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학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사진=문기초 교사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학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사진=문기초 교사 최창진)

“문재인 대통령님이 우리 반 신문기사를 보시고 선생님한테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리무진 버스를 보내주셔서 우리 반은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 초청행사에 참석하죠.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어요. 대통령님에게 업어 달라고 했는데 웃는 얼굴로 저의 부탁을 들어주셨죠. 용돈도 주시고 개인 전화번호도 알려주셨어요. 마지막엔 기념품도 받아서 기분이 좋았죠. 마지막으로 SNS에 올려서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했어요.”

우리 반 아이들의 상상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어봤다. 왜 우리 반은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을까?

지난 6.25 이산가족의 아픔을 주제로 진행되었던 계기교육 시간. 참쌤스쿨의 “살아있어줘서 고마워요” 영상을 봤다. 10일이면 돌아온다던 남편이 65년만에 돌아온 가슴 아픈 이산가족상봉 실제사연이었다. '이산가족' 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아이들은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 가족이 헤어져 살아야 하는 거지?

“선생님도 이산가족이야. 선생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6.25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에서 피난오신 분들이야. 눈앞에는 시체로 산이 되고, 피로 물든 강이 보였고, 살기 위해서 남쪽으로 걷고 또 걸어 땅 끝 김해까지 오시게 되었데. 그런데 그 과정에서 두 분이 헤어지게 되셨고 나중에 수원까지 올라오신 외할아버지가 우연히 외할머니를 만나게 되어 우리 어머니가 태어나게 되셨고, 덕분에 선생님도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게 되었지. 어때 신기하지?”

아이들은 굉장히 놀란 눈치다. 남북이산가족찾기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2019년 5월 자료를 보면 총 13만3305분의 이산가족신청자 중에 생존자는 5만4634명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같이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이라는 사건에 휘말려 원하지도 않은 생이별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슬퍼했다. 내가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내가 이산가족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이야기하는 중, 여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우리가 손 편지를 써서 대통령님에게 보내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고통 받고 계시는 이산가족이 더 이상 슬퍼할 일이 없도록 말이죠. 우리들의 손 편지를 보시고 빨리 해결해 주시지 않을까요?"

 

“아주 좋은 생각이다! 우리가 느끼고 배운 것을 실천해보자. 도전해보자!”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다고 생각해도 아이들의 의견이 우선이다. 나머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은 편지 쓰기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학생도 있어서 강요하지 않고 배움 공책에 느낀 점을 쓰도록 했다.

이렇게 13명의 학생이 편지 쓰기를 시작했고, 7명의 학생은 자신만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원하는 건 같았다. 더 이상 이산가족이 고통 받지 않고, 부모님과 형제자매와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것.

점심시간, 나도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선생님도 쓰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내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다. 이 편지를 진짜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정성들여 한자 한자 적어 나갔다. 내 편지를 완성하고 아이들의 편지와 함께 동봉할 학교봉투를 찾으러 교무실에 갔다.

“학교 봉투 어디에 있죠?”

교무실에 있던 교감 선생님과 실무사님이 웃으며 나를 쳐다보셨다. 오늘 우리 반에서 있었던 상황을 말씀드리고 아이들과 내가 적은 편지를 보여드리며 대통령님께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약간 놀라신 눈치셨지만, 훌륭한 도전이라고 적극 응원해주셨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퇴근 길 우체국에 들러 '일일특급'으로 배송을 신청했다. 3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대통령님께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이 사연을 올렸더니 오마이뉴스 이선배 시민기자님이 인터뷰를 요청해주셨다.

“아이들과 의미있는 수업 활동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쓰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 문기초등학교 학생 모습(사진=문기초 교사 최창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쓰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 문기초등학교 학생 모습(사진=문기초 교사 최창진)

이틀 뒤, 정말 오마이뉴스에 정식기사로 등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에게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뉴스 기사를 읽어보았다. 아이들은 흥분한 상태에서 믿겨지지 않는다고 연신 혼잣말을 계속했다. 자연스레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고, 그런 김에 상상하여 글쓰기 활동을 했다.

“청와대에서 초청하고 교통수단을 보내주지만, 우리는 다 거절하고 학교에 모여 다 같이 청와대까지 걸어갑니다. 청와대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환영행사를 보내고요. 한 손은 대통령님과 나머지 한 손은 이산가족과 손잡고 판문점에 갑니다. 그곳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손을 잡고 있는 북쪽 이산가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즐겁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제가 원하는 미래 모습입니다.”

수 많은 상상 의견 중에 가슴을 울린 대답 하나.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자고 제안한 여학생이다. 상상도 이렇게 올곧고 멋진 상상이라니!!!!

이 학생이 미래에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ㄷㅎ야! 나중에 잘되면 선생님 짜장면이랑 탕수육 알지? ^^”

이산가족의 아픔을 상상하고,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게 하기 위해서 대통령에게 손 편지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고, 판문점에서 이산가족이 얼싸안고 행복한 얼굴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들의 상상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