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목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말은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을 상징하는 언어가 되었다. 

한 과목만 잘하면 대학간다 

[에듀인뉴스] 대입제도와 관련해 “한 과목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말은 이해찬(사진) 전 교육부장관을 상징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 후 열린교육과 '해찬세대'라는 유행어가 생겼고 열린교육은 침몰했다. 이해찬의 교육정책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었는지 이후의 교육부장관들은 전원 모두 입시개혁을 기피했다. 찔끔찔끔 손질만 한다고 건드린 대입제도는 누더기가 되었고 부모들은 내 아이가 무엇으로 어떻게 대학을 가야 할지 갈 길 몰라 방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1일 아세안 순방을 떠나기 전에 “그 동안 입시제도 개선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조국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조국 논란이 대입제도로 번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해찬의 ‘한 과목만 잘하면’을 다시 논점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자명하다. 그 말이 맞기 때문이다. 세상에 완벽한 입시제도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입시의 고통이 적은 선진국들의 사례에 ‘한 과목만 잘하면’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선진국들의 입시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고등학교가 박정희 때의 명문고처럼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계급화되어 있고, 이들 학교는 정부의 특혜로 대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능과 내신이 아니더라도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 다른 인문고 등은 특혜가 없어서 전과목을 죽어라 공부해서 내신을 쌓고 수능을 보아야만 겨우 일반대에 합격할 수 있다.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3까지 배우는 국영수 과목의 학점이 360여 시간으로 4년제 종합대학 3개를 졸업할 분량으로 많다. 선진국에는 국영수를 고3까지 학기마다 의무적으로 배우는 나라가 없다. 프랑어는 프랑스의 고교에서 선택과목이다.    

둘째, 문과계열의 대학에 진학하고자 할 때 우리처럼 수학이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다. 중등과목 전체를 모두 공부하고 그 외로 수시입학을 위해 별도의 스팩을 갖지 않아도 된다. 에세이, 논술, 한 과목 면접 등 다양한 체계를 유지하고, 학점제를 하는 미국 등은 예컨대 수학선생 3명이 가르치는 학급의 학생들에게 각자 다른 중간고사 문제를 출제한다. 대입제도는 대체로 자격고사의 형태를 지녔다.

셋째, 학점제 교육과정을 대입제도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한국은 일제(日帝)가 남기고 간 단위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부가 모든 교과목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짜준다. 단위제를 남기고 간 일본은 지금 50%의 교육과정 편성권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미국은 대개 8개 교과의 개별교과 안에 수십개의 선택과목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시간표를 짠다. 교과서는 자유발행제에 바탕한 인정교과서를 채택한다. 한국의 내신제와 수능시험 같은 획일적인 입시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논리력을 테스트 하는 SATⅠ과 지능검사형으로 4과목 정도의 심화과정을 선택하는 SATⅡ가 있다. 입학사정관은 특별한 경우 이 두 개의 시험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을 선발할 수도 있다. 대학들은 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과목 정도의 구술시험을 거쳐 전공학과의 합격자를 정한다.

아예 AP(Advanced Placement) 제도를 통해 원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수준의 교과목을 재학 중 공부하게 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5월 실시되는 시험 결과가 좋을 경우 대학에 진학한 후 학점 혹은 수업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철학시험을 필수로하는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는 중등교육 수료 후 대입자격을 부여하는 자격고사로서 선택과목의 폭이 넓다.

시험에서 프랑어도 선택과목이다. 독일의 아비투어는 8개 기본과목 중에서 3~개 정도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학의 전공별로 이 중 1개과목 정도의 성적을 반영하여 합격자를 정하기도 한다. 본고사형 대학입시센터고사를 운영하는 일본은 한국의 입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각 대학마다 일종의 문제은행인 대학입시센터를 운용하며 자체 입시양식과 유형을 갖고 있어 문제의 내용과 방식이 제각각이다. 중학교 때부터 진학할 대학을 골라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명문으로 불리는 게이오나 와세다의 경우 대학입시센터고사를 반영하지 않고 전공별로 한과목만 필기를 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과정이야 어쨌든 우리의 중등교육과정이 정상화되고 대입제도 개혁이 성공하려면,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이 지향하고자 하는 ‘한 과목만 잘하면’이 향후 논의될 대입제도의 핵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

'조국'의 아픔이 대입제도 개혁으로

요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청문회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후보의 딸로 옮겨갔고, 딸의 입학과정에 대한 투명성 시비로 이어졌다. 조국과 그의 가족에게 난무하는 돌팔매질은 결과야 어쨌든 회교권 국가의 명예살인을 방불케 하고 있다. 언론은 장학금 수혜부터 논문의 제1교신저자로 등록된 사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간단한 설명조차 전달하려 들지 않는다. 자세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특목고 학생들이 에세이 형식의 논문으로 제1교신저자가 되어 그 성과를 대입으로 가져가는 관행과 사설 장학재단이 신청자 전원을 수혜자로 선정하는 사례 등 기존의 ‘국가주도형 특혜사례 관행’은 국민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청문회에서 따지기도 전에 조국은 무조건 나쁘다는 여론이 압도하고 있다. 적잖은 언론들은 후보자의 딸이 특목고, 명문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시비하고 있다. 그 의심의 눈길은 선발과정의 공정성과 특정계급이 독점하려는 선발과정 전체의 편향성에 모아졌다. 서울대와 고대에서 전개된 학생집회의 시선이 이 두가지에 집중되었다.   

어떤 이들은 조국의 가족을 비난함으로써 저간의 자신이 걸어 온 인생실패를 전가하려는 태도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온 나라가 무식의 극치에 이르렀고 국민은 염치를 버렸다.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에 세우려는 보수 야당의 모습에서 6.25 때 양민을 학살했던 치안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회가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태도와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조국은 사퇴하면 그만이지만 가족들마저 인질로 잡고 인민재판을 하려했던 그 광경, 거기에 동조했던 끔찍한 그 고통의 경험은 국민적 아픔으로 오래 새겨질 것이다. 부디 이 아픔이 대입제도의 개혁으로 이어져서 치유의 경험으로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