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세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2019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올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에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아이들과 과자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사진=최창진 교사)
학교에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아이들과 과자를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사진=최창진 교사)

오랜만에 시원한 비가 오는 날 출근 길, 운동장에 아이들이 축구를 하려고 모여 있다.

역시 비 오는 날에는 축구지!

뭔가를 아는 아이들이다.^^ 우리 반 교실에 들어가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슉~ 들어온다. 좋다. 열린 창문으로 바라본 운동장에는 아직 축구공과 학생들이 있다. 아마 강당으로 이동해서 스포츠클럽 축구활동을 하겠지?

아이들이 없는 조용한 복도를 걸으며 연구실로 향한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무더운 요새는 시원한 아이스티를 많이 마셨는데, 오늘만큼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그런데 커피가 떨어져 녹차 한 잔과 과자 하나를 집는다. 복도 저 멀리 보이는 건 우리 반 아이다. 특이한 자세로 장난을 치는 학생을 바라보며 그대로 따라한다. 웃는다.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계단을 올라오는 다른 반 학생과 인사를 나눈다.

“안녕~ 어? 근데 모자 이제 안 쓰니?”

매일 같은 모자를 쓰고 오던 학생이라 다른 반인데도 관심이 있었다. ‘오늘은 왜 벗고 왔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계기로 변화가 생긴 건지 매우 궁금하다.

그렇다. 나는 아이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좋은 점도 많고 힘든 점도 많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학교에 올까?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면,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이야기의 소재는 매일 바뀌며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이의 삶과 생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물론 나의 이야기도 많이 한다. 서로가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는 이 아침시간이 참 좋다.

“오우~ 긴 팔! 오늘 비와서 따뜻하게 입고 왔네?”

“네! 선생님 근데 되게 더워요. 그리고 이거 엄마꺼에요! 그리고 저 염색도 했어요.”

“어? 초록색할지 빨간색할지 고민하다가 초록색하기로 했잖아~”

“네, 그런데 연노란색으로 했어요.”

평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후회 없이 해보라는 나의 말 때문이었는지, 어느 날 초등학교 졸업 전에 원하는 색으로 염색을 하고 싶다던 학생이었다. 튀는 색으로 하려고 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나에게 의견을 물었고, 나는 부모님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다시 전하고 설득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초록색으로 염색하기로 했는데, 어제 연노란색으로 했단다.

“선생님~ 제 동생 사진이에요!”

“우와~~ 진짜 너랑 안 닮았는데?^^”

“네~ 옛날에는 저랑 닮았는데 크면서 안 닮네요!”

이 학생은 세 살짜리 동생이 있다. 5학년이면 12살이니까 동생이랑 9살 터울이다. 외동처럼 쭉 자라다가 갑자기 생긴 동생 때문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는 학생이다. 수업 중에도 동생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아침 대화를 통해 요새 학생이 무엇에 집중하고 관심이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어서 좋다.

“몸은 좀 괜찮니? 약은 먹고 있고?”

“네! 근데 의사 선생님이 약을 줄까 말까 했어요.”

“줄까 말까가 무슨 말이야?^^”

평상시 씩씩하고 활동적인 학생이 감기에 걸려 힘이 없어 보였다. 교실에 들어오는 길에도 기침을 해서 걱정되어 안부를 묻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 아닐까? 아침에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아이들의 안색이다. 평소와는 다른 표정은 꼭 확인을 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선생님~ 오 마이 갓김치! 아세요?”

“응? 그건 뭐야?”

“유튜브에요~”

“같이 볼까?”

요새 아이들은 대부분 유튜브를 본다. 짧지만 화면 변화가 엄청 빠르다. 말은 적고 편집이 재밌다. 아이들이 최근에 자주 했던 말들이 이해가 간다.

'감정출석부'하는 아이들 모습. 최창진 교사는 등교 시 아이들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어 아침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좋은 도구로 활용한다.(사진=최창진 교사)
'감정출석부'하는 아이들 모습. 최창진 교사는 등교 시 아이들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어 아침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좋은 도구로 활용한다.(사진=최창진 교사)

“감정출석 하자~”

옥이샘의 감정툰 출석부를 매일 아침에 한다. 기쁘다, 슬프다, 후회된다 등의 35가지 감정이 제시되어 있고 그 날 아침 기분의 따라 자신의 이름이 쓰여 있는 동그란 자석을 해당하는 감정에 붙이면 된다.

‘슬프다’ 감정을 선택한 학생이 혼자 창밖을 보며 서 있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말이 없거나 단답식 대답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등교 시 감정을 확인할 수 있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어 좋다.

우리 반의 매일 아침 모습이다. 아이들과 이야기로 만난다. 아이들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생각도 감정도 전부 매일 다르다. 이렇게 다른 우리지만 다름이 모여 우리가 된다.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이 모여 춤을 추기도 하고, 게임이야기를 한다. 내 자리로 다가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혼자 책을 보기도 하며 글똥누기 글쓰기를 하기도 한다.

매일 똑같지만 매일 다른 우리의 아침 풍경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