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두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성휘 부산 용소초 선생님이 소개한 "가가볼" 체험 모습.
조성휘 부산 용소초 선생님이 소개한 "가가볼" 체험 모습.(사진=최창진 교사)

“여기 문기초 5-4반인데요~ 치킨 한 마리 보내주세요~”

오후 3시30분, 신규 선생님들과 함께 성장 프로젝트 두 번째 시간을 갖는다.

“헉, 선생님~ 의자 배치 뭔가요?”

“네~ 아이들과 교실 체육을 했는데요. 정말 재미있어요~ 같이 체험해 보시죠?”

부산 용소초 조성휘 선생님이 알려주신 ‘가가볼’ 놀이를 신규 선생님들과 했다. 책상을 눕혀 놀이할 수 있다는 창의적인 생각이 인상적인 활동이었다. 또 놀이를 직접 체험하며 말랑말랑한 공부모임 시작을 알리고 싶었다.

놀이체험이 끝나고 치킨을 중심으로 모여 앉았다.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경기도교육청과 이현지(달지) 선생님의 콜라보 노래 ‘다시 만날 때’를 듣는다. 랩 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는 인기 쌤튜버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젊은 선생님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한 달 동안 진짜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선생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사실 이게 전부에요. 진짜 애쓰셨어요.”

노래가 금방 끝났는데 치킨은 많이 남았다. 신규 선생님들이 듣고 싶은 노래, 추천곡을 받아 하나씩 듣기로 했다.

Billie Eilich 의 ‘bad guy’, 치즈의 ‘우린 어디에나’, 레드벨벳의 ‘You Better Know’.

우와, 진짜 레드벨벳은 팀 이름만 알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신규 선생님들과도 세대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즐겨 듣는 노래를 소재로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선생님과 선생님 간의 소통도 참 중요한 것 같다.

허승환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된 토드 휘태커의 명언이 떠오른다.

‘먼저 마음을 얻어라, 그 다음에 가르쳐라.’

책 나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신규 선생님들과 (좌)최창진 선생님.(사진=최창진 교사)
책 나눔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신규 선생님들과 (좌)최창진 선생님.(사진=최창진 교사)

“오늘은 책 선물을 드리려고요. 짜잔!”

▲‘승승장구 학급경영’(허승환, 나승빈 선생님), ▲‘초등학급운영 어떻게 할까?’(이영근 선생님), ▲‘선생님,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김태현 선생님),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님이 많을까?’(김현희 선생님),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서준호 선생님), ▲‘독서교육콘서트’(김진수 선생님), ▲‘참쌤의 비주얼씽킹 끝판왕’(김차명 선생님), ▲‘옥이쌤의 뚝딱 미술’(옥상헌 선생님) 그리고 ▲‘2018 유쾌한 창진쌤의 교단일기’까지^^

학교 현장에서 고민하고 실천한 내용으로 책을 쓰는 선생님들이 참 많다. 전국에 있는 책 쓰는 선생님의 프로필과 책 소개를 하며 원하는 책을 나눠 드렸다. 비록 중고책이지만 신규 선생님들이 참 좋아하셔서 다행이었다. 책을 읽으며 선생님은 교육의 최전선에서 연구하고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학교는 서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운 곳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요새 학급은 어떠세요?”

돌아가면서 세 분의 이야기를 듣는다. 역시 생활지도가 가장 힘들다. 

“심하게 수업 방해를 하는 학생이 있는데, 반을 위해서 가끔은 이 학생을 신경 쓰지 않고 수업합니다. 그런데 계속 그럴 수도 없고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상시에도 가방 메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고, 리코더를 삑삑 불고, 교실 앞으로 뛰쳐나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어떨 때는 도를 넘어 심하게 장난을 하는 학생이 감당이 안 됩니다.”

“수업과 전혀 상관없이 혼자 엄청 크게 웃거나 장난을 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학생이 있어요. 그 순간 나의 대처는 어떤 것이 최선일까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나의 대처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도 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공감이 된다. 사실 나도 같은 경험을 많이 했고 힘들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고,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도 들었다. 서로의 학급 이야기를 나누며 현재 우리가 힘든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바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함께 읽으며 공부할 주제를 선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생활지도 쪽으로요.”

“선생님~ PDC 학급긍정훈육법 어떠세요?”

“좋아요! 그럼 그 주제로 같은 책을 읽고, 선물로 드린 책도 따로 읽으면서 밴드에 느끼고 알게 된 점을 자유롭게 써 볼까요? 그리고 스스로 계획을 짜서 실천한 점도 공유해요~ 이 모임은 누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 연구하고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퇴근 시간을 넘겨 모임이 끝났다. 기획위원회가 끝나고 늦은 퇴근 준비를 하시는 학년부장님이 우리 반에 오셨다.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오늘 역사적인 날이네요! 저보다 늦게 퇴근하시는 날!”

“헉 진짜 그러네요!! 영광입니다”

잡무로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면 짜증 냈을 것이다. 나는 원래 칼퇴족이고, 지금은 육아시간을 쓰는 미리 퇴근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의미 있고 하고 싶은 일은 퇴근 시간이 늦어져도 참 좋다. 더 나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일, 가장 의미 있는 업무를 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