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열여덟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소니 선생님이 만드신 게릴라 콘서트 홍보지.(사진=최창진 교사)
이소니 선생님이 만드신 게릴라 콘서트 홍보지.(사진=최창진 교사)

드디어 오늘이다!!

3월 29일, 5~6학년 댄스부 동아리 학생들과 첫 만남 이후 3개월 동안 춤 연습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팀별로 정한 노래 안무 연습을 보며 오늘을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바로 오늘이 1학기를 마무리하는 댄스부 동아리 게릴라 콘서트 날이다.

후다닥 점심을 먹고 강당으로 뛰어간다. 먼저 온 3~4학년 댄스부 담당 이소니 선생님이 미리 준비를 하고 계신다. 음원 준비부터 공연 순서까지, 그리고 센스 있게 콘서트 홍보지도 훌륭하게 만들어 주신 능력자 선생님이시다. 나는 몸으로 때우기(?) 위해 공연 팀을 자리에 앉히고 MC와 방송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갔다.

“떨지 말고~~ 잘 할 수 있지?”

“윽... 선생님! 제 심장이 엄청 빨리 뛰어욧!!”

“하하.. 노래 바꿔 틀고 음향사고 나면 큰일 난다~~?”

“넵~”

우리 반 아이들 4명이 MC를 보기로 했는데 콘서트가 화요일, 목요일에 두 번 진행되니 두 명씩 짝지어 MC와 음향을 지원하기로 했다. MC를 따로 선발할까 고민도 했지만 워낙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고민 끝에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이기 때문에 잘하든지 못하든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공연을 보고 싶은 아이들이 입장한다. 체육관 문밖에서 힐끔힐끔 안을 쳐다보며 오매불망 공연 입장을 기다린 아이들이다. 지축을 흔드는 무쇠다리 뜀박질 소리와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로 가득 찬 체육관이 마치 진짜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아이들은 먼저 온 순서대로 앞자리부터 자리를 채우고 자기가 준비한 플래카드도 들고 자기 친구 이름을 연신 호명한다.

“자 모두들!! 떨지 말고 즐기자~~ 파이팅!!”

공연 시작 1분 전, 그동안 고생해준 댄스부 아이들을 응원한다. 매끄러운 MC의 진행과 역동적인 아이들 공연을 보니 가슴이 뛴다. 방송국 카메라만 있었으면 진짜 음악채널 녹화장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표현하고, 힘차게 응원하며 격려하는 우리 모두가 참 멋지다.

“준비는 잘 된 거지? 선생님 올라갈까? 올라가지 말까?”

5~6학년 댄스부에는 유일한 남자팀이 있다. 댄스부는 대부분 여학생들이다. 여학생들의 현란한 춤사위에 주눅 든 남학생 팀은 출발부터 난항이었다. 곡도 계속 바뀌어 연습 시간이 부족해 가장 걱정이 되는 팀이었다. 댄스부 유일한(?) 남자 선생님으로서 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전에 농담으로 “선생님이 깜짝 출연해줄까?”라고 물었더니 꼭 해달라고 말했던 녀석들. 엄청 긴장한 것 같아서 무대 오르기 전에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물어봤더니 꼭 올라와 달란다. 지금까지 무대에 올라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아이들이 원한다면... 올라가서 한 번 해 보지 뭐^^

드디어 남자 팀의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대기실에 올라가서 바로 옆에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언제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맞은편 방송실에서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우리 반 녀석들.

“(입모양)선.생.님.나.가.요??”

“(씨익 웃으며)끄덕끄덕”

“꺄~~~~~~~~~~”

최창진 선생님(좌)이 함께 한 깜짝 남학생팀 댄스 공연.(사진=최창진 교사)
최창진 선생님(좌)이 함께 한 깜짝 남학생팀 댄스 공연.(사진=최창진 교사)

모두 깜짝 놀랐다. 공연을 보던 아이들,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전부 빵 터졌다. 작전 성공. 덕분에 엄청난 주의를 끌며 남자 팀도 흥행 성공!(나만의 착각일지도^^)

짧은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유재석 님의 댄스 본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춤이 좋다. 무대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박수를 받을 때는 참 짜릿한 느낌이다. 유재석 님이 박진영 님 같은 분을 만나서 원 없이 댄스를 췄던 것처럼 나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다^^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너네 진짜 멋졌어. 그리고 고생 많았어!! 댄스부도, MC도, 음향 지원도 완벽했어~~”

공연이 끝나니 관람했던 아이들이 썰물처럼 금방 빠졌다. 금세 무대는 텅 비었다.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음향 지원을 했던 친구들이 이제야 무대로 뛰어간다. 그리고 MC 연습을 시작한다.

무대에 오른 댄서나 MC도 멋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를 완벽하게 이끌어준 음향 지원 팀이 특히 고마웠다. 목요일에는 화려한 입담으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는 MC로 데뷔 성공했다.

“배움이란 뭘까?”

일단 아이들에게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이들은 전혀 무기력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하고 싶은 것 투성이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하고 싶으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공상으로 끝나지 않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