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한번째 이야기

'울음'터진 꼬마선생님과 계속 '도전' 격려한 아이들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꼬마 선생님 수업 시간. 학생이 선생님을 하고 선생님은 학생의 입장이 되어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사진=최창진 교사
꼬마 선생님 수업 시간. 학생이 선생님을 하고 선생님은 학생의 입장이 되어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사진=최창진 교사)

“울어? 우는 거 아니야? 진짜??”

아침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한 걱정을 하던 꼬마 선생님을 응원한다.

“괜찮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잘 할 거야!!”

4교시 도덕시간. 드디어 오늘 꼬마 선생님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반 도덕 시간은 단원별로 팀을 나누어 아이들이 직접 수업을 한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라는 웹툰 ‘송곳’의 대사처럼 교사와 학생의 위치를 바꾸는 경험은 엄청나게 신비로운 경험이다. 나는 학생 입장에서 아이들의 뒷모습과 움직임을 보며 꼬마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고 나를 성찰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는 작은 목소리지만 용기 내어 질문하고 수업을 이끌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꼬마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그런데 긴장한 모양인지 개인/모둠 활동을 다 건너뛰고 수업을 10분만에 끝내고 말았다.

꼬마 선생님 : “음 그러니까...다음은...음...”

아이들 : “응~ 몇 쪽이야? 다음에는 무슨 활동이야?”

꼬마 선생님 : “음...음..아..다음은 안 되는데...”

아이들 : “응? 혹시 마지막 슬라이드야?”

꼬마 선생님 : “응..." (유독 크게 보이는 수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화면)

아이들 : “아...음...그러면 우리 글똥누기 할까? 이번 수업 소감이나, 1교시부터 안 쓴 거 있으면 쓸까?”

순간 나는 엄청나게 간섭하고 끼어들고 싶었지만 계속 참았다. 40분 수업을 10분 만에 끝내서 시계만 계속 쳐다보는 아이. 엄청나게 당황스러운 순간임에도 꼬마 선생님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반 아이들. 과연 마지막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궁금했다. 나는 꼬마 선생님의 빈자리에 앉아 꼬마 선생님과 반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입은 꾹 다문 채 조용히 관찰을 계속했다.

‘흑흑....으으으응...흑흑...’

“우는건가? 진짜??”

꼬마 선생님은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무너졌다. 한참 남아버린 시간, 자신을 바라보는 38개의 눈동자 그리고 일동 침묵.

더 지켜만 볼 수는 없어 참견했다.

“오늘 꼬마 선생님은 지금 가장 위대한 수업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배운 핵심은 ‘감정’과 ‘욕구’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때 우리는 극한의 슬픔과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는 울어도 됩니다. 아니 무조건 울어야 합니다. 꼬마 선생님은 말로 하는 설명과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으로서 수업을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꼬마 선생님은 지금 감정이 어떤가요?”

“정말 긴장됐고 40분을 채우지 못해 슬프고 아쉬워요.”

“얘들아~ 지금 너희 감정은 어떠니?”

“왜 우는지 당황스러웠어요. 꼬마 선생님은 엄청 열심히 잘했는데...그리고 저희도 같이 슬퍼져요.”

아이들과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과 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꼬마 선생님의 10분 수업을 소중한 수업 자료로 활용해 즉흥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꼬마 선생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솔직한 대화가 오가면서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럼 꼬마 선생님에게 어떤 ‘욕구’가 드니?”

“엄청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틀려도 괜찮으니까 용기를 갖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꼬마 선생님은 오늘 친구들 앞에서 홀로 서 있는 외로움, 고독, 두려움,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반 아이들은 그런 꼬마 선생님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움, 공감, 위로, 격려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자~점심 먹기 전에 손 깨끗하게 씻고 복도에 줄 서세요~ 그리고 꼬마 선생님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남아주세요.”

꼬마선생님을 하다가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학생을 나중에 안아주었다. 사진은 예전에 맡은 반에서 꼬마선생님 수업을 진행한 학생을 안아주었던 모습이다.(사진=최창진 교사)
꼬마선생님을 하다가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학생을 나중에 안아주었다. 사진은 예전에 맡은 반에서 꼬마선생님 수업을 진행한 학생을 안아주었던 모습이다.(사진=최창진 교사)

나는 꼬마 선생님을 꼬옥 안아주었다. 아무 말 없이. 그리고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주 잘했다는 말과 함께. 평상시 하교인사도 ‘안아주기’를 좋아하는 꼬마 선생님에게는 많은 말보다 따뜻한 포옹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날 오후, 꼬마 선생님의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힘든 상황을 겪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더욱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다. 2주간 자료 조사를 하고 PPT를 만들고 어머니 옆에서 발표 준비를 했을 꼬마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오늘 최고로 훌륭한 스승의 위대한 수업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