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진의 교단일기 스무 번째 이야기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작년부터 190여편의 교단일기를 써온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 교사의 교단 일기를 연재,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최창진 경기 안성 문기초등학교 교사. 아이들과의 소소한 교실 속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유쾌한 초등교사로 작년부터 ‘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밴드에 매일 교실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글을 읽은 선생님들이 남긴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댓글을 보며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는 최 교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록하는 교사로 살고 싶다고 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방학하면 정말 좋은데 막상 방학하면 학교 오고 싶어요~ 심심하거든요~ 그런데 학교 다니다 보면 방학 했으면 좋겠어요. 참 이상하죠?^^”

여름방학이다. 3월 4일 아이들과 어색한 첫 만남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벌써 100일이 지났다. 20명의 아이들과 아침마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고,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고, 수업시간마다 각자의 생각을 최대한 들어보고, 개성을 존중하며 꿈과 끼를 살려주기 위해 했던 다양한 추억들.

하지만 가장 많이 깨닫고 배운 것은 교사인 나였다. 20명의 스승님이자 나의 소중한 제자들을 가르치고 서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좋은 수업을 위해 함께 노력하며 소소한 일상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는 같은 학년이 있어 참 좋아요.”

초등학교의 근무는 같은 학년 분위기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최고로 훌륭한 같은 학년 선생님들을 만나 새 학교 적응도, 교사로서 성장도 할 수 있었다.

허승환 선생님의 세바시 강연에서 봤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 “수업전문성에서 최고의 반성적인 도구는 바로 동료다”였다. 내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대화하고 협업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씀일 것이다.

신규선생님들과 나눈 감동적인 손편지.(사진=최창진 교사)
신규선생님들과 나눈 감동적인 손편지.(사진=최창진 교사)

“선생님! 한 학기동안 받기만 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함께 들어요~ 선생님과 저희 신규들이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옆 반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늘 용기 북돋아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용감하게 한 학기 마친 것 같습니다.”

신규교사 함께 성장 프로젝트 3번째 시간이자, 1학기 마지막 모임에서 신규선생님들에게 받은 편지 내용의 일부분이다. 일회성 수업 공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과 생활지도, 학교 문화를 배우고 나누는 지속적인 공부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많이 알고 있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힘든 부분을 꺼내서 함께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신규 선생님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 분의 신규 선생님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빠로서는 부족한 나 "항상 딸에게 미안하다"

“아빠~ 이번 수영 공개 수업은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 저번에는 엄마가 왔으니 이번에는 아빠가 와요~”

고백하건대 나는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좋은 교사도 어렵지만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은 훨씬 힘들었다. 딸의 체험학습에 동반하기 위해 연가를 쓰고 따라갔지만 딸은 울면서 아빠가 와서 싫다고 했었고, 유치원 하원 버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찡그린 표정으로 아빠가 왜 나왔냐며 투정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올해는 가능하면 육아시간을 많이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딸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에 아빠가 자신의 공개 수업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좋은 아빠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교단일기 100번째 이야기 마무리 "묘한 성취감과 자신감 불러와"

“마약일기였습니다. 끊을 수 없고 끝없는 기다림의 일기! 2학기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읽고 난 후 크게 웃고 또 반성하고...계속 반복^^”

유쾌한창진쌤의 교단일기 99번째 이야기에 달린 댓글이다. 금요일 방학식 에피소드를 끝으로 100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내 마음대로, 매일 쓰는 교단일기는 나에게 묘한 성취감을 준다.

나 같은(?) 교사도 교단일기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글을 쓰기 위해 기록을 조금씩 하게 되었으며, 기록을 위해서는 모든 것에 더욱 관심을 갖고 관찰할 수밖에 없다. “기록은 모든 기억을 지배한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감사한 것은 나의 신체와 정신이 크게 아프지 않고 1학기 동안 버텨줬다는 점이다.

교실에서 하루 종일 20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생활지도, 개별 상담, 급식지도 등을 하다보면 정말 녹초가 된다. 정말 예측 불가능한 학생들을 실시간으로 온 마음으로 대하면 진이 빠진다.

엄청 뛰어난 이론도, 유명한 학설도 교실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내 능력에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모든 일을 처리한 것 같지만 과연 내가 다 처리한 것이 맞는가 하는 근원적인 찜찜함이 있다.

그런데도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신체의 고단함을 매일 놀랍게도 훌륭하게 버텨주는 내 몸과 마음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 "얼마나 더 성장해서 올까?"

아이들과 그냥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마지막 영상을 촬영한다.

“건강하게 놀고 자신감이 넘치는 반, 욕과 폭력이 없는 긍정의 반! 5 4 20 짝짝!! 야~이제 방학이다^^”

매일 수업 시작하면서 외치고, 집에 가면서 외치는 우리 반 구호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1학기 동안 정말 구호대로 잘 지냈는지 반성이 된다. 그래도 신나는 방학이니 아쉬운 점 보다는 좋았던 점을 떠올리며 웃는다.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궁금하다. 5학년 2학기부터는 정말 많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아이들과 1학기 마지막 인사를 몸으로 한다. 손바닥으로 하이파이브, 주먹 쥐고 하이파이브, 악수하기, 춤추며 인사하기, 안아주며 인사하기. 이렇게 다섯 개의 인사 중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해서 인사를 하며 헤어졌는데 오늘은 특별히 모두 안아주며 인사를 한다.

말로는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득 담아 힘껏 안아준다. 물론 안아주기를 무척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학급밴드에 방학계획서와 안전교육 자료 사진 그리고 학급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 1학기 동안 올린 사진과 영상이 무려 1,238개다. 하나씩 살펴보니 정말 재밌는 일이 많았다.

부족한 것도 많고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우리 반 학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을 가득 받으니 더욱 즐겁고 행복한 반이 되도록 노력할 수 있었다. 좋은 학부모님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다.

여름방학이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매순간 학생의 배움을 위해 고군분투 하시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1학기 동안 있었던 과거는 모두 잊고 방학 동안 심신을 재충전 하며 힐링하시면 좋겠다.

비워야 채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다가올 2학기에는 또 어떤 감사한 일이 우리를 기다릴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창진쌤의 교단일기도 아이들과 함께 방학을 맞습니다. 방학 이후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