 새겨 보기도 했다.

교직생활 10년 정도의 시기에 전남 보성군의 작은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스승의 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인 ‘군사부일체’의 의미에 대해 평소와 다른 관점을 깨닫고는 죄책감을 얼마나 크게 느꼈는지 모른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 풍토 속에서 내가 헌신한 이상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군사부일체의 진정한 의미 '은혜'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군사부일체를 처음으로 되새겨 보았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날도 스승의 날이라 평소보다 좀 일찍 퇴근했다.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보성읍내에서 고등학교에 근무하시던 선배님께 전화하여 스승의 날에 새로 느꼈던 소감을 이야기했었다. 그분은 고등학교 1년 선배님이셨다.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보니 그동안의 교직생활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약간 울먹거렸던 기억이 난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교권이 추락할 때마다 등장한다. 임금과 부모와 동일한 수준으로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교사의 권위는 임금이나 부모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기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로 강조되기도 한다. 교사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기에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군사부일체라는 용어의 원전인 소학(小學) 제2편에서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라고 논했다. '권위'가 아닌 '은혜'의 동일성을 말했다.

아버지와 스승과 임금은 ‘낳아주고’, ‘가르쳐 주고’, ‘먹여 주고’ 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세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의 은혜는 ‘동일하며’, 따라서 ‘한결같이’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스승의 위치를 임금과 아버지와 동격에 둠으로써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강조하는 뜻인 것이다.

현직에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열리는 교직원회의 땐 보성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동료 선생님들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멘트를 하곤 했다. 교사로서 보람을 만들면서 근무하기가 어려운 시기지만 가르치는 일은 본래 어렵다는 것, 어려운 일을 기꺼이 헌신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기에 스승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힘들게 하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있긴 하지만 선생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격려했다. 그리곤 마지막 부분에서 군사부일체에 대하여 새롭게 깨닫고 많이 당황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요, 성년의 날(5월 셋째 주 월요일)이 있는 청소년의 달이다. 우리 모두의 사표(師表)인 세종대왕의 탄생일(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교육의 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을 연계한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어버이를 대신하여 어린이를 책임지고 가르치는 사람이 스승이다.

임금이 없는 현대에 의식주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은 사회가 담당한다. 그래서 5월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부모와 사회와 함께 협력하여 어린이를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는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달이라고 여겨진다.

특별히, 스승의 날은 대부분의 교육자들에게 학부모님들의 감사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고, 학생들이 존경할만한 인격과 후일 은사님으로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은혜를 끼치지 못해 다시금 사도 실천을 다짐해 보는 날이다.

교육자들에게는 교직생활에서 약간이라도 자존심이 상했던 경우가 있었다면 회복하는 시간으로, 학부모와 지역사회에게는 학교교육에 대해 비판하거나 실망할 때가 많았다면 새롭게 교육희망을 키우고 교육신뢰를 회복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