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는 천재, 수재와 달라...전문 분야 '가능성' 있는 학생이 영재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상황은 잘 없어...교과 성적과 상관 없기도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매년 10월이 되면 '공부좀 한다'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 자녀가 영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의를 받게 된다.  

10월이 되면 전국의 영재교육기관들이 영재교육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선발공고를 내놓기 시작하며, 우리 학부모님들께서는 영재교육기관에 지원하기 전, 우리 아이의 영재성을 확인한 후, 영재교육기관에 지원 혹은 pass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긴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먼저 명쾌하게(?) 답을 드리고자 한다.

“부모님. 00이가 영재인지? 아닌지? 저도 모릅니다. 아니, 이 세상 누구도 모릅니다. 아이를 직접 지도해보기 전까지는요...”

우선 영재는 천재, 수재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천재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사람'으로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아도 그 자체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어느 곳에 있던지 반짝반짝 빛나기 마련이다. 보통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감추려해도 감추어지지 않는다.

수재 또한 능력이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이야기하지만, 수재는 타고난 능력과 재능보다는 '노력파'라는 수식어가 더욱 어울리는 사람이다. 타고난 능력과 재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엄청난 '노력파'이기 때문에 빛을 발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럼 영재는 누구이며 어떤 친구들일까?

영재는 어떤 전문분야 능력이 뛰어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이야기한다. 

즉, 영재성이 발현되기 전까지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부모님의 시선으로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한 친구지만 영재성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영재교육을 받고, 어느 순간, 영재성이 발현된다면 천재 혹은 수재로 돌변(?)하게 되는 친구들을 이야기한다.

”예슬이 엄마! 글쎄, 요번에 옆집 선재가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네요. 그런 애가 영재라니, 웃기죠?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가끔 영재교육을 받는 친구들의 평범함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이것은 영재와 천재, 수재를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잘못된 시선이다.

천재, 수재와 영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가능성'이며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교육의 경우 천재, 혹은 수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고 이 친구들의 영재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초등 영재교육의 큰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렌줄리 교수(Joseph S. Renzulli, 1936~)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주로 미국계 교육학자들의 영재성 개념과 교육철학, 특히 렌줄리교수의 연구에 기반해 영재를 판별하고 있다. 렌줄리 교수의 세고리 모형(Three-Ring Conception of Giftedness)에 따라 영재성은 평균이상의 지능(Above Average Ability)과 높은 창의성(Creativity), 그리고 과제집착력(Task Commitment)을 그 특징으로 하며, 덧붙여 이 세가지 특성이 모두 뛰어날 필요는 없고 이중 1가지 능력이 상위 2%, 나머지 능력은 15%이내라면 영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사진출처=신동아)

”아무래도 우리 아이가 영재가 맞는 것 같아요. 전문가 확답을 듣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아이가 영재인지 아닌지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저명한 교수, 심리학자, 유명학원 책자나 인터넷 기사, 강연 등을 통해 영재아의 특성에 대해 공부한 부모님들이 계시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영재관련 연구, 영재교육전문가가 작성한 영재판별을 위한 체크리스트로, 우리 아이의 영재가능성을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영재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아이가 영재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의 영재교육을, 관련 전문가에게 6개월이상 받은 후, 그 분야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거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그 친구는 그 분야의 영재성이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조심스럽게 ”이 친구는 관련분야의 영재가 맞는 것 같습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영화 굿윌헌팅의 한 장면
영화 굿윌헌팅의 한 장면

”선생님! 영재성이 발현되면 구체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재의, 영재성이 발현되는 순간, 갑자기 로봇을 만든다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고, 독서에 탐닉하는 등의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장면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드라마틱한 극적 재미를 위한 설정이다.

15년간 수학, 과학 영재교육대상자를 지도하고 옆에서 지켜본 결과, 영재성이 발현되었다고 판단되는 친구들의 특징은 책상에 앉아 수학, 과학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아주 드물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드라마틱한 행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기는 했으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영재성이 발현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지고 목표가 생기기 때문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과제 집착력을 보이며 관련분야에 놀랄만한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큰아들 정연이는 초등학교때까지 공부에 관심이 전혀 없더니 갑자기 중학교 2학년때 머리가 트이기 시작해 엄청난 노력 후 명문공과대학교에 합격을 했어요.“

가끔 이러한 이야기를 하시는 부모님들을 뵐 수 있었는데 필자는 이러한 사례가 영재성 발현으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교육기관은 영재일지도 모르는, '가능성' 있는 친구들의 영재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교육기관이며 우리 아이가 영재인지 아닌지는 6개월 이상 해당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판단하시라고 조언하고 싶다.(우리아이가 영재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고민하지 말고 영재교육기관에 지원하세요.)

또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교육기관들의 목적은 영재성 발현이며 학교의 교과학습과 큰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학교의 교과 성적 향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시는 학부모님들께서는 영재교육기관의 지원에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물론 사교육기관의 경우 영재교육의 초점을 교과 성적 향상에 두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영재교육기관에 지원을 결심하셨다면 우리 아이의 영재성이 의심되는 분야를 정확하게 파악해 관련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영재교육기관을 선택, 지원해야 한다.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 영재교육기관은 대학부설, 융합과학교육원, 교육지원청 부설 영재교육원, 초등학교 내 영재학급 등이며 해당 기관들은 수학‧과학‧정보 영재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인문학이나 언어‧체육‧예체능 등에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들이 지원할 경우 합격하더라도 영재성 발현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해당수업의 수강도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우리 친구들의 영재성 발현을 위해 영재교육이라는 것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되었다.

15년간, 어느 해에는 3,4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였고, 어느 해에는 1명의 학생도 변화시키지 못하고 지나 가버린 해가 있기도 하였다.

교사에게, 내가 직접 지도한, 사랑하는 제자가 '평범함'이라는 틀을 깨고 '비범함'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 경험은 최고의 행복이자 보람이다.

그런데 만약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그 친구가, 나의 아들, 딸이라면?

오늘도 우리 자녀들을 위해,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는 부모님~!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손을 잡고! 우리 아이의 비범함에 도전하세요!

안달 경기 평택 효덕초 교사.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같은 지역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19년째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과학교육에서 시작해 영재, 발명, 메이커스 활동을 15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과 크리에이터, 게임활동을 접목한 활동을 기획,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교육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교사이기도 하다.
안달 경기 평택 효덕초 교사.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같은 지역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19년째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과학교육에서 시작해 영재, 발명, 메이커스 활동을 15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과 크리에이터, 게임활동을 접목한 활동을 기획,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교육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교사이기도 하다.