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

다문화 음식열전(1) 김치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지난 시간까지 다문화 역사인물들에 대해 소개했다. 어찌보면 한반도의 역사는 이주해온 인물들에 의해 쓰여진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우리 것"이라는 "전통의식"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지구촌의 모든 사람과 문화는 그 자체가 지구적 차원의 존재일뿐, 어떤 특정 지역이나 나라, 부족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쓰는 한국어조차도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남방 아시아계의 언어와 북방 유목민족의 언어가 혼합된 언어이며, 세종대왕은 그 혼합된 언어인 한국어의 표기를 창제했던 것이다.   

​그럼, 이번엔 우리들이 생활하면서 즐겨 먹고 있는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여기서도 우리의 전통음식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위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우리의 전통음식이란 것은 거의 없다. 있다면,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니 만큼 간장, 된장 등의 장 종류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에 것은 이곳 저곳에서 들어온 각종 재료들이 함께 어울려 맛을 내고 있기에 이 역시 다문화적이고 융합적인 컨텐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한국 음식을 가리킬 때 첫 손가락을 꼽는 '김치'이다. 혹자는 김치야말로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할지 몰라도, 필자가 보기에 '김치'야말로 각종의 다양한 재료들이 융합된 다문화적 음식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BTS(방탄소년단)가 K-POP에 봉산탈춤의 춤사위와 아리랑가락을 곁들인 것처럼 가장 다문화적이고 문화융합적인 컨텐츠인 것이다. 

먼저 "김치"의 역사를 보자. 

사실, 지금 우리가 먹거나 김치담그기 행사에 쓰이는 통배추김치의 역사는 겨우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통배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18세기 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통배추를 만들기 위해 배추를 모종하고 자랄 때 즈음에서 일일이 지푸라기로 묶어주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실제 결구배추(통배추)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즉, 배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며, 그 조차 결구배추(통배추)가 재배된 것은 19세기 말에 들어와서다. 그러고 보면, 지금 김장담그기 행사 등에 기초재료로 쓰이는 절임통배추의 역사는 100년 남짓의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추가 조선시대 초기에 들어온 만큼, 배추김치의 역사도 기껏해야 5-600년이 되지 않는 셈이다. 또한 지금처럼 빨간 고추가 조선에 전해진 것도 임진왜란 전후이기 때문에 배추김치의 역사를 아무리 오래잡아도 500년을 넘지 않는 것이다. 

​물 채소를 소금에 절여먹는 것은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고, 특히 중국의 시경에 의하면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채소(오이)를 소금에 절여먹었으며, 그 음식을 "저"라고 표기한 기록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통일신라 신문왕 때 신부를 맞이하면서 신부댁에 보내는 폐백 물품으로 소금에 절인 김치(아마도 무우를 절여보낸 듯)가 등장하고 있다. 또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고구려 사람들의 풍속을 전하면서 "소금에 절인 채소를 즐겨 먹는다"는 기록이 나타나 있다. 

따라서 소금에 절인 채소를 통틀어 "김치"라고 한다면, 그 역사는 기원전 3000년 경부터이니, 지금부터 50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록된 고구려의 기록을 볼 때, 그리고 삼국사기에 나타난 통일신라 신문왕의 기록을 볼 때,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는 소금에 채소를 절여 먹는 풍습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쌀, 콩, 밀가루 등의 알곡은 저장하기 편리한 반면, 채소는 오래동안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시말해, 알곡은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해 긴 겨울에도 저장해놓고 먹을 수 있었지만, 채소류는 저장이 불가능해서(그나마 무우는 땅속에 묻어 겨울저장이 가능하다), 저장용 음식으로 소금에 절인 채소를 사용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동양(중국, 한국, 일본)에는 배추가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무우나 가지, 오이, 부추, 갓 등이 사용되었다. 이는 고려시대 민간에서 주로먹는 5가지 채소에 대한 기록에서도 배추는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쨌든 고려시대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육식"을 자제하고 채식을 위주로 하는 풍습이 강화되어 채소를 소금에 절여먹는 "김치"의 문화는 더욱 활성화된 것 같다. 단순히 소금에 절여먹는 수준이 아니라, 후추나 각종 향신료를 곁들여 맛을 내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또 지역별로 젓갈 등을 곁들이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각종 김치들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때의 김치는 무우가 주 재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일명 나박김치나 무우짱아찌, 오이지 등이 그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조선 전기도 무우를 주재료로 하는 김치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조선 초중기 배추가 도입되면서부터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온 고추로 인해 김치는 혁명적인 변화를 격게 되었다. 초기 고추는 남쪽 오랑캐 음식이며 "독초"로 여겨져 별로 반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봉유설 등 많은 서적 등에는 고추의 악영향에 대한 기록들이 많이 보인다. 소주에 고추를 타먹었다가 죽었다는 기록을 비롯해, 고추를 많이 먹으면 열이 많아져 종창이 생긴다는 등 고추를 경계하는 저술들이 많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추가 가지고 있는 저장성 기능(고추는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있다)과 자극적 매력으로 각종 음식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만주와 한반도가 원산지였던 콩을 이용한 된장처럼 고추와 찹쌀, 그리고 간장을 이용해 장을 담그기까지 한 것이다.

또 가장 많이 애용하는 김치에 빨간 고추가루가 곁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배추김치의 원형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영조시대 궁중음식 조리법에서 "김치담그기"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나오고 있다. 

​이어 1700년대 말 중국으로부터 결구배추(통배추)가 들어오게 됨으로써 현재와 같은 김치가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초기에 들어온 결구배추는 많이 재배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통배추가 되는 여러과정을 거치게 되어 실제 민간에서 결구배추를 이용해 통배추김치를 담아먹었던 것은 1800년대 말이 되어서야 보편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같은 김치의 역사는 100년 정도 남짓이 되는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김치의 이름도 여러가지로 변해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중국의 시경에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저"라고 표기했고, 그같은 표기는 고려시대에도 많이 보인다. 그와 함께 조선초기에 지어진 훈몽자회 등에서 김치를 "침채(소금에 절인 채소)"라고 명명한 것이 보이고 있다. 즉, 이 "침채"가 구개음화하면서 "딤채"가 되고, 그것이 "김치"가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 학설이다.

즉, 조선 초기까지 "저"라는 이름이나 "침채"라는 말이 함께 혼용되다가 "침채가 딤채로, 그리고 김치로" 변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변화한 "김치"는 전세계 어떠한 음식보다 화려한 색깔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초기 해외동포들에 의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김치가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으며, 김치가 가지고 있는 효능(발효식품)으로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하여 김치 종주국이 누구인가를 놓고 일본이나 중국과 싸우기까지 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의 김치와 김장담그기 행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발전해온 김치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그 역사와 변화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치의 역사를 보면, 김치는 그야말로 "다국적 재료"들이 함께 창조적으로 어우러진 "다문화 융합컨텐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문화는 배척되거나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으로써 창조되는 과정임을 우리 음식의 자랑인 "김치"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김치의 종류=​한국에서 김치의 종류는 백여가지나 된다. 한국의 음식 종류가 총 600여가지라고 하는데, 그 1/6정도가 김치 종류인 셈이다. 그 정도로 한국인과 김치는 음식에서 떼어놓고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깊은 관게를 가지고 있다. 먼저 재료를 가지고 나누는 김치의 종류를 살펴보자.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김치에 사용되는 주재료는 약 30여가지나 된다. 배추, 오이, 무, 열무, 갓, 미나리, 파, 부추, 고들빼기 등이 있다.

배추김치만 하더라도 일반 배추김치를 비롯해, 백김치, 보쌈김치, 양배추김치, 씨도리김치, 얼갈이김치가 있고, 무우김치로는 깍두기, 총각김치, 숙김치, 서거리김치, 채김치, 비늘김치, 석류김치, 무청김치, 나박김치, 무말랭이김치, 무오가리김치, 비지미가 있고, 열무로 만든 김치로는 열무김치와 열무물김치, 오이로 만든 김치는 오이 소박이, 오이송송이, 오이깍두기, 오이지 등이, 파로 만든 김치는 쪽파김치, 실파김치가 있다. 

그외에 깻잎김치, 호박김치, 미나리김치, 시금치김치, 콩나물김치, 고들빼기김치, 부추김치, 고수김치, 풋마늘김치, 도라지김치, 가지김치, 고춧잎김치, 고구마줄기김치, 박김치, 호박지가 있고, 해조류나 어패류로 만든 김치에는 파래김치, 미역김치, 청각김치, 톳김치, 굴김치, 대구김치, 북어김치, 오징어김치, 전복김치가, 육류로 만든 김치에는 닭김치, 꿩김치, 제육김치가 있다. 

이외에 담기는 방법에 따른 김치의 종류(통김치, 물김치, 깍두기, 소박이, 보김치, 섞박지)가 있으며, 계절에 따른 김치로 동치미 등이 있고, 지역별로는 매우 다양한 재료들이 가미되어 수도 없이 많은 김치들이 존재한다. 또 궁중에서 먹던 김치와 사찰에서 먹던 김치가 따로 있으며, 이가 없는 노인들을 위한 김치와 제사상에 올리는 김치가 따로 존재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김치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