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리포터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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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맞이한 첫 번째 문제는 모둠형성이었다. 모둠형성은 모둠을 활용한 수업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 고민일 것이다. 모둠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모둠활동의 결과물 뿐 아니라 수업시간 분위기까지 좌우하게 된다. 각종 수업 연수에서도 연수를 들은 선생님들의 첫 번째 질문은 모둠형성법인 경우가 많다. 

앞서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한 A교사와 다양한 모둠형성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통해 유사성격인 학생들끼리 모으는 법, 게임을 통해 모둠을 형성하는 법 등. 그런데 나름의 방법을 준비해서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원하는 모둠형성법을 묻는 순간, 내 준비는 모두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학생들이 원하는 방법은 ‘무작위’였다. 학생들은 그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했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고 그 결과로 생겨난 모둠에 대해서는 모두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들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로만 모둠이 모이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들끼리 모이거나, 혹은 너무 활발한 학생들끼리 모이는 경우를 피하고 싶어한다. 가급적 고르게 모둠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모둠을 형성하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을 다 봐줘야 하고 그렇게 하느니 무작위로 선정하고 이에 대해 불평불만 갖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올해 3월,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20대는 ‘한 팀으로 일했다면 기여가 다르다고 해도 모두 공평하게 보상받는 것’(28%)보다는 ‘한 팀으로 일했다 해도 각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아가는 것이 공정’(67%)하다는 비중이 높았다.

다른 모든 세대들은 5대 5로 아주 약간 전자가 높은데 비해 20대의 전자에 대한 비선호와 후자에 대한 선호는 압도적이다. 이는 어떤 이유일까? 지난 10여년간 모둠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모둠점수를 채점하는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모둠활동의 핵심은 모둠 그 자체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 번째 문제는 개인 참여도의 편차다.

모둠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와 열심히 참여하는 일벌레가 발생한다. 개인의 참여도가 다르다는 점은, 모둠활동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요소지만 막상 평가하기 쉽지 않다. 또는 무임승차자 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자기 역할만 하는 학생과, 정말 열과 성을 다 쏟는 학생의 경우에도 같은 점수를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대비 받은 점수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모둠 결과물의 편차다.

개인의 참여도와 능력의 편차로 구성된 모둠의 결과물은 결국 모둠 점수를 받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모둠원이 4명인데, 1~2명의 무임승차자로 나머지만 열심히 한 모둠활동의 결과물이, 4명 모두 열심히 한 모둠활동의 결과물에 비해 좋기란 어렵다.

이 때 앞 모둠의 열심히 한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앞 모둠의 열심히 한 학생들의 점수를 더 우수하게 준다면, 결과물이 좋은 모둠은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과정중심 평가라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무시할 순 없다.

과정중심평가의 핵심은 학생에게 기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활동 과정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둠활동의 이유도 단지 혼자하기 힘든 것을 같이하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생각을 모으고 부족한 점을 도와가며 경쟁보단 협동의 의미를 배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경쟁’으로서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피드백은 등한시되고, 학습에 뒤처진 학생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학습 우수자의 손해가 중요해진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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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교사 개인에 비해, 학생들은 벌써 다양한 수업을 통해 모둠활동을 경험했다. 모둠 편성에서 개인의 유불리와 모둠의 유불리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은 그 편성 방식의 작위성에 반대한다. 그 결과 학생들이 느끼는 최선의 모둠 편성은 ‘무작위’인 것이다.

학생들에게 평가의 공정성이란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 오로지 그것만 주어지는 것이다. 그 외의 것을 요소로 넣었을 때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느낀다.

이번 프로젝트 과정에서 첫 번째 문제에 직면한 것은 결국 이 모둠편성이었다. 공정성을 가르치는 생활과 윤리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공정성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했는지 반성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대학시절에 나 역시 모둠활동을 할 때 모둠원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럴 때마다 모둠활동에 대한 분노를 했다.

어쩌면 지금 하는 수업활동이 학생들에게 공동체와 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교사부터가 ‘결과물을 목표’로 한 수업을 하려다보니 모둠형성은 그저 해야 하는 것 정도로만 여기고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모둠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와, 모둠을 형성함으로써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되새겼으면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에듀인뉴스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