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에듀인뉴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 아닌 상산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지정 기준 점수를 타 시도보다 높게 설정한 것은 교육감의 권한으로 인정하면서도, 김승환 교육감이 평가 항목을 설정하는 데 있어 ‘재량권 일탈·남용’을 했다고 봤다. 

김 교육감은 상산고에 불리한 평가 지표를 넣었는데, 이는 시행령에 규정된 대로라면 제외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교육청 스스로 공식적인 공문 등을 통해 상산고에게 평가 지표에 해당하는 만큼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것도 교육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 평가 지표는 ‘사회통합대상자 선발 노력’ 항목이었다. 상산고 같은 자율형사립고가 수월성 교육을 위한 본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동의할 바다. 

그렇다면 일반고보다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사고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것이다. 지금처럼 자사고 자체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은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자사고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CBS-리얼미터의 최신(7월19일) 조사는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국민이 여전히 과반 넘는 51%에 달함을 보여준다.(반대는 37.4%) 

따라서 사회통합대상자를 더 많이 선발하여 ‘귀족학교’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은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에게 여전히 요구되는 바다. 김 교육감에게 권한을 위임한 전북도민의 뜻도 사회통합대상자 선발 노력 등 자사고의 개혁을 바란다는 점에서 이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북도민의 뜻이 자사고 개혁을 뛰어넘어 교육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면서까지 없애라는 뜻은 아님을 재지정 탈락 이후 여론이 보여줬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 찬반여부<br>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탈락 찬반여부

전북도민을 대상으로 한 바른미래연구원-모노리서치의 7월22~23일 여론조사를 보면 상산고를 탈락시킨 전북교육청의 결정 자체에는 40.7%가 찬성해 반대한 45.3%와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을 달리해 김 교육감이 평가 기준을 과도하게 한 것은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53.7%에 달했으며, 이와 비슷한 비율인 51.5%의 도민은 교육부가 상산고를 계속 자사고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선 기고 글에서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고의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 유도’가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관련 기사 참조) 

해당 공약은 수월성 교육이라는 취지에 충실하지 못한 자사고에 한해 정리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귀족학교’ 오명을 벗고 자사고가 진정으로 더 나은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채찍질하겠다는 뜻이었다. 

‘나라를 나라답게’ 하겠다는 정부의 국정 표어처럼, ‘자사고를 자사고답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하지도, 재지정 요건을 무리하게 강화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되려 자사고를 없애려 한 김 교육감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2020년 이후 중장기 교육계획을 설계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 교육 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예정이었다. 자사고 제도 역시 ‘귀족학교’인지 ‘수월성 교육의 산실’인지에 따라 그 운명이 정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 수렴 및 사회적 합의를 전제함은 물론이다. 

최근 김 교육감의 권한 일탈·남용은 자사고 정책을 놓고 사회적 관심은 높였을지언정 생산적 논의를 어렵게 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사고 죽이기’라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키는 한편, 교육정책에 대한 본연의 생산적 논의에 집중하게 하는 마중물이 됐다. 

정부는 상산고가 자사고로 존속할 수 있게 한 와중에 안산 동산고와 군산 중앙고는 일반 사립고로 전환하는 결정도 함께 내림으로써 자사고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