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

20년간 매년 국회 국정감사 단골 의제 '보건교사 배치 확대'
교원 총 정원제 적용 "수업 시수 도둑맞아 진입 안 되는 것"

학창시절 보건실 아냐..."학교 방문해 줄 서 기다리는 보건실 풍경봐라"
10년의 외침 "과대 학교부터라도 2인 배치 시작하라"

[보건교육포럼-에듀인뉴스 공동기획] 1967년 학교보건법이 제정 이래 보건실과 보건교사는 학생들의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 보건교육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응급처치, 건강상담 등을 시행해 왔다. 최근 학생들의 건강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보건실의 기능과 역할도 크게 확대, 변화되고 있으나 학교보건 정책 결정자의 전문성 미흡,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폐쇄성, 1교 1인 보건교사 배치 정책에 따른 열악한 인력 구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보건교육포럼>과 함께 학교보건 전반의 구조·정책적 문제점을 짚어 보고 현장 중심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

국회 국정감사 단골 메뉴, 보건교사 확대 배치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거의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 단골처럼 등장한 의제 중 하나가 ‘보건교사 배치 확대’였다. 학생들의 보건교육, 건강관리를 위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 1인 배치’, ‘과대학급에 보건교사 2인 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작 보건교사 확대배치로 그 혜택을 볼 아이들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진 못했지만, 보건교사 미배치교에서 전문가도 아닌데 보건업무를 담당하는 일반 교사들, 보건교사가 없어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감지한 학부모들, 거대학교에서 법적 직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자괴감과 과중한 업무에 피눈물을 흘리는 보건교사들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국회를 두드려왔다.

이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원들만 해도 구논회, 김교흥, 김춘진, 김태년, 신동근, 박혜자, 박인숙, 정두언, 도종환, 이군현, 한선교, 윤관석 의원 등 여야를 불문하고 다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이재삼(경기도), 오인철(충남), 김형태(서울), 채유미(서울), 김명지(전북) 위원 등 시도의회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보건교사 1인 체제 "총정원제와 보건수업 시수 날치기의 산물"

그러나 이러한 민원과 국회 등의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계속 보건교사 배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답변하면서도, 여전히 보건교사 1인 체제를 확고하게 고수해 왔다. 학생수가 100여명인 5학급이나 그 20배가 넘는 2500여명의 82학급이나 무조건 단 1명만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일각에서 국회에 거대학교에 2인 배치에 우호적인 언급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

그 이유는 공무원 총정원제 즉 교원 총정원제 때문이다. 교육부가 아이들과 현장의 이해보다 관료들의 이해, 기존 교과의 이해에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나 이에 더해 교육부는 교원 정원을 교사가 담당하는 수업시수로 책정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보건교사가 담당해 온 수업시간이 몽땅 ‘날치기’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버젓이 법률과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1학기 교과에 해당하는 17차시 보건수업을 10년간 매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건교사의 보건수업이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하는 수업시수 교육통계에 ‘0’으로 프로그래밍이 되고 있다.

보건교사에게서 훔친 이 수업시수는 다른 교사의 수업시수로 환산되어 그 교사들의 정원 산정에 활용된다.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보건교사 출신의 전문직도 없다.

보건교사 배치 문제가 보건교육, 보건표시과목(정교사) 부여 문제, 담당부서 문제 등과 모두 연계되어 있음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보건교사의 법정 보건교육 17차시와 보건과목 담당에도 불구하고 초등 보건교육과정을 고시하지 않고, 보건교사를 비교과교사로 분류하며, 보건교사의 정교사 전환을 차단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학생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서울형 보건 교육 시스템 조성' 정책 토론회에 발제로 나선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보건교사 2인 배치, 보건교과서 수정 및 개정, 보조인력 배치, 교육청 전담부서 설치 등을 요구했다.(사진=지성배 기자)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학생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서울형 보건 교육 시스템 조성' 정책 토론회에 발제로 나선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보건교사 2인 배치, 보건교과서 수정 및 개정, 보조인력 배치, 교육청 전담부서 설치 등을 요구했다.(사진=지성배 기자)

교육부는 2019년 4월, 김해영 의원 입법 논의 당시 정교사 전환은 교육부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올 5월, 약 1만명을 대표하는 보건교사 3단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약 200여명 신생단체의 간호정교사 주장을 들어 내부 반대 때문이라는 이유로 무산시켰다.

이러한 사정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에 과연 정의라는 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체제를 바꿀 수 없다면 앞으로 교원 정원 담당은 교육부 등 중앙행정부보다 아이들과 현장의 이해에 민감한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백번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실제로 보건교사가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교과의 수업시간으로 둔갑질이 된 보건수업시간을 정당하게 보건교사의 수업시간으로 계산하여 그만큼 인력을 배치해야 할 일이다. 당연히 이를 담당할 부서와 담당자도 과제이다.

학생 몰려드는 보건실 "교장, 보건교사는 늘 조급하고 초조하게 만들어"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위적으로는 쉽게 동의가 되지만 과거에 비해 달라진 학교를 잘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쉽게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과거에 학교는 수업시간을 통제하는 규율이 엄격했고, 학교 보건실은 어쩌다 큰 사고가 있거나 몹시 아픈 학생이 있을 때나 가는 곳이었다. 그러니 보통학생들은 단 한 번도 보건실을 가보지 않은 채 졸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가족구조와 생활습관, 문화와 의식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사정이 매우 달라졌다. 학교 보건실, 특히 거대학교 보건실에는 수시로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들, 사건 사고가 있는 아이들로 넘친다.

그 이유도 잠을 못 자거나 밥을 못 먹는 등 기본 생활관리가 안 되는 아이들, 친구관계가 문제가 생긴 아이들, 싸우다가 다친 아이들, 약을 잘못 먹거나 흡연, 음주로 힘든 아이들, 공부가 힘든 아이들, 학원 가기 싫은 아이들 등 참으로 다양하다.

심신에 꽤 위중한 경우도 적지 않아서, 학교 관리자들은 보건교사가 자리를 비우면 혹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하고, 보건교사는 수시로 몰려와 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대하며 늘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하다.

보건교사가 단 1명인 상황에서 어느 학생에게 위급한 일이 생기면 혹 보건교사가 보건교육을 하거나, 외부 연수가 있는 경우, 이 학생들은 방치되기 일쑤다.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을 간 사이에 아이들이 문제가 있어서 찾아다니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2014년 박혜자 의원실 국감자료(교육부 제출), 현장교사들의 고충사항 정리.(표=에듀인뉴스)
2014년 박혜자 의원실 국감자료(교육부 제출), 현장교사들의 고충사항 정리.(표=에듀인뉴스)

"과대학교 2인배치 법안 즉시 통과를 바란다"

2007년 개정된 학교보건법 제15조 등 법률에 따르면, ‘모든 학교에는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필요하다면 2명도 3명도 둘 수 있는 것이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750명, 일본은 약 800명,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400~600명이 넘으면 2인을 배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부는 법률이 개정된 이후에도 10년이 넘도록 초등학교 18학급 이상, 중고등학교 9학급 이상 보건교사를 단 1명만 배치하도록 한 이전의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이를 내세우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국회는 이러한 교육부의 태만을 즉시 시정하고 시행령을 개정하고 보건교육 관련 정책을 제대로 해야 한다.

급기야 과대학교에 대한 학교 현장과 학부모의 민원을 민감하게 고려한 경기, 인천 등의 교육감들은(김상곤, 이재정, 도성훈 교육감 등) 급한 대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여 미배치교 배치, 과대학교에 2인 배치를 시작했다.

이에 2018년, 국회에 이를 합법화하고 강화하는 법안, 즉, ‘모든 학교 1인 배치, 과대학교에 보건교사 2인 배치’를 명시한 법안이 제출되었다(신동근, 박인숙 의원 각 대표 발의). 비록 이 법안은 국회 입법조사관의 사실과 다른 보고로 우선순위에서 배재되었으나, 국회는 이를 제대로 살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17차시 이상 초등학교 보건교육 실시율이 약 80%, 중고등학교 보건교육 실시율 약 40~50% 수준인데(2018, 김해영 국회의원 국감 자료), 이를 13%로 제시했던 것이다. 가장 과대학교가 많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미발령 보건교사가 15인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학교에 2인 배치를 유보하기도 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하던가. 모쪼록 개혁을 기치로 하는 정부에서 보건교육정책의 국정농단이 더는 활개를 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